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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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세레나데

이지숙
수필가·문화센터 강사
http://blog.naver.com/jisook501


옛 연인에 대해 우연히 소식을 접하게 되었을 때 그대의 마음은 어떠신가요? 누구 말대로 “옛 사랑이 너무 행복하면 배가 아프고, 옛 사랑이 불행하면 마음 아프고, 옛 사랑이 찾아와 같이 살자고 하면 골치가 아프다네요.” 허탈한 웃음이 나오는 구절이죠.
과연 우리는 과거의 흔적이 오늘의 내 모습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을까요? 기억의 창고에서 완전히 추억이 소멸되어 지금의 모습과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의 삶만을 생각하며 광속으로 살고 있을까요? 아니면 너무 조심스러워 추억을 들추려 하지는 않지만 그 추억이 오늘과 내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과거의 범주 속에서 오늘을 살고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떤 삶을 살고 있으며, 어떤 삶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름다운 추억의 소유자라면 추억은 활력소와 오늘의 자양분이 되는 긍정적 효과를 얻을 것이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처뿐인 과거의 추억이라면 사화산이 되어 전혀 폭발력이 없는 그저 무감각한 한 페이지로 폐허가 된 의미 없는 어제로 남긴 채 오늘을 살고 있겠죠.
내 삶의 콘텐츠를 들여다보고 채우려고 노력하는 삶이기보다, 타인의 삶에 대해 비판하고 부정적인 뒷담화를 일삼는 건조한 우리네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억을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삶을 아름답게 사는 방법은 사랑하는 것이고, 사랑의 최고 표현은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라 합니다. 어차피 오늘 삶속으로 재현할 수 없는 추억이라면 추억의 달콤한 향을 그대로 간직한 채 처절하고 힘든 오늘을 살아가는 원동력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어쨌든 내가 누군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하고,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라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구절처럼 오늘 지금 이 순간 쓸쓸함 속에 자신의 숨은 상처를 누군가 어루만져 주기를 기다리는 자에게 촉촉한 추억의 감미로움은 구원자 역할을 성실히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 대한 부채의식도 오늘 내가 행복하다면 가벼워질 텐데….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오늘 당신은 행복하신가요?
분명히 지난날의 우리는 가슴 촉촉한 감성이 있었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순수함이 있었고, 상처를 두려워해서 다가오는 사랑을 피하는 비굴함은 없었는데, 지금의 우리는 상처입기를 두려워해 감정에 솔직하지 않은 채 위선과 비굴함으로 완전무장하고 체념과 포기 속에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요?
슬픔도 가끔 희망이 된다는데 과연 슬픔 뒤에 무지개가 뜨는 것을 보았는지요? 추억의 그림자는 오늘을 비추고 오늘의 그림자는 내일을 비추겠죠. 지난날이 시간의 힘을 빌리지 않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면 추억을 오늘의 나를 존재하게 한 긍정의 아이콘으로, 행복의 활화산으로 승화시켜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