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때 벗겨내듯 기름때 제거 천혜의 자연보고였던 태안반도가 죽음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통도사와 구룡사 대중스님들은 안거중 잠시 수행을 쉬고 신도들과 함께 기름방제복을 입고 신두리해변으로 달려갔습니다. 통도사 부처님진신사리탑 불전함에 모금된 성금 3천만원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보시할 음식물도 함께 가지고서였습니다.
이날은 통도사 주지 정우스님도 가사와 장삼을 벗고 자원봉사자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아니 그들보다 앞서나가 백사장에 엎드려 바위와 모래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기름덩어리를 떼어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오체투지를 하며 티베트를 순례하는 수행자의 모습과도 같았습니다. 그리고 스님 일행이
지나간 뒷자리에는 죽음의 그림자도 벗겨지고 있었습니다.


조계종 제15교구본사 통도사 주지 정우스님은 통도사 스님 100명과 서울 구룡사 및 일산 여래사 신도 200명 등 모두 300여명의 사부대중을 이끌고 17일 태안 현지를 방문해 구호활동을 벌였다. 정우스님은 조계종 총무원과 불교계 재난본부가 설치된 예산 수덕사, 태안군청에 각각 1000만원씩 모두 3000만원을 기탁하고 피해주민들을 위로했다.
스님은“하루아침에 기가 막힌 현실에 처한 어민들의 사정이 너무 안타까워 마음을 낼 수밖에 없었다”며“성금 역시 필요한 곳에 바로바로 집행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나누어 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