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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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의 수행과 선원청규

-한국선학회 춘계학술대회 취재기-


김종기
불교플러스 기자


한국불교 수행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한국선학회는 지난 5월 14일 동국대학교 문화관 초허당 세미나실에서 ‘한국불교의 수행과 <선원청규>’를 주제로 2011년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기조발제에 나선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 의장 의정스님은 “삶과 수행의 일치”에 대해 강조했다.
의정스님은 “청규는 조사선의 정신에 입각해 생활선을 철저히 반영하고 있으며 현실에 적합하면서 선원 일상의 모든 생활이 선의 정신에 일치하도록 되어 있다”며 “간화선이 삶과 수행이 분리되어 있어 위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 충고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조발제에 이어 문경 한산사 용성선원장 월암스님은 ‘<선원청규>의 편찬의의와 그 내용’을, 동국대 김호귀 박사는 ‘<수선결사문>의 수선작법과 수선결사의 이념’을, 연세대  신규탁 교수는‘<범망경> 상권과 하권의 관계에 대한 소고’를, 창원 문성대 이덕진교수는 ‘<선원청규>와 한국불교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기조발제에서 월암스님은 “청규는 선수행자의 규범이기 때문에 규범이 바로 서지 못하면 수행이 제대로 될 수 없다”며 “한국불교 1700년사에 처음으로 제정된 『청규』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선수행자의 나침반이 되어 선문에 눈 푸른 납자가 우후죽순처럼 솟아져 종문을 살리고 중생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호귀 박사는 “수선결사문”에는 경전, 논석, 저술, 어록 등 총 65종 245종 이상이 다양하게 인용되어 있다”며 “이로써 백파는 간화선을 지향하는 입장에 있으면서도 不變과 隨緣과 我法과 人法과 기타 여실한 언교를 통한 교학적인 배경에 근거한 다양한 선리를 활용하였고, 나아가서 여러 가지 방편문을 수선의 방식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수선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살도의 실천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규탁 교수는 “불과(佛果)를 얻기 위해서는 심지(心地) 수행을 해야 한다는 법문이 「법망경」 상권의 첫머리에서 제기되었으며, 누구든지 불과(佛果)를 얻게 되면 반드시 만덕(萬德)을 갖추어 상주하게 된다.”며 따라서 “한국불교와 역사 및 사상과 관계가 깊은 「범망경」을 수지해야 하며, 그런 다음 교학에 뜻을 둔 불자들은 「화엄경」, 「대승기신론」을 각각 경장과 논장으로 해야 하고, 선학에 뜻을 둔 불자는 「육조단경」을 비롯한 「선문염송」과 「전등어록」 등 「전등법어」를 의지처로 삼아야 할 것이며, 염불에 뜻을 둔 불자들은 ‘상주권공’을 비롯한 안팎의 차비를 익혀야 할 것”라고 주장했다.
이덕진 교수는 “한국 선불교의 구세의식은 깨달은 자의 우월의식이 아니라, 저자거리에서의 동참의식이 되어야 한다.”며 “따라서 한국 불교는 중생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저자거리로 중생을 찾아나가서 세상과 소통하고 중생과 더불어 세상 속에서 행동하여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의정스님의 기조발제 요지>


