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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며

김상숙
동대부중·고 교장 역임

누구나 새해를 맞을 때는 자신에 대해 다짐도 하고, 국민과 사회에 대한 바람, 정부에 대한 기대도 하게 된다. 여기서는 필자가 우리 국민에 대해 바라는 바를 몇 자 적어 본다.


첫 번째 잔소리.
나는 올해 6년째 헬스클럽에 나가 운동을 하고 있다. 체육관 입구엔 슬리퍼가 놓여 있다. 그것을 신고 운동복으로 갈아 입는 데까지 간다. 운동을 마치고 나갈 때엔 그 반대 코스다.
출입구에서 슬리퍼를 벗어 두고 통행 신으로 갈아 신는데, 회원 전부가 슬리퍼를 바깥으로 향한 그대로 벗어 두고 나간다. 가지런히 벗어두는 경우는 그래도 약과이다. 어떤 사람은 슬리퍼를 훌쩍 벗어 던지다시피 하고는 나가버린다. 뒤집혀져 있는 것도 있고 하여간 어지럽다.

나는 나갈 때 그걸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 6년 동안 그 슬리퍼들을 들어오는 사람이 바로 신을 수 있도록 가지런히 놓아두고 나간다. 나의 그 행위를 가까운 데서 운동을 하던 회원이나 들어오는 회원들이, 더구나 내가 정돈해 둔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기도 하는데 지금까지 아무 변화가 없다. 회비 내고 다니는데 그런 건 체육관 측에서나 할 일이라고 여겨서 그런지 모르겠다. 각자 조금씩만 남을 위해 배려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그게 잘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런 사소한 데서 출발한 배려의 정신이 온 국민에게 퍼진다면 얼마나 맑고 밝은 사회가 될 것인가 생각해 본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작은 것이 잘못되면 큰 것도 그르치고 하나가 미흡하면 전체가 무너진다.


두 번째 군소리.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이 한국의 공무원이 부패했다고 답했단다. 해마다 발표되는 부패지수에서 OECD국가 중 하위권이다. 외국인 운운할 것 없다. 우리 국민 중에 사회 각 분야 곳곳이 깨끗하고 투명하다고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치 분야가 그렇다고 믿을까. 경제계가, 문화계가, 교육계가, 종교계가 그렇다고 믿을까. 이러다간 천재지변에 직면했을 때 당국의 대피 명령에도 믿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입법부인 국회가 국회법 자체를 지키고 있는가. 18대 국회 개원 시기를 지켰는가. 파행만 거듭하는 국회가 법을 어기면서 국민에게 준법정신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인가.
지도자층이 온갖 비리와 범법을 자행하는 일이 허다한데 국민 대다수가 바르게 살기를 기대한다면 그야말로‘윗물이 혼탁해야 아랫물이 맑다’는 격언이 새로 생기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가짜가 판을 치고 있다. 정직하게 살면 손해 본다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정직한 사회 건설을 위해서는 가정에서의 부모부터 바르게 살아야 한다. 익히 아는 얘기지만, 전화가 걸려왔는데 아이가 받았다.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가“안 계신다고 해라.”라고 말했다. 아이가 전화기에 대고“아버지께서 안 계신다고 해라고 하십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정에서 아이가 거짓했다고 훈계할 수 있을까. 정직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확신하겠는가.
기성인들이여! 제발 본연으로 돌아가자. 제대로 하자.


세 번째 객소리.
지금 나라 안이나 나라 밖이 휘청거리고 있다. 럭비공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느 기업체에서는 새해에 걸맞은 4자성어로 질풍경초(疾風勁草)를 정했다고 한다. 세차게 부는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는 억센 풀이라는 뜻.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우나 또는 그러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고 보면 경제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 어려움이 따르게 되리라는 전제하에서 발상한 것으로 보여진다. 불어닥친 한파에 방한 채비를 못 한 사람처럼 갈팡질팡 어쩔 줄을 모르고 있고, 서로 네 탓, 내 탓 비방만 일삼으며, 무슨무슨 계파로 네 갈래 다섯 갈래 흩어져서 갈등을 빚고 있다. 참 가관이다. 어떤 대안을 제시하여도 아예 신뢰하지를 않는다. 현재의 형국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기서 주저앉을 수 는 없다.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얼음장 밑에서도 미나리싹이 돋아나듯 우리 다같이 힘을 합쳐 서로 존중하며 이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용기를 갖고 노력하자. 얼음장, 미나리싹에 생각이 미치니 떠오르는 시가 있다. 김종길님의‘설날 아침에’란 시를 여기 소개하며 싣는다.


매양추위속에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해는 가고또 오는 거지마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얼음장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마나리싹이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봄날을 꿈꾸듯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