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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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순간의 생각이 삶과 운명을 만든다

붓다 브레인


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스무 살로 종지부를 찍을 뻔한 내 인생. 그로부터 벌써 30년도 더 지났다. 절망 속에서 자살로 생을 정리하려했던 날의 기억은 그 뒤 내 삶을 결정짓는 구실을 했다.
자살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히는 과정은 세상 그 어떤 여정보다 고통스러웠다. 딸 넷을 낳고 늦게 얻은 장남을 위해서라면 살점이라도 베어서 먹이려했던 어머니. 일찍 홀로 되어 장남이 어서 자라기를 고대하던 어머니의 기대를 배반하고 떠난다는 것이 그 무엇보다 더 큰 고통이었다. 하지만 고교 2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방황하면서 더욱 짙어진 절망은 억센 야차의 손아귀로 ‘나도 살고 싶다’는 생존의 외침을 인정사정없이 눌러버렸다.
죽기로 한 날은 스무 살 생일 생시였다. 안 태어난 셈 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장난에 끌려가듯 손은 극약을 입으로 털어 넣고 있었다. 그런데 그 미끈한 극약이 목을 통과해 우주를 잠재울 그 순간 재채기와 함께 극약을 토해냈다.
뭔가 불안한 낌새 때문에 좌불안석이었던 어머니는 뭔가를 토해내며 밖으로 뛰쳐나오는 나를 본 순간 모든 것을 알아챘다. 어머니는 울면서 순식간에 녹두를 갈아 내 목에 부었고, 나는 더 많은 것을 토해냈다. 극약이 목을 통과하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단 0.1%의 죽을 가능성도 남김없이 청소시키려 최선을 다했다.
뱃속의 것을 다 토하고 드디어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놀라운 것을 보았다. 하늘은 더없이 푸르러 창창하고, 한겨울인에도 나무들은 생명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사랑채와 담벼락 같은 무생물조차도 경이롭게 아름다웠다. 모든 것은 아지랑이처럼 춤췄고, 한 살 박이 아이의 웃음처럼 해맑았다.
불과 몇 분 전 지옥뿐이었던 세상은 한 순간에 낙원으로 변해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어머니의 애통한 울음도 그 낙원을 다시는 지옥으로 바꿀 수 없었다.
10분 만에 세상이 바뀔 리는 만무했다. 절망스런 상황은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었지만, 나는 ‘드디어 살았다’는 환희심으로 온 세포가 기쁨의 탄성을 내질렀다. 가장 뚜렷한 것은 눈에 보이는 장면들이었다. 몇 분까지 어두침침한 검은 색조로만 보였던 세상은 맑고 밝고 환하기 그지없었다. 억만 개의 전등으로도 밝힐 수 없을 만큼 명쾌했다. 그래서 너무도 감격스럽고 행복해서 저절로 춤을 추었다. 불과 몇 분 전에 자살을 시도했던 자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마음’을 이야기하고, ‘마음공부’를 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뜬구름 같은 이야기로 치부한다. ‘이 세상은 마음이 빚어내는 것’이라는 일체유심조도 그저 교리적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그러나 10분 전의 세상과 10분 후의 세상은 같은 세상이 아니었다. 정반대였다. 전의 세상은 죽음이었다면, 후의 세상은 삶이었다. 절망은 희망으로 바뀌고, 고통은 기쁨이 되어 있었다. 상황은 그 어떤 것도 달라진 게 없었다. 어머니의 눈에도 그랬다. 오직 바뀐 것은 내 ‘마음’ 뿐이었다.
내 체험은 극적인 사건을 통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수행과 명상을 통해 우리는 ‘부정적인 세상’을 ‘긍정적인 세상’으로 바꿀 수 있다.
《붓다 브레인》은 그런 매커니즘을 밝혀주는 책이다. 최근 과학의 발달은 뇌도 평생에 걸쳐 변화 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수행과 명상을 통해 뇌를 변화시킬 수 있고, 변화된 뇌가 우리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무수한 사람들과 위대한 스승들은 괄목할만한 뇌의 상태를 만들어냄으로써 놀라운 정신 상태를 이루었다. 예를 들어 수행 깊은 티베트 불교 승려는 깊은 명상 속에서 놀랄 만큼 강력하고 침투력이 강한 감마 뇌파를 발생시키는데, 이때 신경계의 광범위한 영역이 초당 30~80회의 통일된 펄스를 나타내어, 마음의 광범위한 영역을 통합하고 하나로 묶는다. 따라서 초월적인 요소에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서구 과학의 틀 안에서 현대 신경심리학에 명상수련을 더해 더욱 행복하고, 사랑에 넘치며,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책은 성공적인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의 뇌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신경계가 지극히 복잡하게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경계의 경고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고도로 발달한 뇌는 고통을 낳는 데에도 비옥한 토양을 제공한다. 오직 인간만이 미래를 걱정하고, 과거를 후회하며, 현재의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 실망하고, 좋아하는 것을 잃을 때 좌절한다. 인간은 고통 그 자체 때문에 고통 받는다. 아픔, 분노, 죽음에 고통 받고, 눈을 뜨면서 갖가지 고통 때문에 불행하며 매일매일이 불행하다. 이런 고통은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불행과 불만족에 해당하는데, 이는 뇌에서 형성된다. 즉 고통은 대개, 우리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이 우리에게 커다란 희망을 준다. 만약 뇌가 고통의 원인이라면, 치유의 원인도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제 뇌의 메커니즘을 알 차례다. 그래야 제대로 대처할 수 있고, 치유할 수 있고, 자신에게 고통을 배가시키지 않게 된다.
우리의 뇌는 약 1.5킬로그램 정도의 두부 같은 조직으로 1조 1천억 개 이상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천억 개 이상의 뉴런이 들어 있다. 평균적으로 각 뉴런은 약 오천 개의 연결, 즉 시냅스를 통해 다른 뉴런으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인다.
천억 개의 뉴런의 조합 결과인 작동 여부에 대한 경우의 수를 계산해 보면 10의 백만 제곱, 즉 1뒤에 0이 백만 개 붙어 있는 수가 된다. 이것이 우리 마음에 일어날 수 있는 상태의 수인 셈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수가 겨우 10의 80제곱 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것이 얼마나 엄청나게 큰 수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뇌는 분명히 우주 이상인 것이다.
뇌는 마음을 일으키고 형성한다. 뇌의 무게는 체중의 2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산소와 포도당의 20~25퍼센트를 사용할 만큼 바쁘게 움직인다. 뇌는 마치 냉장고처럼 항상 웅웅거리며 일하기 때문에 깊은 사색을 할 때에나 잠들어 있을 때에나 거의 같은 양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우리 뇌는 몸의 다른 부분과도 상호작용을 하며 이를 통해 외부와 상호작용한다. 따라서 우리의 마음은 뇌와 신체,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자연 환경과 사회, 문화, 그리고 마음 그 자체에 의해 모습을 갖춘다.
우리가 당장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지만, 우리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뇌를 변화시켜 ‘밝은 세상’을 만들고, 주위 사람들도 ‘밝은 사람’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구원이자 희망이다.
부처님께서는 출신성분을 거부했다. 사람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고귀하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고귀함은 업과 습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지금 이순간의 생각, 오늘 하루의 생각의 습관이 마음과 뇌와 삶과 운명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