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운대사 지음

조은자 옮김

<지난호에 이어서>

우리가 자이(嘉義)에 도착해 포교 활동을 할 때, 저는 사전에 모두에게 오늘 저녁 포교할 순서를 말해주었습니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노래를 부를 것인지, 저는 기획하고 발표까지 모두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포교 활동 후, 그녀는 사전에 약속했던 노래를 부르지 않고 다른 거사님의 의견을 따라 다른 노래를 불렀습니다.
저는 “어떻게 허락도 받지 않고 멋대로 규정을 바꿀 수 있습니까”라고 말하고는, 그녀를 즉시 퇴출시키고 차비를 주며, 우리 단체에 당신은 필요하지 않으니 다음날 아침 타이베이로 돌아가는 차를 타라고 했습니다.
결국 우리 단체의 젊은이들이 조급해하며 말했습니다. “스님, 갑자기 왜 이렇게 엄격하게 구세요? 별일도 아닌데 조금 야단치고 말지, 굳이 제명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 나중에 단체 내에서 젊은이들이 고모라고 부르는 애愛 씨 노인이 저를 찾아와 사정했습니다.
“사 양은 귀족 출신이고 우수한 인재입니다. 우리를 따라온 것만으로도 이미 서러운 점이 많을 텐데, 이제 제명한다고 돌아가라고 하면 보기에도 많이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안 됩니다. 그녀가 바로 귀족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단체에서는 모두가 평등할 뿐 이른바 ‘귀족’이란 없습니다. 그녀가 단체의 규칙을 지키지 않겠다면 저도 그녀를 지도할 방법이 없습니다.”라며 그녀를 돌려보내길 고집했습니다.
그 후 그녀도 스님에게 말 좀 잘해달라고 여러 사람에게 부탁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습니다. 저는 사실 단체의 규율을 보여주기 위해 그녀를 본보기로 삼은 것입니다. 설사 신분이 높은 귀족일지라도 저는 인정에 얽매여 일을 처리하거나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불공평한 것입니다. 그 후 우리 선전 팀이 40일간 타이완 전국을 돌 때도 수십 명이 함께 어울리면서 의견충돌로 인한 다툼이 조금도 없이 모두가 화목하고 평화롭고 우애 있게 서로를 도왔습니다. 저는 공정한 처리가 인사관리에 있어 중요한 관건이라 생각합니다.
이 사자범 양은 후에 남편이 불행하게 교통사고를 당하여 오랜 세월 타이베이에서 홀로 가정을 꾸려가야 했습니다. 그녀가 칠십여 세가 되고, 저도 팔심 세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곧 졸업을 앞둔 아들을 보기 위해 그녀가 미국에 왔을 때 서래사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4, 50년 전 인물과 재능이 당대 으뜸이었던 여성이 가정을 위해, 사랑을 위해 세월의 시련을 거치면서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었으니, 인생이 참으로 무상하다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때 제가 그녀를 제명하고 부끄럽게 만든 일을 그녀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일 기억하고 있다면 그녀에게 사과하고 싶고, 그녀가 이해하고 마음속 응어리를 풀기 바랍니다.

