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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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안에서 사성제의 중요성

성운星雲 스님
대만 불광산사 개산조


(지난호에 이어서)


2)집제
‘집集’은 모여서 쌓이고 불러들인다는 의미이다. 집제集諦는 바로 고통이 형성되는 원인이다. 『성유식론成唯識論』 권8에 보면 “생사生死가 서로 계속되는 것은 혹업고惑業苦에서 비롯된다” 하였다. 중생은 무명, 탐애, 진에瞋. 등의 번뇌에 혹사(惑)당하며, 온갖 악업(業)이 쌓이고, 갖가지 업보에 따라 갖가지 괴로움(苦)을 불러오게 된다. 이렇게 보면 혹(번뇌), 업(행위), 고(괴로운 과보)가 서로 인연이 되어 쉼없이 순환하며, 헤아릴 수 없는 단 시간 동안 생사를 윤회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번뇌는 업력을 초래하고 미래의 생사과보를 일으키는 이른바 ‘발업윤생發業潤生’의 작용을 한다.
번뇌는 자성自性을 미혹시키는 마장魔障이며, 중생의 진여불성을 가리고 뒤덮을 수 있기에 ‘장障’ 또는 ‘개蓋’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마치 밧줄로 꽁꽁 휘감고 있는 것처럼 중생의 마음에 똬리를 틀고 뒤엉켜 있어 ‘결結’ 또는 ‘전纏’이라고도 한다. 중생의 몸과 마음을 속박하여 자유롭지 못하게 하므로 ‘계系’, ‘박縛’이라고도 한다. 또한 먼지처럼 중생의 심성을 오염시킬 수 있으므로 ‘구垢’라고도 한다. 홍수처럼 좋은 품성을 싹 쓸어버리기 때문에 ‘폭류瀑流’라고도 하다. 중생을 생사의 가운데에서 헤매도록 혹사시키므로 ‘사使’라고도 한다. 또한 중생을 견제하며 생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므로 ‘액.’이라 부른다. 중생의 번뇌는 서로 촘촘히 짜여 있는 것이 마치 빽빽이 우거진 숲과 같으므로 ‘조림稠林’이라 한다. 중생에게 번뇌가 생김은 눈 등 육근을 통해 새어나가 환난이 생기는 것이므로 ‘루漏’라고 부른다. 잠재된 번뇌는 중생의 의식 저 깊은 곳에 잠자고 있다가 지극히 작은 움직임에도 부지불식간에 중생의 신심을 흔들어 놓을 수 있으므로 ‘수면隨眠’이라 부른다. 번뇌는 먼지처럼 우리의 심성을 오염시킬 수 있으므로 ‘진로塵勞’라고 부른다. 번뇌는 본래 고유의 심성을 가진 물체가 아니라 진리에 미혹당해 생겨나는 것이므로 ‘객진客塵’이라 부른다.
이 밖에도 번뇌는 화염, 독화살, 호랑이와 이리, 깊은 구덩이 등에 비유된다. 우리가 만약 번뇌라는 고통의 위험에서 해탈하려면 먼저 고통이 쌓이는 원인을 제거해야 하고 새로운 고통의 업을 짓지 말아야 한다. 인연 따라 묵은 업을 녹여내고, 새로운 재앙을 절대 짓지 말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즐거운 인생 또한 우리에게서 멀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행복 추구에 있어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은 고통을 만드는 원인인 집제를 철저히 깨닫는 것이다.


