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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禹) 임금의 치수(治水)

위행복 /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대강 정비’라는 사업이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강을 살리는 것이 뭐 나쁘겠는가만, 사업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오히려 강을 죽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대운하’라는 아이템을 만들어 유권자들의 이목을 잔뜩 끌더니, 선거가 끝난 후에는 여론에 따라 사업을 접겠다고 발표했었다. 국민의 뜻을 존중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사대강’이란다. 그 강이 그 강이고, 그 사업이 그 사업인 것 같아서, 뭐가 다르다는 것인지 아리송할 뿐이다. 과학적 지식이 옅은 필자로서는, 토목사업을 둘러싼 논란을 대하면서, 사업 그 자체보다도 그 의사결정 과정에 더 관심이 갔고, ‘우(禹) 임금의 치수’가 생각났다.

우(禹)는 지금으로부터 4천여 년 전인 요순(堯舜) 시대 사람이다. 요 임금으로부터 왕위를 선양(禪讓) 받았으며 요 임금의 사위이기도 했던 순(舜) 임금이 재위하고 있을 당시, 엄청난 홍수가 연이어졌다고 한다. 그리하여 물난리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순 임금은 곤(?)이라는 사람에게 치수(治水)를 맡겼다. 대업을 담당한 곤이 물난리를 다스리기 위해 택한 방법은 둑을 만들어 몰려드는 물을 가두는 것이었고, 그는 천제(天帝)의 보물인 식양(息壤)을 훔쳐다 둑을 쌓았다고 전한다. 식양은 스스로 생장(生長)할 수 있는 신령스러운 흙이어서,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아무리 둑을 높게 쌓아도 물은 끊임없이 몰려들었고, 계속 불어난 물이 결국에는 둑을 무너뜨리고 말았으며, 끝내 치수에 실패한 곤이 처형을 당하기에 이르렀다.

곤이 죽은 뒤 그의 아들인 우(禹)가 대를 이어 치수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의 치수 방법은 그 아버지와는 판이했으니, 물줄기를 차단하거나 물을 가두지 않았으며, 물길을 터서 원만히 소통되도록 했다. 그는 아버지가 쌓아 올린 거대한 둑을 제거했고, 홍수의 근본적 원인을 가늠할 수 있는 세밀한 지형 탐사를 거쳐 물길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최대 난관이었던 용문(龍門)이라는 곳의 물길을 트는 작업에는 무려 5년이 걸리기도 했는데, 종내는 탁 트인 물길이 완성됨으로써 물이 일사천리(一?千里)로 바다를 향할 수 있게 되었고, 홍수가 다스려지게 되었다. 우(禹)는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물의 본성을 이해했고, 그 본성의 충족을 보장했으며, 올바른 곳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했다. 그리하여 억압당하던 봇물이 터졌을 때 빚어질 엄청난 재앙을 미연에 그리고 근원적으로 해소했다. 이 위대한 치수사업을 완수하는 데는 13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되었는데, 그 사이에 자기 집 앞을 지나갈 기회가 3번 있었지만, 우는 집에 들르지 않았다고 한다.

