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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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행증’으로 읽는 화엄경 ⑲ 실천(5/6) 10지 수행을 어떻게 실천할까?

신규탁(연세대 철학과 교수)


1.
지금은 많이 달라져 가고 있지만, 한국의 불자들 사이에는 󰡔화엄경󰡕에 대한 막연한 ‘대접’(?)이 있다. 수많은 불경 중에 으뜸이라는 의식이 있다. 여기에는 역사 배경이 있다. 과거 조선 시대 스님들의 교육기관인 ‘강원講院’의 가장 높은 학년에 󰡔화엄경󰡕 수업이 들어있다. 이런 교육 환경 속에서, 스님들도 신도들도 󰡔화엄경󰡕을 높이는 법문을 적잖이 듣게 된다.
그렇다면 󰡔화엄경󰡕을 다 읽어본 스님이나 신도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많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된 현상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화엄경󰡕 자체에 있다. 단일 경전치고는 분량이 너무도 방대하다. 부차적으로 불교도들의 종교활동 환경도 있다. 어떤 환경인가? 이하에서 필자의 생각을 밝혀보고, 어떻게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나름 모색해 보기로 한다.


2.
먼저 현재의 환경을 살펴보기로 한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경험이니, 독자께서는 이 점을 감안해서 읽기 바란다.
첫째, 󰡔화엄경󰡕이 한문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어학을 익히고 교리 훈련을 받은 특별한 사람만이 읽을 수 있다. 한글 번역이 필수이다. 한글 번역 출간은 일제 말기 백용성 스님께서 하셨고, 해방 후에는 이운허 스님께서 <한글대장경> 역경사업으로 시행했다. 그 후 여러 종류의 번역이 나왔다.
둘째, 이렇게 번역이 나왔지만 분량이 방대하여 이용이 어렵다. 우선 구입에 비용이 많이 든다. 또 분량이 적어야 2책(운허 스님), 때로는 10책(무비 스님)이다. 추단하기 어렵다. 필자의 경우는 운허 스님께서 번역한 <한글대장경> 두 책을 한 책으로 묶어서 가까이 두고 읽는다. 당연하지만 책이란 앞뒤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앞부분을 보다가, 뒷부분을 참고하기도 하고, 이쪽저쪽을 왔다 갔다 대조하며 읽게 마련인데, 여러 권이면 ‘추단’이 어렵다.
셋째, 번역도 되었고, 어쨌든 읽는 사람이 나름 노력하여 많은 분량을 ‘추단’한다고 해도, 내용 이해가 쉽지 않다.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본인도 노력해야겠지만,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다. 불교에서 전문가란 누구이겠는가? 스님이다. 󰡔화엄경󰡕이 그렇게 좋고 중요하다면 스님들이 절에서 󰡔화엄경󰡕을 신도들에게 쉽게 풀어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절이 현실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 요즈음은 SNS 환경이 좋아졌으니 ‘유튜브(You Tube)’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화엄경󰡕을 정기적으로 강의하는 절에 다니는 방법이 있다. 대표적으로 양산 통도사 ‘화엄산림법회’가 있다. 문제는 거리이다. 또 시간이다. 그래서 필자는 최근에 ‘유튜브(You Tube)’를 활용한다. 필자가 들은 ‘유튜브’ 소감을 말하면, 통도사의 ‘화엄산림’은 여러 스님이 강의하기 때문에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장점은 훌륭한 강사님들의 다양한 관점을 소개받을 수 있어서 좋다. 듣는 이의 입장에서 단점을 말해 보면, 통일적 조직성이 떨어지고 중언부언 반복된다.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필자는 통도사 혜남 강주 스님의 녹화 강의를 반복해서 듣는다. 그분은 화엄 전문 강사이시기 때문에, <현담>을 염두에 두고 강의하신다. 󰡔화엄경󰡕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요점을 정리해주신다. 석전 박한영 스님의 전통 ‘강맥講脈’을 이어가는 강사답게, ‘옛 어른들의 말씀’을 전해주신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혜남 강백은 살아있는 전통이다. 경학經學은 가법家法이 중요하다.


3.
󰡔화엄경󰡕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그 전국의 모든 사찰이 법회 때마다 󰡔화엄경󰡕 내용을 주제로 설법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사찰에서 󰡔화엄경󰡕을 설법하기는 어렵다. 이상에서 이런 현실의 환경을 말했으니, 제한된 환경에서라도 󰡔화엄경󰡕 읽기의 보급 방안에 대해 소견小見을 말해 보고자 한다.
첫째, 결국은 집중과 선택이라는 소위 특화전략이다. 이런 점에서 통도사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필자의 경우를 생각해보아도, 통도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화엄산림’이다. ‘화엄산림’은 통도사의 소위 ‘브랜드’가 되었다. 또 통도사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포교’이다. 근대의 일제강점기 때부터 통도사는 ‘포교’에 많이 노력했다. 전국에 포교당 제일 많은 절이 통도사일 것이다. 여기에는 정우 스님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통도사 도시 포교당을 활용하여 ‘화엄산림’을 보급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필자가 사는 경기도 일산의 경우, 통도사 포교당 여래사가 주변에서 제일 큰 절이고 인지도도 가장 높다. 여기에서 󰡔화엄경󰡕 법회가 된다면, 소위 세상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많이 출석할 것이다.
둘째, ‘화엄산림’에 들고 갈 수 있는 ‘공통교재’의 개발 보급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을 좀 더 확장하고 다듬으면 좋겠다. 더 중요한 일은 초대 강사들이 이렇게 개발 보급된 ‘공통교재’를 활용하는 것이다. ‘팀 운영’이 필요하다. 먼저 강의를 분담해야 한다. 강사들의 실력이나 등급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역할의 분담이다. ‘어머니 강사[講主]’와 ‘자녀 강사[仲講]’로 역할 분담을 하면 효과적일 수 있겠다. 마치 󰡔화엄경󰡕의 중심에 부처님이 계시고, 그 부처님의 가피를 받아 여러 보살이 등장하여 설주說主가 되듯이 말이다. 다음으로 간편한 교재를 만들어야 한다. 그 방안의 하나로 「이세간품」을 활용을 제안한다.