3)멸제
‘멸滅’이란 즉 적멸寂滅이다. 탐·진·치 등 무명번뇌를 다 없애고 청정한 진여체성眞如體性을 드러내는 것을 가리키며, ‘열반’의 또 다른 이름이다. 『대승의장大乘義章』 권52에서는 “열반을 바로 멸滅이라 이름한다”고 밝히고 있다.
열반은 수행자가 괴로움의 실체를 알고 그것을 끊은 뒤 수도를 통해 증득한 해탈의 경지이다. 번뇌, 고통, 인아, 시비, 차별, 장애 등 온갖 미혹을 소멸하고 외경과 하나 되며, 생사를 초월하여 자유롭고 행복하며 원만한 경계에 이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열반의 경계는 다음과 같다.
① 무생無生의 경계: 열반은 이미 생사, 변이가 없는 불생불멸不生不滅의 경지이다. 잡스러운 번뇌가 생기지 않으니 번뇌가 없는 청정한 열반에 들려는 생각도 일지 않는다. 열반은 염정染淨을 모두 버리고, 외경과 나의 구분을 모두 떠난 무생법인無生法忍의 절대경지이다.
② 무주無住의 경계: 열반에 든 뒤에는 머물지 않는 곳이 없다. 청정한 마음 안에 머물고, 법성法性 가운데에 머물며, 진여불성에도 머물고, 만리 허공 안에도 머문다. 열반을 증득한 뒤에 이 법신은 어떠한 경계에도 흔들림 없이 여여부동如如不動하고, 여봐란 듯이 열반성涅槃城에 머문다. 열반성은 바로 “가없는 풍원은 눈 속의 눈이요, 다함없는 하늘과 땅은 등불 밖의 등불이라. 버들은 어둡고 꽃은 밝은 마을에, 문 두드리는 곳곳마다 사람이 답하네.”라는 기상을 지녔다.
③ 무아無我의 경계: 진정한 열반은 아집을 타파하고 무아의 커다란 자재에 도달하여 다시 무아에서 진아眞我를 세우는 것이다. “무정無情의 정이 참다운 정이고, 무아無我의 나가 참다운 나이다.
④ 무득無得의 경계: 열반의 경계란 우리 마음속에 있는 영원한 낙원이다. 그 안에는 법락이 충만하고, 평안과 고요함이 있으며, 지극히 높고 오묘한 즐거움이 있고, 영원한 행복이 있으며, 복과 지혜를 완전히 이루고, 궁극적인 해탈이 있으며, 영원불변의 자아가 있고, 진실된 세계가 있다. 이 모든 것은 ‘얻고자 하지 않아도 얻는다’, ‘짓지 않으면 얻지 못하다’라는 데서 비롯된다.
열반이 주는 즐거움은 사람이면 누구나 증득할 수 있고, 언제나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열반은 일체의 괴로움을 멈추고 소멸시킨 궁극적 이상의 경지이다. 우리가 괴로움의 근본인 갈애를 깊이 살펴 끊어낼 수 있다면 괴로움을 멸하게 된다. 일단 괴로움을 멸하고 괴로움의 원인을 끊어내면 자연히 열반의 경계에 들어갈 수 있다.


