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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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初心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살자

정우頂宇 스님
본지 발행인 | 군종교구장


『화엄경華嚴經』에 “부처님께서는 보리수 아래 금강좌를 떠나지 않고 시방법계 삼천대천세계에서 법을 설하고 계신다.”
하셨는데, 이처럼 어디에 있든 구룡사를 떠난 일은 없었습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지난 30년 동안 구룡사에 살면서도 통도사를 떠난 적이 없었고, 통도사에서 주지소임을 보면서도 구룡사를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신지 20년쯤 되었을 때, “누가 나를 좌우에서 보좌하면서도 그러고도 이익을 잃지 않겠느냐?” 하였더니, 교진여 등 부처님보다 세속의 나이가 많은 제자들이 가까이 와서 “부처님을 보좌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상수 제자들에게 시자의 도움을 받아야 될 나이인데, 어떻게 나를 보필하겠다고 하는가?” 하십니다.
그때 사리불이 선정삼매에 들어, 부처님께서 아난을 마음을 두고 계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난에게 부처님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아난은 말하기를, “사촌지간이라 혈육의 정情이 어렵고, 힘든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승가 공동체에서 마치 부처님을 모시는 것이 맛있는 음식이나 공양하고 좋은 옷이나 얻어 입으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시봉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은 아난의 걱정을 듣고 아난의 원하는 일들을 들어 주셨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언제든지 부처님 처소에 출입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난이 부처님을 시봉하게 되었는데,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기 전 아난존자를 여덟 가지로 칭찬하셨습니다.
그 중 하나가 “때 아닌 때 내 처소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다.” 하신 것입니다.
시자는 이처럼 언제나 가까이 있어야 하지만, 마음에 새겨야 될 것입니다.
출가한지 50년, 엊그제 소년이었던 청년이 노년老年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세속의 나이는 벌써 60대 중반인데, 저 스스로는 노년의 나이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생사生死는 우리들의 삶이니, 태어나는 것이나 죽는 것이 삶의 한 부분인줄 알게 되면, 그런 삶과 죽음은 나누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25년 전, 통도사 말사인 언양 석남사에 인홍 노스님은 한국 불교사에 시대적 족적을 남기신 비구니계의 큰스님 이셨습니다.


구룡사 법당에서 화엄경산림 백고좌법회에 동참한 1천여 대중들과 백팔 대 참회를 세 번씩 하고나면 가사 장삼이 흠뻑 젖게 되는데, 그런 모습을 바라보시던 인홍 스님은 나의 손을 꼭 잡아 주시면서 하시던 말씀을 평생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정우스님, 잘 살아 주어서 고맙습니다.”
90의 노스님이 30대 후반의 젊은 스님에게 잘 살아줘서 고맙다 하셨습니다.
걱정이 되셨겠지요. 도시에서 대중들에게 포교한다고 노출되어 있는 홍법스님의 제자가 물가에 놓여있는 아이처럼 걱정도 되었겠지요. 불자들과 어울려 기도하는 모습에 안심 되셨던 것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손을 꼭 잡아 주시며 “잘 살아주어서 고맙다.” 하신 참뜻을 되새겨 봅니다.
그렇게 구룡사에서 살아 온지 30년입니다. 출가한지 50년에, 내 나이는 60대 중반이 되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도 몇 고개나 더 가야할 인생이 남아있을까요.
저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닙니다. 올 때를 알고 갈 때를 아는 인생을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부처님 당시에 있었던 일입니다.
이웃집에 초대를 받았던 노인의 이야기입니다.
그 집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음식이 이렇게 맛있습니까?”
“예, 참깨를 볶아서 으그러트려서 보자기에 넣고 꾹 짰더니 참기름이 나와서 음식에 조금씩 넣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노인은 집에 와서 참깨를 사다가 가마솥에 넣고 볶았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은 참기름을 짜려나보다 했는데, 볶은 참깨를 집 앞 텃밭에 가서 뿌리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참 어리석은 그 사람이네. 이렇게 볶은 참깨를 밭에 뿌리고 가꾸어 거두면 다시 볶을 일도 없이 참기름을 짤 수 있을 것이다.”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참기름을 짤 수 있습니까. 무성한 잡초만 자랄 것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이 가르침을 ‘어리석은 노인’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생각이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엎질러진 물은 그릇에 다시 담을 수 없고 볶은 참깨도 밭에 뿌린 것은 다시 주워서 담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지혜로운 방법이 있었습니다.
볶은 참깨를 뿌린 밭은 버려두면 잡초만 무성하겠지만, 그곳에 좋은 씨앗을 종자로 다시 심는다면…. 풍성한 결실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계실 때입니다. 기원정사는 부처님께서 45년 전법활동 중에 21년간 계셨던 곳입니다. 또 『금강경金剛經』의 설법지이기도 합니다.
부처님께서 그곳에 계실 때 코살라국의 왕이 여쭈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소원이 있고 그것을 이루고자 합니다. 어떻게 해야 그 소원을 성취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오직 한 가지 게으르지 않는 것이요. 방일한 것을 경계로 삼는 것입니다.”
방일함은 서로에게 방종과 방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방심한 것 따로, 방종한 사람 따로, 방일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방일한 사람은 방심과 방종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방일하지 않고 부지런히 정진하면 반드시 소원을 이루리라.”
모든 소원을 성취하고자 한다면 게으르지 말고 불 방일에 의지해야 합니다.
틱낫한 스님은 “그대가 꽃과 나무에 물을 주는 것은 지구 전체에 물을 주는 것이다. 그대가 꽃과 나무에 말을 거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무수한 시간동안 함께 존재해온 것이다. 자연은 우리의 어머니다.
자연으로부터 떨어져 살게 되면 우리는 병病을 얻게 된다.
… 중략 …
어머니인 땅을 접촉하며 살아야한다.”
이 이치를 알려면 늘 깨어있어야 합니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테두리 안에서 매몰되지 말고, 방일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깨어있어야 합니다.
지금 살아 계시면 115세가 되시는 벽안 노스님께서 76세 때 보내 주신 답서가 있습니다.