“다음 차례는 네가 될 거야!”라는 말로 이란 청년들을 장려
초기 이란의 불교청년 숫자는 백 명 이상이었고 모두 뛰어난 인재들이었습니다. 저는 외국을 다녀올 때마다 늘 작은 선물을 사다 그녀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그러나 일이백 명의 청년회 회원 한 사람씩 줄 선물을 사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끔 만년필 하나만 사다가 누군가에게 주고, 필기노트 한 권만 사서 또 누군가에게 선물하곤 했습니다. 저는 절대 뒤에서 몰래 주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있는 데서 모두의 박수와 축하를 받으면서 이 상을 받게 했습니다. 그런데 왜 시기하는 사람이 없었을까요? 쟤는 주는데 왜 나는 안 주냐, 생각하는 사람이 왜 없었을까요?
보통은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단체에서는 이런 모습이 없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왜냐하면 저는 그들에게 “여러분들은 시기심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여러분들 모두 똑같이 못 받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면 다음 차례는 내가 될 것이기에, 젊은이들에게 상을 줄 때마다 그들은 상을 받으러 앞으로 나온 친구를 위해 기뻐했습니다. 그들은 다음 차례가 자신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들로 하여금 단결하고 우애를 아누며, 시기와 원망하지 않고 이치를 깨우치며 그들에게도 장차 희망이 있음을 알게 하는 이 “다음 차례는 네가 될 거야.”라는 것이 저는 공평한 인사관리의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앞 다투어 분재를 감상하러 오다
불광산은 50년 전 개산한 이후 산 아래 주민들과의 교류가 순조롭지 못했습니다. 이른바 ‘근처에 있는 절을 더 무시한다’는 말처럼 산 아래쪽 향민들은 토지를 저에게 팔지 않기로 서로 합의했고, 산 위에서의 일도 참여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불교와 향민이 대립이라도 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이 지방에 곤륜궁崑崙宮이라는 작은 도교사원이 하나 있었는데, 그들이 신을 모시고 집회를 하는 장소였으니 굳이 불광산까지 그들이 올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더 좋다고, 반드시 그들과 우애 있는 관계를 유지하여 모든 향민이 우리에게 적대적이지 않고 향민의 절반만이라도 우리와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저는 해마다 진심으로 겨울이면 구제 활동을 하였고, 해마다 새해에는 홍빠오(紅包: 붉은 봉투에 넣어주는 세뱃돈)를 나눠줬으며, 해마다 새해가 되면 그들을 초대해 음식을 함께 나눴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이들만 보내고 어른들은 방문하려고도 안 했습니다. 심지어 마을 공동회의를 개최하는데 회의장도 제공하고 연회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습니다.
30여 년간 불광산과 산 아래 주민들은 이렇게 교착상태로 지냈습니다. 비록 저는 도로를 개선하고 유치원을 세우고, 심지어 보문중학교를 설립해 그들의 자녀가 공부할 수 있게 해주고 전화도 연결해 주는 등 향민을 위해 많은 것을 만들어 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감사 인사조차도 없었습니다. 저는 제가 외지인인 관계로, 그들과 언어와 심리적으로 교류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한번은 지나다 우연히 증금익曾金益 이장 댁에 있는 분재 화분 몇 개를 보았습니다. 감상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분재들이었습니다. 소나무 분재 하나의 수령이 적어도 1, 2백 년은 족히 되었을 것 같았습니다. 수백 년 된 나무가 화분에서 기이한 형태로 자라다니 가히 장관이었습니다. 저는 이장님에게 “이렇게 멋진 분재를 집에만 두고 보시기엔 아깝습니다. 새해 설날에 불광산 대웅보전 앞에 놓으면 더 많은 사람이 감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고 요청 드렸습니다.
그는 처음에 “몇 개 안 되는 분재가 뭐 볼 것이 있다고…” 하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 전체에 분재동호회 친구들이 계시겠지요. 그분들과 함께 분재를 대웅보전에 모아놓고 분재전시회를 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제 말을 들은 증금익 선생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곧바로 분재협회 친구들에게 공동 전시를 갖자고 초대했습니다. 그래서 2005년 설날 대웅보전에서 분재전시회를 가졌습니다. 당시 타이완에서는 이런 전시회가 매우 드물었기 때문에 불광산을 찾는 사람들마다 멋진 분재의 모습을 보고, 이런 분재는 처음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설날이 지나고 저는 특별히 감사장을 만들어 증금익 선생에게 전달하며, 좋은 일을 해주신 데 대한 감사와 더불어 내년에도 계속해서 불광산에서 더 많은 분재를 전시해 줄 것을 요청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