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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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유마힐소설경

 


박경희
도서출판 중도 편집실장


경문 어구 이해 돕기 위해
용어의 주석 중심으로 번역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HK교수 김호귀 박사가 중국 요진姚秦의 구마라집鳩摩羅什이 한역漢譯한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을 번역한 『역주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을 도서출판 중도에서 출간했다.
이번에 출간된 『역주 유마힐소설경』은 독자들로 하여금 경문의 낱낱 어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최대한 용어의 주석을 중심으로 번역하였다. 따라서 경전의 낱낱 구절의 이해를 위한 안내서로서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석의 구체적인 내용은 길장吉藏의 『유마경의소維摩經義疏』에 근거하여 역자가 보완, 내지 새롭게 보충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 『역주 유마힐소설경』은 기존에 출간된 많은 번역서와 차별화되어 있다.


반야개공般若皆空의 사상에 의거
대승보살이 나아가야 할 길 제시
흔히 『유마경維摩經』으로 알려져 있는 이 경의 완전한 명칭은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인데, 달리 『불가사의해탈법문경不可思議解脫法門經』·『불가사의해탈경不可思議解脫經』·『유마힐경維摩詰經』·『정명경淨名經』·『불법보입도문삼매경佛法普入道門三昧經』·『설무구칭경說無垢稱經』이라고도 한다.
『유마힐소설경』은 반야부 계통의 경전보다 늦게 성립된 경전이지만 반야개공般若皆空의 사상에 의거하여 대승보살이 나아가야 할 길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경전이다.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한자문화권에서는 출가와 재가를 구별하지 않고 널리 독송된 경전이기도 하다.
교학적인 측면으로는 경전의 주인공에 해당하는 유마힐이 소승의 견해에 젖어 있는 불제자들을 일깨워 대승에 눈뜨게 하려고 방편으로 질병을 보이고 그로 인하여 문병을 유도하여 찾아온 그들에게 대승의 이념에 근거한 보살행에 대하여 낱낱이 설법해준다.
후대에는 화엄종華嚴宗·삼론종三論宗·천태종天台宗·선종禪宗 등에서도 널리 유통되었다. 특히 선종에서는 달마達磨로부터 혜능慧能에 이르는 소위 초기 선종시대의 선문헌 가운데서 가장 빈번하게 인용된 경전으로, 사상과 실천의 양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권상·권중·권하 14품으로 구성
『유마힐소설경』의 구성은 권상卷上 제1 불국품佛國品·제2 방편품方便品·제3 제자품弟子品·제4 보살품菩薩品, 권중卷中 제5 문수사리문질품文殊師利問疾品·제6 부사의품不思議品·제7 관중생품觀衆生品·제8 불도품佛道品·제9 입불이법문품入不二法門品, 권하卷下 제10 향적불품香積佛品·제11 보살행품菩薩行品·제12 견아촉불품見阿.佛品·제13 법공양품法供養品·제14 촉루품囑累品 등 14품品으로 되어 있다.
삼분三分의 구성으로 보면 서분, 정종분, 유통분으로 나누는데, 서분은 제1 불국품에서부터 제4 보살품까지로, 실외에서 설한 내용이다. 정종분은 제5 문수사리문질품부터 제10 향적불품까지로, 실내에서 설한 내용이며, 유통분은 제11 보살행품부터 제14 촉루품까지로, 다시 실외에서 설한 내용이다.
또 서분과 유통분에는 다시 두 부분이 있고, 정종분에는 세 부분이 있다.
서분은 여시如是 등 육사六事인데, 소위 유교서遺敎序와 증신서證信序이며, 보적이 일산을 바치고 정종正宗을 발기하는 것을 발기서發起序라고 한다.
정종분의 세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보적의 질문으로부터 불도품에 이르기까지는 이법문二法門을 설명한다. 둘째는 불이법문품은 불이법문不二法門을 설명한다. 셋째는 향적불품부터 견아촉불품의 끝까지는 다시 이법문二法門을 설명한다.
유통분의 두 부분이라는 것은 법공양품인데 소위 찬탄의 유통이고, 촉루품의 일품은 부촉의 유통을 설명한 것이다.