정우를 보내고 궁금하던 차
편지를 받아보고 반겨하였다.
공부를 위한 것이니 아무쪼록
공부를 착실히 하고 돌아와서
통도를 위하고 또 불교를 위해서 크게 활약하고
훌륭한 승려가 되어라.
우리 불교는 현재 이 사회의 바램을 응수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반성해서 구습을 타파하여라.
이만.           
벽안     1976.10.12.


그때 나이가 스물다섯 이었습니다. 제가 어른스님들의 그늘에서 가르침을 받고 그 자양분으로 성장해온 오늘이 있습니다.
‘너는 지금 뭘 하고 있느냐. 후학들에게 무엇을 주고자 하느냐. 늘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젠 갚아야 할 때입니다.’
스스로에게 묻고 있습니다. 어찌 살아야 할지를 자문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슴 떨림을 지닐 수 있는 가르침이 한 사람을 성장시키는데 얼마나 많은 인연으로 이루어져 있겠습니까. 어느 날 구룡사를 떠나 멀리 가신 분들, 생을 마감하고 돌아가셔서 49재로 백년위패로 모셔진 인연들, 이곳에서 함께 하고 있는 불자들, 우리 모두는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 지어져 있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자연의 섭리를 보세요. 한 송이 꽃도 피워지기 위해서는 건강한 꽃씨가 있어야 하고, 비옥한 토양이 있어야 하고, 충분한 햇빛과 물과 거름이 있어야하고, 그러고도 세심한 농부의 보살핌이 더해져서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맺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귀한 모습을 간직할 수 있는 인연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대만 불광산사의 성운대사님은 많은 스님들과 함께 갔을 때 말씀하셨습니다.
‘불망초심不忘初心
초심을 잃지 않고 후회없는 삶을 살아라.
불청지우不請之友
누군가 필요하기 전에 내가 먼저 다가가자.
불념구악不念舊惡
남의 잘못이라는 마음을 두지 말고 언제나 한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살아라.
불변수연不變隨緣
인생에서 변하는 원칙과 환경의 변화를 수용하는 조화로운 삶을 살자.’
큰 스승의 그늘 밑에서 성장했던 우리들은 후학後學들의 그늘이 되어주시고 앞서가신 어른들의 울타리가 될 수 있는 불자佛子의 길을 가야 합니다.
 
asanjungw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