2020년 09월호

    다시듣는 큰스님 법문
    이달의 법문
    화보
    다람살라소식
    꼭 읽어야 할 화엄경
    시심불심
    시심불심
    불서
    반야샘터
    선지식을 찾아서
    산사카페
    불교관리학
    건강한 생활

과월호보기

병은 없다는데 건강하지 않은 나, 미병未病

 


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한의학에서 명의로 추앙받고 있는 편작扁鵲이라는 사람이 있다. 춘추전국시대에 널리 이름을 떨친 그에 대한 일화를 소개한다.
하루는 편작이 제나라 왕의 초대를 받고 갔는데, 척 보니 왕의 안색이 무척 나빴다. “전하에게 질병이 있습니다.”라는 편작의 말에 왕은 “나는 몸이 건강한데 병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한다.편작이 돌아간 후 왕은 신하에게 불만을 이야기한다. “의료인들은 모두 돈을 탐내고 명성만 얻으려고 병이 없는 사람에게 병을 만든다.”
5일 후 편작이 다시 왕을 만나 “전하에게 질병이 있는데 지금은 이미 혈맥까지 와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더욱 악화됩니다.” 왕은 “나는 본래 건강해서 병이 없는 사람이다.”라며 화를 낸다.
또 5일 지난 후 편작이 왕을 만나 다시 한 번 “전하에게 병이 있는데 이미 위장까지 퍼져 더 두면 위험합니다.” 왕은 자신을 환자로 모는 편작의 말에 성이 나서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 버린다.
그 후 또 5일이 지나 편작이 다시 왕을 만났으나 이번에는 편작이 몸을 휙 돌려 가버린다. 어이없고 기분 상한 왕이 사람을 보내어 그 이유를 물어보니 편작이 대답하기를 “병은 초기에는 치료할 수 있으나 왕의 병은 골수까지 침범해서 치료할 수 없으니 저는 오직 피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5일이 지나자, 과연 왕은 병으로 눕게 되었고 후회 막급한 왕이 급히 사람을 보내 편작을 찾았으나 이미 도망을 갔고 머지않아 왕은 병으로 죽게 된다.


한의학에는 미병未病이란 개념이 있다. 병이 되진 않았지만 되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뚜렷하게 병이 없음에도 불편한 증상을 호소하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미병 즉 건강하지 않은 상태를 보여주는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다. 여성의 월경을 예로 들어보자면 이해가 쉽다. 매월 때맞춰 월경이 잘 나왔던 여성에게 갑자기 월경 주기에 이상이 생기고 양이 줄거나 덩어리가 생긴다면 이는 건강에 적신호가 왔음을 의미한다. 스트레스가 심하고 과로로 인해 몸의 피로가 가중되고 있는 과정일 수도 있고 여성호르몬 대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자궁 난소 등 여성 생식기능에 이상이 발생하여 그런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미병은 현대의학의 예방의학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즉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피로가 쉽게 생기거나 갑작스런 월경장애, 이유 없는 식욕저하, 체중감소 등 미병 상태를 인지하게 되면 적극적으로 몸의 이상 징후에 관심을 갖고 조처를 취해야 한다. 이럴 경우 충분히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어떤 방면이든 미리 준비하는 게 중요하지만 특히 건강에서의 유비무환의 중요성은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내용이다. 뜻하지 않은 질병이 우리 몸을 공격해 오지 못하도록 평상시 방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양생養生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양생법 중에 하나가 보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평소 마음을 닦고 음식을 절제하며 계절에 맞추어 거스르지 않고 물 흐르듯 사는 생활습관이 보약보다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이 우울하고 무기력해지는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생활 속에서 양생을 게을리 하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