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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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현담스님


마이소르 아직까지 옛 왕조의
그늘에서 살고 있는 이 도시에서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을
이것저것 모으고 살피며
왜 이 거대한 왕국이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졌는지
누가 무슨 힘으로 단숨에 제압했으며
그 많은 장군과 병사들
황제와 후궁들은 어디 갔는지
그날 밤 왕비의 궁전에 떠있던 초승달은
오늘밤도 다시 떠오르는지
마치 내 살림 하루아침에 거덜난양
제법 많은 밤을 잠 못 이루고는 하였다
한갖 개인사 하나도 기복이 있고
성공과 좌절이 있는데
하물며 오백년 넘는 왕조의 흥망성쇄가
어찌 나의 짧은 불면의 몇 밤이랴
생이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속절없는
숨 한 번의 일이라지만
큰 세상이 요동치는 사변이라니
그렇게 쉽게 자료를 넘기고 책장 위에서
잠들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도 성벽 안과 밖에서는
거래가 왕성하고
기만과 술수가 난무하다
속고 속이고 죽이고 살리는 일이 또한 다반사
그 많은 책장들 사료들
하염없이 넘기면 넘길수록
궁궐을 짓고 성곽을 쌓던
그 많은 사람들 다 사라진 이 마당에
오늘밤에는 그저 꿈도 없이 푹 자고
후궁도 시종도 없는
나의 집에서
쓸쓸한 아침을 먹고 싶다
이제 그만 돌아가는 길을 찾고 싶다
바나나 사탕수수는 결국 태양이 익히는 일
이 거리의 흙먼지 다 마시고
들판의 건초 다 태우기 전에
이제 돌아가고 싶다
평원 저 멀리에 산이 보인다
무너진 왕조의 성벽같은
큰 바위산이
마치 사자 한 마리가
갈테면 빨리 가보라는 것인지
조바심치지 말고 조금 더 있어보라는 것인지
나를 노려보는 것처럼 길게 누워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