억압과 통제로서는 계속 불어나는 물을 다스릴 수 없음을 간파한 혜안의 소유자 우(禹)의 성공적인 치수로 인해, 홍수가 다스려졌을 뿐만 아니라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이 늘어났고, 농업생산 또한 크게 증가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순 임금의 인재 등용을 칭송하였고, 순 임금은 우에게 상을 내렸으며, 우는 치수 이외에도 많은 공을 세웠다. 마침내 순 임금이 천하를 그에게 선양(禪讓)함으로써 우가 임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으니, 그가 바로 하(夏) 나라의 시조 우 임금이었다. 하 나라는 중국 역사상 최초의 왕조(王朝)이며, 기원전 21세기에서 기원전 16세기까지 존속했던 나라로 전해진다.
그렇다! 끊임없이 생겨나고 불어나는 것을 영원히 가두고 통제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불가능하다. 둑이 “산성(山城)”처럼 거대하다고 해서 물이 안 밀려드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둑이 높을수록 물은 더 많이 모여질 뿐이니, 그렇게 갇혀 있던 봇물이 한꺼번에 터진다면 누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가두고 막는 것보다는 트고 소통시키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그러므로 물길을 터 물이 흐르도록 하고, 언로를 터 여론이 소통되도록 하고, 불필요한 규제의 전봇대를 뽑아 없애야 하는 것이다. 행여라도 우리 사회에 높은 장벽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면, 사람들 간의 갈등이 커지고 국론이 분열되는 현상이 있다면, 조속하고 마땅한 조치가 가해져야 할 일이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구조가 국가번영의 필수조건이라는 것이 인문학도인 필자의 신념이다. 지구상에 있는 나라들은, 드넓은 국토나 풍부한 자원 등등 저마다의 강점이 되는 조건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것이 제대로 발휘되면 국민들이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제반 조건들 중에서도 가장 우선하는 것은 사상적으로 자유롭고 정치사회적으로 민주적인 국가구조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나라들 중 민주적이지 않은 나라가 있는가? 땅이 넓거나 자원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윤택하지 못한 나라들은 있지만, 민주사회를 유지하면서도 못사는 나라는 없다.

왜 그런 것인가? 민주적인 나라가 경제적으로도 발전하는 것은 전 국민의 창의적 역량이 가동될 수 있는 사회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뒤집어 말한다면, 사상적으로 자유롭고, 언로가 막히지 않고, 다양한 세계관의 소유자들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소외된 계층이 없어야만 나라가 경제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명의 학생이 교육으로부터 소외되면, 그는 성장한 이후 국가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로부터도 소외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나라는 그 만큼의 손해를 보게 된다. 국민 한명이 복지로부터 소외되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상실한다면 나라는 그 만큼의 손실을 입게 된다. 소외를 해소하고 소통을 확대하며,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어야만 선진국으로의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은 ‘제4차산업’ 또는 ‘교육산업’이라고도 부르는 ‘지식산업’의 시대이며, 유치원에서 대학, 나아가서는 사회교육에 이르기까지, 교육과 두뇌의 개발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이다. 우리가 이만큼의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이 남다른 교육열과 학구열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점인데, 지금으로서는 교육이나 복지 분야에 보다 많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토목사업에 돈을 쓰는 것보다 훨씬 부가가치가 높다는 생각이다. 지식과 지혜를 갖추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행복일 뿐만 아니라, 그럴 수 있어야만 국가나 개인의 미래 또한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정 편성에 있어서도 지식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가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국민과 여론이 원치 않는 사업은 축소되거나 철회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500년 전의 전국시대(戰國時代)를 살았던 맹자(孟子)도 민심이 천심(天心)이라 했거늘, 지금이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국민들로부터 잠시 권력을 이양 받은 정권은 국민의 의사를 하늘의 뜻처럼 받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정권만이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정권이고, 나라와 국민의 장래를 보장할 수 있는 정권이다.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에 장족의 발전을 했음은 온 세계가 인정하는 바이지만,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겸허하고 유연하고 민주적인 리더십이 절실한 시기이다.

필자는 작년 1년 동안 대만에 교환교수로 체류했었다. 타이페이의 모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는데, 부쩍 높아진 우리말의 위상이 매우 자랑스러웠다. 학생들도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했기 때문에 가르치는 것 역시 즐거웠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대만보다 잘사는 나라라는 인식도 읽혀졌는데, 현재의 번영은 지난 30여 년 간 발전시켜 온 민주화에 힘입은 바가 크다. 호랑이해를 맞아서는 더욱 민주적인 사회가 구현됨으로써 한국이 세계를 향해 포효할 수 있는 국가로 발돋움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발문>
전국시대(戰國時代)를 살았던 맹자(孟子)도 민심이 천심(天心)이라 했거늘, 지금이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에 장족의 발전을 했음은 온 세계가 인정하는 바이지만,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겸허하고 유연하고 민주적인 리더십이 절실한 시기이다. 호랑이해를 맞아서는 더욱 민주적인 사회가 구현됨으로써 한국이 세계를 향해 포효할 수 있는 국가로 발돋움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