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호

    다시듣는 큰스님 법문
    이달의 법문
    화보
    다람살라소식
    선불교 이야기
    반야샘터
    반야샘터
    생활법률상식
    자연과 시
    불서
    불교설화
    경전에서 배우는 생활의 지혜
    인간불교
    건강한 생활

과월호보기

식전과일과 식후과일의 차이점

문상돈
한의학 박사|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얼마 전, TV 가족드라마에서 나온 장면이다. 가족들이 저녁식사를 마치자 엄마가 과일을 준비해서 내온다. 가족끼리 도란도란 모여 앉아 그 과일을 맛있게 먹는다. 이런 장면은 굳이 TV가 아니더라도 일반가정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 중 하나다. 가정뿐 아니라 음식점에서도 식사 후에 디저트로 과일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일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사후약방문이라는 말이 있듯이 죽고 난 다음에는 아무리 좋은 처방이라 해도 의미가 없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또한 마찬가지다.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하지만 언제 어떻게 먹느냐 또한 중요하다. 먹는 타이밍을 잘 맞추면 보약 못지않은 효과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독을 먹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공동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과일은 그 섭취 타이밍이 더욱 중요하다.
과일 섭취 타이밍으로 보자면 식전 과일은 보약이 되고 식후 과일은 독이 된다.
식전 과일의 장점은 공복 상태이므로 상대적으로 영양분 흡수가 빠르다는 점이다. 빈속에 먹는 과일은 해독에 도움을 주고 포만감이 생기기 때문에 과식도 예방할 수 있다. 과일에 함유된 섬유질이 음식량을 줄여주는 것이다. 식후 과일이 나쁜 이유는 다양하다. 소화불량이 특히 문제된다. 다른 식품과 함께 과일을 먹으면 소화불량과 복부팽창이 일어날 수 있다. 과일은 주로 소장에서 소화되는데 다른 식품과 함께 먹으면 위에서 소화되는 시간이 길어진다. 위에 오래 머물면서 발효되는 시간이 길어져 부패로 이어져 가스가 생기는 등 소화불량과 복부팽창을 일으키는 것이다. 또 당뇨병에 좋지 않다. 식후에 높아지는 혈당을 줄이기 위해서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는데, 아직 소화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식후에 과일을 먹으면 혈당이 다시 올라가는 악순환으로 당뇨병의 원인이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식후 과일을 피하는 게 좋다. 식사를 통해서 공급된 당분이 아직 소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과일을 섭취하면 과당이 지방으로 축적되어 뱃살이 급격히 불거나 비만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과일은 다른 음식보다 좋을 것이라는 통념으로 밥 대신 과일을 선호하거나 지나치게 과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과일의 과다섭취나 식후 섭취가 비만과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기도 한다.
과자류 등 가공식품에 많이 들어 있고 커피 등에 흔히 넣는 시럽은 식이섬유가 거의 없으며 체내에 들어가면 바로 지방으로 축적되는 나쁜 음식이다. 거기에 비해 과일은 식이섬유가 많고 수분 함량이 높아 같은 양을 먹더라도 살이 덜 찌고 쉽게 배가 불러 상대적으로 덜 먹게 되는 장점이 많은 식품이다. 과일에는 단 맛을 내는 당 성분과 함께 다량의 식이섬유를 포함하고 있어 인체에 흡수되는 속도가 빠르지 않다. 쉽게 말하자면 과일이 백미 밀가루 설탕 시럽 등 탄수화물식품과 비슷한 당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음식에 비해 살이 찌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과일의 장점은 과일을 꼭꼭 씹어 먹을 때만 적용된다. 과일을 믹서기에 갈아서 주스 등으로 섭취하면 식이섬유도 함께 파괴되기 때문에 설탕물을 먹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밥을 먹고 이미 배부른 상태에서 디저트로 과일을 먹게 되면 영양분을 이중으로 섭취하고 가스 생성 등으로 체내 독소를 생성하는 원인이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과일이 몸에 좋은 식품인 것은 맞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듯이 과일 또한 과식은 피해야 한다. 또 식사 전에 섭취해야 하고 꼭꼭 씹어 먹어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