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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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깟사빠 삼형제를 제도하다

한애경
조계종 포교사단 서울남부총괄팀장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기 전 고행을 하셨던 네란자라 강 근처에 있는 우루웰라의 세나니 마을로 전법의 길을 떠나셨을 때의 일입니다. 그곳에는 마가다국왕의 신임을 얻고 있던 우루웰라 깟사빠, 나디 깟사빠, 가야 깟사빠 삼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오백 명의 제자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소라처럼 상투를 틀고 바라문의 전통에 따라 웨다를 읽으며 불을 숭배하는 자들이었습니다. 부처님은 깟사빠 삼형제에게 하룻밤 묵고 가기를 청했습니다.
“깟사빠여, 당신의 처소에서 쉬어갈 수 있겠습니까?”
“이곳엔 이미 많은 수행자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그대가 쉴만한 곳은 없습니다.”
“깟사빠여, 지장이 되지 않는다면 당신의 사당에서라도 하룻밤 자고 갈 수 있겠습니까?”
“내게 지장이 될 건 없지만 사당 안에는 사나운 독룡이 있습니다. 당신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이군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룻밤 쉴 수 있게만 해주십시오.”
“사당은 넓습니다. 뜻대로 하십시오.”
사당에는 그들이 섬기는 세 개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풀을 깔아 자리를 만든 뒤 가부좌하고 삼매에 들었습니다. 한밤중이 되자 경배하지도 않고 자신의 처소를 차지한 부처님에게 화가 난 독룡이 독 기운이 가득한 연기를 뿜었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화광삼매에 들어 독룡에게 불꽃을 토하였습니다.
이를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던 바라문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말을 토했습니다.
“가엾어라. 저 사문도 독룡에게 죽는구나.”
이튿날 아침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부처님이 머무셨던 사당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사당에서 태연히 걸어 나오셨습니다. 그리고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깟사빠 형제에게 발우를 내밀었습니다.
“이것이 당신이 말하던 독룡입니까?”
발우 안에는 작은 뱀이 똬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깟사빠 형제들은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독룡을 굴복시키다니, 사문 고따마의 신통력은 대단하구나.’
부처님이 이 곳에서 머무시는 동안 이밖에도 신비한 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부처님은 그들과 떨어져 가까운 숲에 머무셨습니다. 그 숲은 가끔씩 칠흑 같은 어두운 밤에도 휘황찬란하게 빛을 발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가다국과 앙가국 두 나라에서 많은 신자들이 찾아오는 큰 제삿날이 다가왔습니다. 매일 아침 탁발하러 오는 부처님이 이날만큼은 성가시게 여긴 깟사빠 형제는 속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저 사문이 사람들 앞에서 신통력을 보이면 내 위신이 떨어질 텐데. 내일만큼은 제발 오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다행히 제사를 지내는 날 부처님은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발우를 든 부처님이 어김없이 나타났습니다. 깟사빠는 짐짓 반색하며 맞이하였습니다.
“어제는 공양물도 많았는데 왜 오지 않았습니까?”
부처님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오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그날 이후 깟사빠와 깟사빠의 제자들은 부처님을 위대한 사문으로 존경하며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한밤중에 넘친 강물은 언덕 위에 자리한 깟사빠의 처소까지 넘실거렸습니다.
깟사빠는 강기슭에 머무는 부처님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횃불을 밝혀 부처님을 찾았습니다. 강기슭의 숲은 이미 거센 강물이 삼켜버린 뒤였습니다. 깟사빠는 소리쳤습니다.
“고따마여, 어디 계십니까? 위대한 사문이여, 어디계십니까?”
“깟사빠여, 여기 있습니다.”
깟사빠와 그의 제자들은 너무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짙은 어둠 속 강물 위를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는데, 마치 마른 땅 위를 걷듯이 배에 오른 부처님의 두 발에는 한 방울의 물도 묻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에 깟사빠 형제와 그의 오백 제자들은 땋았던 머리를 자르고 부처님께 귀의를 허락할 것을 청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당신께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하소서.”
“오라 비구들이여, 나의 가르침 안에서 청정한 수행을 닦아 괴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나도록 하라.”
불에 제사를 지낸 공덕을 쌓고 물로 죄업을 씻으려던 삼형제 우루웰라 깟사빠, 나디 깟사빠, 가야 깟사빠와 그들의 제자들은 보시로 공덕을 쌓고 팔정도로 죄업을 씻는 열반의 강에 몸을 담았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세월의 빠르기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머지 않아 서산에 걸친 해를 마주하겠지요. 그리고는 아마 그 순간에서야 세월의 덧없음에 놀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 생이 주어졌을 때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에 정진해야 합니다. 인생은 빠르고 덧없게 스쳐가는 것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월의 덧없음과 빠름을 한탄만 할 뿐 정작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이를 행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거룩한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서 배우고 기도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마지막 열반유훈은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 이계위사以戒爲師 불방일不放逸이었습니다.
자신을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으라.
스스로에 의지하고 진리에 의지하라.
계율을 스승으로 삼아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