요진姚秦 삼장三藏 구마라집鳩摩羅什
한편 구마라집(鳩摩羅什, Kumaraj.va, 344~413)은 중국의 4대역경가四大譯經家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구자국龜玆國에서 태어나 카슈가르에서 소승불교를 공부하였고 이후 대승불교의 중관학을 공부하였다. 인도에 유학하여 불법을 공부하여 중국에까지 이름이 알려졌다. 이에 전진前秦의 부견符堅이 그 명성을 듣고 장수 여광呂光과 군사를 보내 구자국을 정벌하여 구마라집을 체포하였지만, 귀국하는 도중에 부견이 요장姚.의 쿠데타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여광은 하서河西에서 자립하여 후양後梁을 건국하였다. 후진後秦의 요흥姚興은 여광을 멸망시키고 구마라집을 401년에 장안長安으로 맞아들였다. 요흥이 예를 갖추어 그를 국사로 봉하고 소요원逍遙園에 머물게 하여 승조僧肇·승엄僧嚴 등과 함께 역경에 전념하게 했다. 그리하여 그는 후진 홍시弘始 5년(403년) 4월부터 『중론中論』·『백론百論』·『십이문론十二門論』·『반야경般若經』·『법화경法華經』·『대지도론大智度論』·『아미타경阿彌陀經』·『유마경維摩經』·『십송율十誦律』 등 35부 348권의 경전을 번역하였다.


책 속으로
제명題名의 근본은 불이법문不二法門이다. 일도一道가 청정하기 때문에 ‘불이不二’라 말한다. 진극眞極으로 통하는 궤도이기 때문에 ‘법法’이라 말하고, 지극히 오묘하여 허공까지 통하기 때문에 ‘문門’이라 칭한다.
불이不二에도 무릇 세 단계가 있다. 첫째는 중인衆人이 불이不二라 말하지만 불이不二가 무언無言인 줄을 모르는 것으로 소위 하下의 단계이다. 둘째는 문수의 경우에 비록 불이不二가 무언無言인 줄 알았지만 무언無言이라는 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소위 중中의 단계이다. 셋째는 정명의 경우에 불이不二가 무언無言인 줄 비추어보아 불이不二라는 말조차도 없는 것으로 소위 상上의 단계이다.
세 단계의 설명은 이치의 심천을 설명한 것이지 중생에 대응하는 가르침 을 변별한 것이 아니다. 불이不二의 이치는 말하자면 부사의의 본문本門이고, 중생 에 대응하는 가르침은 말하자면 부사의의 적문迹門이다. 본문이 없으면 수적이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이치를 인하여 교敎를 시설한 것이다. 그리고 적문이 없으면 본문을 드러낼 수가 없기 때문에 교에 의거하여 이치에 통하는 것이다.
문수는 곧 이치를 설했지만 언설이 없었기에 그 언설은 지극한 이치이건만 또한 이치라 칭할 수가 없고, 정명은 이치를 비추어보았지만 언설이 없었기에 그 이치에는 언설이 없어서 비로소 이치에 나아갈 수가 있었다. 이치에 계합된 무언이기 때문에 무언無言으로 말할 수가 있었고, 이치에 계합된 형상이기 때문에 무상無像으로 형상을 드러낼 수가 있었다.
중인衆人은 이치에 계합된 무언無言이 불가능한데 어찌 무언無言으로 말할 수가 있겠으며, 이치에 계합된 무상無像이 불가능한데 어찌 무상無像으로 형상을 드러낼 수가 있겠는가. 때문에 문수의 언설은 얕고 정명의 침묵은 심오하다는 세 단계로 논한 뜻이 여기에 있다. -해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