부처님은 계율과 선정과 지혜의 삼학으로 수행하라고 하셨습니다.
옛 스승은 이를 찻잔의 고요한 물에 달이 비친다고 하였습니다. 이 찻잔이 바로 계율입니다. 계율이 없다면 물과 차는 있으나 그릇이 없는 것과 같으니 어떻게 차를, 자성청정한 반야의 지혜를 더불어 마실 수 있겠습니까?
인도불교가 중국화한 것이 선종이라면, 인도불교의 계율이 중국화한 것이 청규입니다.
계율 불가파괴의 법칙을 범하지 않으면서도, 중국 당대 현실을 반영하여 알맞게 제정된 백장청규는 작지작범(作持作犯), 개차법(開遮法)의 지혜를 발휘하여 중국 선종의 천여 년 역사를 면면히 흘러오는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청규는 예부터 종합 수행지침서라고 불려 왔습니다. 선원에서 수행을 하며 지켜야 할 모든 일상생활을 규범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규는 조사선(祖師禪)의 정신에 입각하여 생활선(生活禪)을 철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육조혜능(六祖慧能) 선사는 불성사상(佛性思想)과 반야사상(般若思想)을 중도(中道)로 융회시켜 조사선을 탄생시켰으니, 이는 인도불교를 개혁하여 중국화 한 것입니다. 인도불교가 수 겁을 수행해서 성불하는 좌선 위주의 수행이라면, 조사선은 일생성불(一生成佛)을 주장하는 동선(動禪) 위주의 수행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혜능 선사는 “행, 주, 좌, 와 가 곧 선”이라고 하였으며, 좌선은 “밖으로 일체경계에서 생각을 일으키지 않음이 좌요, 본성이 어지럽지 않음을 보는 것이 선이다”라고 정의하여 조사선을 천명하고 일상에서의 생활선의 길을 터주었습니다.
마조도일(馬祖道一)선사가 설파한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는 우리의 삶인 일상생활이 바로 불법진리라는 말입니다.
이러한 실천으로 청규에 보이는 특색의 하나가 보청법(普請法)입니다.
보청법을 보면, 「선문규식(禪門規式)」에 “보청하는 것은 위와 아래가 힘을 합치는 것이다”라고 하였고, 「칙수백장청규」에는 “마땅히 고인의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一日不食)의 계를 생각하라”고 설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선종의 노동에 대한 정의이자 수행의 규범입니다.
백장회해 선사가 주장한 보청법의 노동은 생명과 직결되는 신성한 의무이자 수행의 핵심요소이며, 노동을 단순히 생산을 위한 일이 아니라 수행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보청은 위로는 방장으로부터 아래로는 행자에 이르기까지 전대중이 공동으로 함께하는 대중 운력으로, 노동을 하되 노동의 상에 집착하지 않고 철저히 수행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화두를 들고 상에 걸리지 않는 좌선의 실참이 운력에도 그대로 이어져서 행주좌와 어묵동정의 수행으로 이어지는 청규의 독특한 수행법이 수립된 것입니다.  
보청 정신에 대하여 『환주암 청규(幻住庵淸規)』에서는 이렇게 설하고 있습니다.
“마음으로 도념을 보존하고 몸으로는 대중과 함께 운력에 전념해야 한다. 일을 마치고 승당에 돌아온 후에는 고요하고 묵묵히 하여 처음과 같이 하라. 일할 때나 좌선을 할 때나 동정의 두 모습이 여일하게 같아야 하며 당체는 일체의 경계에 초연해야 한다. 비록 종일 노동하였지만 아직 노동하지 않은 것 같이 해야 한다.”
전 대중이 함께하는 운력은 반야의 구체적인 실천이고, 불성사상이 설파하는 인인평등의 체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선농겸수의 선종가풍은 중요한 실천 덕목으로 자리매김하여 면면부절 전승되어 오고 있습니다.
노동의 수행화는 세계종교사에 그 유래가 없는 선종만의 노동관입니다. 청규의 또 다른 특색의 하나인, 선다례(禪茶禮)의 경우를 보더라도 청규는 차를 수행으로 승화시켜 선다일치의 생활선을 실천 가능케 하였습니다.
고청규에서는 결제와 해제, 사대명절, 방장 등 소임자 이취임, 사법자를 위한 의식, 장례, 제사기일, 보차(普茶), 청차(請茶), 접빈(接賓), 총림의 모든 행사에 다례를 행하였습니다.
