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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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이 출현한 거룩한 인연 -「세주묘엄품」

‘신해행증’으로 읽는 『화엄경』 열두 꼭지


믿음 『화엄경』이 출현한 거룩한 인연 -「세주묘엄품」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1.
<월간붓다> 독자 여러분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안으로는 도념道念이 견고해지시고, 밖으로는 하시는 일마다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지난해에는 『화엄경』에 담긴 교리와 사상을 ‘현담’을 중심으로 소개했습니다. 금년에는 『화엄경』의 중요한 내용을 ‘신-해-행-증’으로 줄거리 잡아 소개하려고 합니다.


2.
『화엄경』을 독파하는 방법으로 전통적으로 10가지를 들고 있는데, 그중에서 『화엄경』에 등장하는 ‘질문과 대답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에 주목하여 독파하는 방법이 널리 알려졌다. 이런 방법으로 『화엄경』 전체를 해설한 대표적인 인물이 청량 징관 스님이고, 그 책이 바로 『화엄경수소연의초』이다. 이런 이야기는 2020년 연재에서 다 말씀 드렸다.
2021년에는 ‘질문과 답변’에 주목하면서 『화엄경』의 중요한 말씀을 여러분들께 소개하려고 한다. 『화엄경』은 크게 4대목으로 나누어진다. (1)첫째는 부처님과 불국토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설명하여, 우리게 ‘믿음’을 내게 하는 대목이다. (2)둘째는 우리 모두가 저렇게 훌륭한 부처님이 될 수 있다는, 또 우리가 저렇게 좋은 불국토를 만들 수 있다는 ‘이치’를 설명을 하는 대목이다. (3)셋째는 실제로 자신이 부처가 되고 불국토를 건설하는 ‘실천’의 대목이다. (4)넷째는 말이나 설명을 다 했으니, 이제부터는 실제로 몸소 부처가 되어 불국토 속에서 살아가는 현장이 전개된다.


3.
첫째 대목은 모두 6개의 품으로 구성되는 데, 첫째 품이 「세주묘엄품」이다. 「세주묘엄품」에서는 10가지의 인연을 소개하여, 『화엄경』을 설하게 된 인연을 밝힌다. 부처님의 설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인연이 구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독자들께서는 ‘인연’이라는 용어를 명심해두셔야 한다. 모든 결과는 직접적 원인인 ‘인’과 간접적 원인인 ‘연’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인연이 없이는 어떤 결과도 없다. 역으로 결과가 있으면 거기에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인연이 있게 마련이다. 불교 교리의 핵심 중의 핵심이 ‘인연법’이다.
전통적으로 『화엄경』 「세주묘엄품」에서는 10종의 인연을 말한다. 『화엄경』 총 39품 중에서 맨 첫 품에 해당하는 「세주묘엄품」에서는 인연 열 가지를 말한다.
열 가지 연연이란, (1)첫째는 “내가 이렇게 들었다”다고 하여, 이하의 내용은 경을 결집한 사람의 체험이 아니라, 부처님께 들은 것이라는 고백이다. (2)둘째는 ‘누가.언제.어디서’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3)셋째는 법회가 열린 시간을 구체적으로 특정 하는 대목이다. (4)넷째는 법회 장소를 장엄하는 대목이다. (5)다섯째는 교주의 불가사의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6)여섯째는 모인 대중을 나열하는 대목이다. (7)일곱째는 모인 대중들이 부처님을 찬탄 인사하는 대목이다. (8)여덟째는 공양을 올리는 대목이다. (9)아홉째는 천지가 진동하는 등 상서의 대목이다. (10)열째는 이상과 같은 현상이 화장세계 모든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대목이다.


4.
이상의 열 가지 인연을 꼭 기억해 두어야 「세주묘엄품」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화엄경』은 큰 경전이기 때문에 구조, 즉 가닥을 잡아야 한다. 가닥을 못 잡고 문장만 읽다보면 이야기가 중복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허황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화엄경』은 치밀하게 구성된 대승경전의 최고이다.
옆길로 나와 『화엄경』 책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번역된 책도 많아 어느 책을 사서 보아야 할지 고민일 수 있다. 동국역경원에서 간행한 운허 스님의 번역을 적극 권장한다. 국내의 한글 번역은 모두 운허의 번역에 신세 지고 있다. 그런데 운허 스님이 번역한 『화엄경』도 분량이 방대해서 추단하기 쉽지 않다. 차선책으로 월운 스님이 간추려 번역하여 한 권으로 낸 『화엄경초역』(월운해룡 번역, 신규탁 회편, 운당문고, 2020년, 총 492쪽)을 권장한다.
월운 스님은 ‘신-해-행-증’으로 추려 번역하여, 특히 불자들이 실생활에 필요한 대목을 가려 뽑아놓았다. 이 책에는 연세대학교 철학과에서 화엄학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신규탁 교수의 해설이 붙어있다. 또 신 교수는 월운 스님의 한글 번역에 한문 원문을 대조하고 배치시켰다. 이 한 권의 책이면, 『화엄경』의 중요 대목을 조직적으로 원문과 겸하여 읽을 수 있고, 화엄철학도 소개 받을 수 있다.


