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호

    다시듣는 큰스님 법문
    이달의 법문
    화보
    다람살라소식
    꼭 읽어야 할 화엄경
    시심불심
    시심불심
    불서
    반야샘터
    선지식을 찾아서
    산사카페
    불교관리학
    건강한 생활

과월호보기

전주

 


현담스님


전주에 오면 왠지 일찍 일어나게 된다. 우리는 마치 새벽기도회 가는 사람들처럼 풍남문 뒤의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고 시장 안쪽에 있는 콩나물국밥집으로 간다. 국밥집은 늘 사람이 많았고 우리도 이 기도회에 참석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콩나물에 김치를 넣은 국밥 국물의 한 숟갈은 우리가 전주에 온 이유 같기도 하다.
저 파 마늘 생강 풋고추들이 으깨져서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들의 그 약간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그 맛은 끝없이 올라오는 콩나물 시루의 콩나물처럼 우리가 우리의 짧은 생을 한마디로 말할 수 없듯이 나는 아직도 그 맛을 표현하지 못하겠다.
짧은 순간의 그 목 넘김은 우리 삶의 온갖 희로애락이 사라지고 뭔가 아련하고 아득한 어느 먼 산길을 걸어갔다 온 기분이다. 찰나가 곧 영겁인가. 아니다. 과장은 아니고 하여튼 이집 콩나물국밥이 있기에 간밤의 숙취도 무탈무난하였고 우리의 아침도 그렇게 안녕한 것이었다. 신도들 역시 오늘 아침의 설교에 만족하는 눈치였고 어떤 신도는 가느다란 통성의 흐느낌도 있었다.
우리 역시 한동안 열심히 기도하였고 희열의 땀과 눈물로 마치고는 하였다. 기도를 마친 우리에게 주어지는 또 하나의 축복은 그 모주다. 우리가 처음 이집에 와서 모주를 마셨을 때를 생각한다. 우리는 그때까지 풀리지 않는 어떤 분노가~ 맵싸하면서도 저 창자 밑에서 올라오는 그 무언가의 응어리가 아직 풀리지 않았었는데 모주는 그 답이었고 하나의 축복의 메시지가 되었다. 모르겠다. 그 애간장을 녹이는 맛은 아니었으나 엉망진창의 저 안쪽의 속 창자를 얼얼하게 하던 그 아픔들이 황금빛나던 누런 말씀에 다 화해하고 응답하고 있었다. 기분 좋은 우리들의 아침은 마침 경기전 뜰 앞에 납신 태조대왕도 알현할 수 있었고 풍남문 앞의 가슴 뜨거운 녹두장군의 군사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전주의 아침은 언제나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의 물 한 바가지로 콩나물 무럭무럭 올라오는 그런 아침이었다.
지금은 쉽게 갈 수 없는 먼 이방에서 이른 아침의 그 뜨겁고도 따뜻한 기도회가 너무 그립고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