4.
󰡔화엄경󰡕의 「이세간품 제38」은 그 이전의 여러 품品을 종합적으로 설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세간품」은 뒤에 나오는 「입법계품 제39」와도 ‘짝’이 되어 구조적 짜임새를 갖추었다.
「이세간품」은 크게 여섯 주제의 문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섯 주제를 번호 붙여 표시하면, 󰊱믿음[信] 관련 문답, 󰊲마음먹기[住] 관련 문답, 󰊳실천[行] 관련 문답, 󰊴회향回向 관련 문답, 󰊵수행의 단계[地] 관련 문답, 󰊶충족한 수행과 그에 따른 완전한 과보[因圓果滿] 관련 문답이다. 필자는 이 순서에 따라 ≪월간붓다≫에 연재하고 있다. 이번 달에는 여섯 문답 중에서 다섯 번째 문답을 소개하려는 뜻에서 (5/6)이라고 제목에 표시했다. 독자들께서는 이 점도 살펴 주시기 바란다.
󰊵에서는 10지 수행을 어떻게 실천할지를 설명하고 있다. 10지의 이름을 다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환희지(10문답), ②이구지(6문답), ③발광지(6문답), ④염혜지(3문답), ⑤난승지(3문답), ⑥현전지(2문답), ⑦원행지(2문답), ⑧부동지(3문답), ⑨선혜지(2문답), ⑩법운지(13문답). (괄호) 안에 표시한 아라비아 숫자는 문답의 개수를 표시한 것이다. 󰊵에서는 모두 50개의 문답을 통해서 10지 실천을 위한 수행 방법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즉 「이세간품」에는 ‘주제어(key word)’ 50개가 있다. 이런 ‘주제어’를 염두에 두고 󰡔화엄경󰡕의 「이세간품」의 해당 경문을 읽어야, 이해가 정확하고 쉽다.


5.
이하에서는 ‘주제어’ 50개를 운허 스님의 번역어로 소개한다.
①환희지(10문답) 몸의 업, 몸, 말, 말의 업을 깨끗이 닦음, 수호함을 얻음, 큰일을 마련함, 마음, 마음을 냄, 두루한 마음, 여러 근根. ②이구지(6문답) 깊은 마음이며, 더 느는 깊은 마음, 부지런히 닦음, 결정한 지해[解], 결정한 지해로 세계에 들어감, 결정한 지해로 중생계에 들어감. ③발광지(6문답) 익힌 버릇[習氣], 가짐[取], 닦음, 불법을 성취함, 불법에서 물러감, 생사를 여의는 길. ④염혜지(3문답) 결정한 법, 불법을 내는 길, 대장부의 이름. ⑤난승지(3문답) 도道, 한량없는 도, 도를 도움. ⑥현전지(2문답) 도를 닦음, 도를 장엄함. ⑦원행지(2문답) 발, 손. ⑧부동지(3문답) 배[腹]며, 5장[臟], 마음. ⑨선혜지(2문답) 갑옷을 입음, 싸우는 도구. ⑩법운지(13문답) 머리, 눈, 귀, 코, 혀, 몸, 뜻, 다님[行], 머무름, 앉음, 누움, 머무를 곳, 다닐 곳.
이렇게 「이세간품」에서는 이전에 이미 설법한 10신, 10주, 10행, 10회향, 10지, 궁극의 깨달음, 이상과 관련한 각종 ‘이론’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를 제시하고 있다. 「이세간품」이 중요한 이유는 「이세간품」은 뒤에 나오는 선재동자의 구법 여행 일정과도 ‘짝’이 되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방대한 󰡔화엄경󰡕 중에서 한 부분만을 선택하라면, 단연코 「이세간품」을 고를 것이다. 필자는 대학생 시절에 용성 스님 문도이신 도문 스님께서 단행본으로 출판한 󰡔이세간품󰡕(보시용)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큰 은혜를 입었다. 책을 펼 때마다 건강하시고 오래 사시길 부처께 발원한다. 향후 다시 한 권의 책으로 독립 출판한다면, 본문에 「이세간품」을 넣고, 각주에 이전의 3현賢 10지地와 등각 묘각의 해당 경문經文 위치를 표기하고, 다시 「입법계품」의 해당 선지식을 표기한다면, 수지독송에 편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