5.
『화엄경초역』에서는 「세주묘엄품」의 ‘한 대목’을 들어 부처님이란 어떤 분이신지를 소개하고 있다. 그 ‘한 대목’이란, 교주난사敎主難思 대목이다. 『화엄경』에 등장하시는 부처님은 우리들 보통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단한 분이심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어떤 분이이신가? 미리 말씀드리면 이때의 부처님은 진리의 부처님이신 청정 법신 비로자나불이시다. 『화엄경』 본문을 인용하기로 한다.
“그때, 세존께서 이 사자좌에 앉아 온갖 법에서 가장 바른 깨달음을 이루시니, 지혜는 3세에 들어가 모두 평등하여지고, 몸은 모든 세간에 가득하고, 음성은 시방세계의 언어에 순응하시니, 마치 허공이 여러 가지 물상을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모든 경계에 차별이 없는 것 같았으며, 또 허공이 온갖 것에 두루하여 여러 세계에 평등하게 따라 주는 것과도 같았다.”
‘부처님’을 ‘허공’에 비유하고 있다. 허공은 없는 곳이 없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허공 속에서 존재가 가능하다. 그렇듯이 『화엄경』에 등장하는 부처님은 모든 존재의 근원으로, 없는 곳이 없고,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시간에 항상 계시는 분이다. 하시는 말씀도 중생들이 제 깜냥으로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그런 음성으로 하신다. 하시는 음성 마다 그런 불가사의한 능력을 갖추셨기 때문에, 부처님 음성을 ‘원음圓音’이라 한다. 바로 그런 부처님이 『화엄경』에 묘사된다. 이런 부처님은 본래 생사生死도 없으시건만 중생들을 위해 이 세상에 오시기도 하고 열반에 드시기도 하신다. 또 인용해 보자.
“몸은 모든 도량에 항상 앉아 계시되 보살 대중 가운에 위엄과 빛나심이 혁혁하여 마치 찬란한 햇빛이 세계에 비치는 것 같았으며, 과거, 현재, 미래에 지으신 복덕의 바다가 모두 청정하여졌고, 여러 부처님 나라에 항상 일부러 태어나시며, 그지없는 몸매와 원만한 광명이 온 법계에 두루하되 평등하여 차별이 없으시고, 모든 법을 연설하심은 큰 구름이 일어나는 듯하였다.”


온갖 복덕을 갖추시고 여러 부처님 나라에 항상 ‘일부러 태어나시는 분’이시란다. 원문은 ‘시생(示生, 이생)’인데, 본래 생사가 없는 존재이시건만, 중생들을 위하여 ‘일부러 태어나시는 분’이시다. 중생들에게 복전福田이 되어주시려는 원력으로 오신 분이시다. 항상, 언제나, 일부러 태어나신 분이시다. 그 모습이 『화엄경』에서 어떻게 묘사되는지 원문을 보자.
“털끝마다 온갖 세계를 받아들이되 서로 장애되지 아니하며, 제각기 한량없는 신통한 힘을 나타내어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여 조복하시고, 몸이 시방 세계에 두루하면서도 오고가는 일이 없으셨다. 지혜는 모든 겉모양에 들어가 법이 비고 고요함을 알았으며, 3세의 부처님들이 갖고 있는 신통 변화를 광명 속에서 모두 보게 되고, 온갖 부처님 세계와 불가사의한 겁에 있는 장엄을 모두 나타나게 하였다.”
비로소 알 수 있겠다. 『화엄경』에 등장하는 ‘부처님’은 인도에 태어나신 ‘석가모니 부처님’이 아닌 줄을. 『화엄경』에 등장하는 부처님은 “삼불원융三佛圓融, 십신무애十身無.”이신 청정 법신 비로자나 부처님이시다. 『화엄경』은 이런 부처님과 그런 부처님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마지불공 올릴 때에 염불을 그렇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