조주종심(趙州從心) 선사는 참방하는 납자들에게 “차 한 잔 마셔라”라는 조주청다가풍(趙州請茶家風)을 세워 차를 화두로 승화시켜 선다일여의 극치를 보여주었습니다. 조주선사의 청다 가풍은 선종의 4대 가풍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차와 관련한 화두는 1,700 여 공안 중 164칙이 보일 정도로 선다일여가 보편화 되었습니다.
백운수단(白雲守端)선사는 어느 날 차를 마시다가 홀연히 깨달은 후 다담선(茶湛禪)을 개창하여 선다일미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하였고, 명선(茗禪)이란 화두와 화경청적(和敬淸寂)의 선 정신으로 승속을 교화하여 선다일여의 생활선을 구체화하였습니다.
한국의 다성(茶聖)이라 불리우는 초의의순(草衣意恂)선사는 『동다송(東茶頌)』에서 “체와 용이 온전하더라도 오히려 중정(中正)을 잃을까 두렵나니 중정을 잃지 않으면 건전함과 신령함을 함께 얻는다”라고 하여 차생활이 곧 중도수행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이와 같이 선과 차의 만남은 선차 일여의 세계인 다도라는 출중한 선문화를 탄생시켰고, 이는 선의 사회화에 큰 공헌을 하고 있으며 또한 일상생활을 통해 선정을 닦는 생활선을 극대화해 선의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청규에 담겨있는 요소별 수행정신을 살펴보면, 의식주에 있어서는 검박함이 담겨있고, 대중에 봉사하는 소임에 있어서는 공심으로 진력을 다했으며, 소유함이 없어도 사물을 아껴 낭비함이 없게 하였고, 다례와 제의 등 의식을 집전함에 있어서는 속사와 사치를 없애고 위의를 존중하였으며, 외부와 소통함에 있어 출입과 서류 규범을 간소하게 하여 세간과 번잡하게 섞이지 않게 하였고, 특히 불전 예배도 존중하였으나 법문을 청하고 수행 점검함을 더 중시하였습니다.
이처럼 청규는 현실에 적합하면서 선원 일상의 모든 생활이 선의 정신에 일치 하도록 되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한국 선종의 근본 수행법인 간화선이 삶과 수행이 분리되어 있어 위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간화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우리는 이 충고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간화선 수행은 무시선(無時禪), 무처선(無處禪)으로, 일상생활이 곧 선이고 선수행이 곧 일상생활인, 생활선 정신을 소화한 선사들에 의해 탄생할 수 있었던 수행법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선원생활을 하는 선자들을 위한 바로 이러한 생활선의 종합지침서인 청규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은 간화선 정신을 회복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선원 수행 풍토를 개선하는 길이고, 나아가 세계화의 초석을 다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눌이 해동청규인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으로 고려선종을 일신했고, 도원이 『영평청규』로 일본의 조동선종을 열었는 바, 21세기 들어 조계종의 선림(禪林)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선원청규』를 찬술한 것은 조사선, 간화선의 전통을 잇고 태고(太古), 서산(西山) 등 수선의 끈을 놓지 않은 옛 스승들의 간절한 유지를 받들어 정법을 현전코자하는 이 시대 선사들의 정법수호 의지가 결집한 결과입니다.
이 시대는 선원의 내부를 정비하고 밖으로 정법을 유포해 나아가야할 시대적 사명이 도래하였다 할 것입니다. 따라서 조사선, 간화선 전통의 맥을 잇고, 청규의 정신으로 이를 다방면에 걸쳐 궁구하고 실천해 나갈 납자, 선자, 학자들의 출현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기도 합니다.


이 시대는 선원의 내부를 정비하고 밖으로 정법을 유포해 나아가야할 시대적 사명이 도래하였다 할 것입니다. 따라서 조사선, 간화선 전통의 맥을 잇고, 청규의 정신으로 이를 다방면에 걸쳐 궁구하고 실천해 나갈 납자, 선자, 학자들의 출현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