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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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피부병 소화불량, 속 뻥 뚫린 대파가 좋아요

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한의학은 자연의 현상을 관찰하고 원리를 터득하여 그 기반 위에 출발한 학문이다.
해가 뜨고 달이 지며 별이 운행하는 우주변화의 원리를 우리 인체에 적용하여 치료한다. 한의학에서는 자연을 대우주, 우리의 인체를 작은 우주로 보았다. 해가 뜨고 짐에 따라 우리는 잠에서 깨어나고 잠이 드는 것처럼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곧 인체와 연관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자연 현상이 그대로 인체에 반영되듯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물질, 동물 식물 광물 등 모든 것이 자연원리에 따라 인체에 작용한다.


예를 들어 몸이 자주 붓는 사람에게는 물속에서 사는 가물치와 같은 어류나 수생식물인 갈대 같은 식물류를 섭취하면 부종이 낫는다. 새끼를 많이 낳아서 젖이 많이 필요한 돼지의 족발이나 고기를 먹으면 젖이 적은 산모의 젖의 양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감기에 걸리면 콩나물국에 매운 고춧가루와 대파를 숭숭 넣어 국물을 마시도록 했는데, 매운 고춧가루로 찬 기운을 몰아내고 대파로 땀구멍을 열어 감기를 퇴치하는 것도 자연의 돌아가는 현상을 몸에 투영시킨 치료법 중 하나다.


몸에는 이목구비를 비롯하여 항문 땀구멍 등 많은 구멍이 있다. 이 구멍을 통해서 안과 밖으로 소통하는데, 막히면 병이 된다. 대변이 막히면 변비가 되고 소변이 막히면 신장 방광 요도에 병이 생기며 코가 막히면 비염, 땀구멍이 막히면 피부병 등 막히면 바로 질병이 생긴다. 한방에는 막힌 것을 뚫어주는 약재를 많이 활용한다. 약재뿐 아니라 식품도 많이 쓰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속이 빈 채소다. 속이 빈 채소는 위 아래로 뚫어주는 기능으로, 피부와 위장 그리고 혈관과 이목구비까지 막힌 구멍을 소통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을 보면 속이 빈 약재나 채소는 모두 땀구멍을 열어서 땀이 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봤다. 실제 속이 텅 비어있는 마황 등의 약을 복용하면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대파 쪽파 등 속이 비어있는 백합과 채소도 땀구멍을 열어주는 기능이 있다. 같은 백합과 채소라도 부추 삼채 마늘처럼 속이 채워져 비어 있지 않은 채소는 땀을 내지 못한다. 속이 텅텅 빈 대파는 맵고 따뜻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서 찬 기운을 몰아내는 효과가 있으며 대소변 구멍도 뚫어주기 때문에 대소변이 잘 나가지 않을 때도 좋다. 심지어 콧구멍이 막혔을 때도 대파를 복용하면 막힌 코를 뚫어주는 효과가 있다. 뚫어만 주고 보충하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허한 사람이 대파를 오랫동안 많이 먹으면 땀을 너무 흘려 기운이 소모되기도 한다.


쪽파 또한 속이 비어 있어서 땀구멍을 열어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대파보다는 비어있는 구멍의 크기가 훨씬 작아서 그 효과가 떨어진다. 따라서 심하지 않은 감기일 때는 파김치를 먹어 찬 기운을 제거하기도 한다. 속이 비어있는 고추는 땀구멍을 열어 발한시켜주고 소화가 안 될 때 먹어도 도움이 된다. 속이 빈 채소를 먹으면 내 몸속에서도 스스로 비우려는 작용이 생긴다. 그래서 소화가 어려운 육류를 먹을 때 반찬으로 고추 대파 파프리카 등 속이 빈 채소를 같이 먹으면 위장을 뚫어주어 소화가 용이하다.


죽력이라는 약재가 있다. 대나무줄기를 가열하면 즙액이 흘러나오는데 이것을 죽력이라고 한다. 죽력은 혈관과 이목구비를 뚫는 효과가 있어 중풍과 심장질환 혈액순환장애에 많이 사용한다. 대나무는 벼과 식물로 속이 비어있다. 우리나라에 사는 작물 중에서 줄기 속의 구멍이 가장 크고 구멍이 큰 만큼 뚫어주는 효능도 강하다. 대나무에 쌀을 넣어 찐 대나무통밥도 뚫어주는 효과가 있는데, 이는 속을 텅텅 비우려고 하는 대나무의 기억을 밥에 집어넣은 것이다. 즉 죽력은 구멍을 뚫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열이 머리로 떠서 눈 귀 코 입 목의 구멍이 막혔거나 피부 구멍이 막혔을 때 좋고 혈관이 막혔을 때도 당연히 좋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현장에서 선현들의 지혜를 새록새록 체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