4) 도제
‘도道’는 통한다는 의미이다. 열반으로 통할 수 있으므로 ‘도’라고 이름한다. 도제道諦는 괴로움의 이 세상에서 열반의 저편으로 건너가는 데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도로이며, 열반을 증득하는 바른 길이다. 일반적으로 부처님께서 초전법륜에서 설한 팔정도八正道를 가리킨다.
팔정도는 다음과 같다.
① 정견(正見, 올바른 견해): 인연과보因緣果報, 선악업력善惡業力, 무상고공無常苦空, 공유불이空有不二에 대한 올바른 견해.
② 정사(正思, 올바른 사유): 몸은 깨끗하지 않다고 봄(觀身不淨), 감각작용은 괴롭다고 봄(觀受是苦), 마음은 영원하지 않다고 봄(觀心無常), 모든 존재는 실체가 없다고 봄(觀法無我).
③ 정어(正語, 올바른 말): 진실된 말, 자비로운 말, 찬탄하는 말, 남을 이롭게 하는 말.
④ 정업(正業, 올바른 행위): 함부로 살생, 도둑질, 사음, 술을 하지 않음.
⑤ 정명(正命, 올바른 생활): 합리적 경제생활, 이타利他적 도덕생활, 조화로운 사회생활, 순화된 감정생활.
⑥ 정근(正勤, 올바른 노력): 아직 나지 않은 선은 생기도록 하고, 이미 생긴 선은 더 자라게 하며, 아직 나지 않은 악은 생기지 않게 하고, 이미 생긴 악은 끊어 없애려고 함.
⑦ 정념(正念, 올바른 마음 챙김):삼보에 대한 깨뜨릴 수 없는 믿음, 연기에 대해 집착하지 않음. 인과에 대해 그릇된 견해를 가지지 않음. 생사에 대해 미혹을 일으키지 않음.
⑧ 정정(正定, 올바른 명상): 5정심五停心을 관하는 명상, 육묘법문六妙法門의 명상, 삼업三業이 조화된 명상, 구주심九住心으로 선정에 드는 명상.
결론적으로 고제는 지혜로 이 세계가 괴로움이 가득한 대저택임을 관찰해내는 것이고, 집제는 지혜로 번뇌와 그로 인해 짓는 없이 생사 고통의 원인임을 철저히 깨닫는 것이며, 멸제는 지혜를 통해 진여자성을 증득하여 생사를 해탈한 궁극적인 열반에 드는 것이며, 도제는 그 궁극적인 열반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사성제에 대한 해석은 차고 넘칠 정도로 많다. 부처님은 『화엄경』에서 사성제를 사바娑婆 세계, 밀훈密訓 세계, 최승最勝 세계 등 여러 세계로 사성제를 분류해 밝혔다. 사성제와 뜻은 같지만 다른 이름을 간략하게 여기에 적어보겠다.
① 사바세계에서의 사성제
.고성제苦聖蹄를 죄, 핍박逼迫, 변이變異, 반연(攀緣: 인연에 끌림), 취(聚: 모임), 자(刺: 가시), 의근(意根: 뿌리를 의지함), 허광(虛.: 헛되 속임수), 옹창처(癰瘡處: 종기 자리), 우부행(愚夫行: 어리석은 행)이라 한다.
.집성제集成諦를 계박(繫縛: 속박), 멸괴(滅壞: 멸하여 무너짐), 애착의(愛著義: 애착), 망각념(妄覺念: 망령된 생각), 취입(趣入: 들어감), 결정決定, 망(網: 그물), 희론(戱論: 부질없는 말), 수행(隨行: 따라감), 전도근(顚倒根: 거꾸로 뒤집힌 뿌리)이라 한다.
.멸성제滅性諦를 무쟁無諍, 이진(離塵: 속세를 떠남), 적정(寂靜: 고요함), 무상無相, 무몰(蕪沒: 없어지지 않음), 무자성無自性, 무장애無障碍, 멸滅, 체진실體眞實, 주자성(住自性: 자성에 머묾)이라 한다.
.도성제道聖諦를 일승一乘, 취적(趣寂: 입적), 도인(導引: 인도함), 구경무분별(究竟無分別: 분별이 없는 외고의 경지). 평등平等, 사담(捨擔: 집을 벗음), 무소취(無所趣: 나아갈 데 없음), 수성의隨聖意, 선인행仙人行, 십장十藏이라 한다.
② 밀훈 세계에서의 사성제
.고성제를 영구근營求根, 불출리不出梨, 계박본繫縛本, 작소불응작作所不應作, 보투쟁普鬪諍, 분석실무력分析悉無力, 작소의作所衣, 극고極苦, 조동躁動이라 한다.
.집성제를 순생사順生死, 염착染着, 소연(燒然: 불에 탐), 유전流轉, 패괴근敗壞根, 속제유續諸有, 악행惡行, 애착愛着, 병원病源, 분수分數라 한다.
.멸성제를 제일의第一義, 출리出離, 가찬탄可讚歎, 안은安隱, 선입처善入處, 조복調伏, 무無罪, 이탐離貪, 결정決定이라 한다.
.도성제를 맹장猛將, 상행上行, 초출超出, 유방편有方便, 평등안平等眼, 이변離邊, 요오了悟, 섭취攝取, 최승안最勝眼, 관방觀方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