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담스님
식어서 부패한 음식은 안 되지만
오래된 책과 음악 그리고 고궁들
우리를 끝없이 꿈꾸게 하고
황홀하게 하는
수많은 미술관들
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의
잘 정돈된 옛 거리는
누구나 좋아하고 사랑한다
잘 가꾼 마을의 숲과
담장 위의 꽃들
논밭들은
우리를 이 세상에
살고 싶게 하는 근거가 된다
음식 또한 수백 개의 손과
긴 혀의 대물림은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가
비오는 밤
오토바이 타고 가는 사람처럼
우리 모두는 삶의 어둠속에 피어나는
위태로운 촛불들
몹시 어렵고
고통스러운 날은
살아보아야지
한 번 더 허공을 나는 새떼처럼
조금 멀리 떨어진
작고 오래된 마을을 찾아
지친 어깨와 손마디를 위로하며
하룻밤을 밝히는 것도
우리를 이 땅에
살 수 있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