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9대 종정 노천당 월하대종사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의미인데 불가(佛家)에서 보면 나날이 새 날이고 새해이다. 새해를 맞이해서 신년에는 지난 해보다 더 잘되게, 더 알차게 하려는 다짐을 해야 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맞이해야 한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니 다시 생각할 필요도 없고, 순간 순간의 현재를 즐기고 신선한 마음으로 맞아야 한다.
승려들은 스님다운 스님이 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행(行)다운 행(行)을 해야 한다. 신심과 공익심이 투철하여 추앙받는 스님이 되어야 한다. 말법(未法)의 승려들이 자칫 지탄의 대상이 되기 쉬운데 신심과 이타(利他)정신만 있으면 약간 흠이 있어도 묻히는 법이다.
승려들은 불·법·승 삼보를 지극정성으로 믿고 불퇴전의 각오로 불시(佛示)의 혜명(蕙命)을 이어야 한다. 한시라도 해탈에의 생각을 잊으면 안된다. 그리고 스님들은 오직 남을 위해서, 중생을 위해서 살 결심을 해야지 자기 한 몸을 위해 산다면 출가정신에 어긋난 일체중생을 부처님처럼 예배하고 공양하여야 한다. 새해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부처님으로 보여야 한다. 재가불자들은 더욱 신심을 가지고 부처님을 섬겨야 한다.
우선 가장 요청되는 수행은 남의 허물을 보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옛 말에도 막평타인(莫評他人)하고 불긍자기(不肯自己)라 했다.

타인을 평하지 말고 자기를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다.
중생은 둘만 모이면 남의 허물을 보고 자기 자랑만 늘어놓기 쉽다. 어찌하든 남을 위해서만 살려고 하면 수행은 자연스럽게 되는 법이다. 내가 괴롭더라도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면 참아야 하고 불평불만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자신을 죽이고 중생의 시봉이 되어 그들을 위해서 살아가야 한다.
중생의 기분을 거슬리지 않도록 힘써야 불자의 자격이 있다.
승속(僧俗)을 막론하고 공히 신심과 공익심(公益心)으로 새해를 새로 장엄해야 한다.
光黑不二是非一/ 광흑불이시비일
眞妄無異是無同/ 진망무이시무동
빛과 어둠이 둘이 아니지만 같은 것도 아니요,
참과 거짓이 다름도 아니며 같은 것도 아니다. - 2532년 신년법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