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링 린포체
구룡사는 지난 2552년 11월 23일 오전 10시 통도사 화엄산림법회를 위해 정우스님의 초청으로 방한한 링 린포체 스님을 모시고 특별법회를 열었습니다. 법회는 10시 예불의식을 시작으로 진행되었고 11시 쯤 링 린포체 스님께서 법상에 앉아 설법을 시작했습니다. 이날 설법의 통역은 양승규 교수님께서 하고 중요한 개념 등에 대해서는 옆에 앉은 남카 스님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편집자 주>
먼저 이렇게 한국을 다시 방문하여 한국 불자님들을 만나게 된 점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방문한 목적은 무엇보다도 부처님 법을 나누기 위한 것입니다.
오늘은 제 쫑카파 대사의 저술 중의 하나인「도(道)의 세 가지 핵심」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 쫑카파 대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 티베트에서 활약하신 분으로, 문수보살의 화신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주제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법문을 듣는 마음에 대해서 3가지 허물을 그릇에 비유한 말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엎어놓은 그릇입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과 쌀을 담으려고 해도 엎어놓아져 있는 그릇에는 법을 담을 수 없습니다.
둘째는 구멍이 난 그릇입니다.
법을 들을 때는 이해한 것 같아도 곧 구멍으로 새어나가 아무것도 남지 않는 허물입니다.
셋째는 더러운 때가 묻어있는 그릇입니다.
그 안에 우유나 쌀을 담는다면 그 음식은 곧 그릇과 함께 더러워질 것입니다.
이와 같은 마음의 허물을 잘 생각하시고 법문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이 항상 병을 앓고 있는 환자라는 생각을 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법을 주시는 스승은 그 병을 치료하시려는 분이고, 그 약(藥)은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란 생각을 항상 하여야 합니다.
「道의 세 가지 핵심」은 바로 공성(空性)과 보리심(菩提心), 그리고 출리심(出離心)입니다.
이것은 귀경게(歸敬偈)에 나와 있는 것입니다.
첫 단계 청정한 출리심을 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현재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마치 손가락으로 갠지스강의 모래를 찍었을 때 나머지 강바닥의 모래에 대비하여 손가락에 올라가 있는 모래의 수만큼의 확률로 비유한 것입니다. 이렇게 원만한 기회와 조건을 가지고 사람으로 태어난 이번 기회에 공덕을 쌓고 10선업을 쌓지 않는다면 그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일 것입니다. 마치 금이 사방에 깔린 어떤 나라에 간 사람이 금 조각을 아무것도 지니지 않고 집에 돌아왔다면 다른 사람들이 무척 안타까워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현생에 대한 집착(재물, 수명)은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해서도 해가 되는 것으로 현세에 안주 하지 말고 내세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않고 낮이나 밤이나 출리심을 내어야 해탈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원만한 깨달음에 이르는 데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번째인 보리심을 일깨워야 하는데 그것은 중생의 고통을 생각하는 자비심이 필요합니다.
유명한 월칭(다르마끼르띠) 논사께서 하신 말씀 중에 밭에서 농사를 지을 때도 그 종자와 영양분, 결과가 모두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윤회의 모습이라는 것은 손발이 묶이고 쇠그물에 걸린 채 바다에 빠져 가끔씩 파도가 출렁일 때만 숨을 헐떡이는 그런 모습이라고 합니다. 만일 그런 일이 우리 가족, 특히 어머니가 그런 상황에 있다면 빨리 그것을 풀어드려야 하겠다는 마음이 날 것입니다. 그런데 일체중생이 시작도 끝도 알 수없는 생사윤회 속에서 한 때는 나의 어머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일체 중생에 대해서도 그런 자비심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쇠그물은 바로 아집(我執)을 뜻하는 것인데, 세 번째로 이 아집을 없애고 공성을 체득하는 것이 부처님을 가장 기쁘게 하는 것입니다.
공의 지혜는「모든 것이 공(空)하다」는 명확한 인식과「모든 것이 연기한다」는 것이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가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볼 때도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음을 잘 알 수 있듯이「연기가 곧 공」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아집을 끊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공이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아니라 자성(自性)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간단하게 설명하기는 다소 어렵지만, 두 가지 부분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아집이라는 그물에 다시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부처님의 가르침은 문수보살의 화신이신 제 쫑카파 대사로부터 제 1대 달라이라마를 거쳐 현 14대 달라이 라마에게 전수되었고 저는 달라이 라마 성하로부터 이 가르침을 듣고 이제 여러분들에게도 전달해 드리는 것입니다. 이런 끊임없는 법의 전수로써 이 법회가 의미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르침을 이해하고, 가능한 한 계속 떠올리고 마음을 정화하며 수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부처님 전에 향을 올리고 기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처님의 수승함과 그 가르침을 이해하고 실천에 옮길 때 우리의 믿음은 더욱 견고해질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스님들만 공부하는 게 아니고 재가자들도 배우고 익히고 선한공덕을 짓고 나쁜 업을 소멸해야 합니다.
예전에 어떤 늙은 여인네가 부처님께 출가하고 싶다고 하였으나, 그 노인의 공덕을 보아하니 출가까지는 아니고 계를 받을 수 있는 공덕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공덕이 그 노인이 전생에 벌레였을 때 어떤 탑 주위에 파놓은 도랑에 떨어진 나뭇잎 위의 소똥에 있었는데, 바람에 이끌려 그 탑을 한번 돈 공덕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제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부처님의 본생담(本生談)에 나오는 이야기이, 여러분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따르는 불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현재 우리 티베트와 티베트 불교는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티베트를 위한 마음을 내고 기도가 전달된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법회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