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수행 법문하는 고우스님

유철주
조계종 기획실 홍보팀 주임

언제 어디서나 불자들을 만나고 어렵지 않은 말로 불교를 쉽게 설명해 주는 고우스님(조계종 원로의원). 어쩌면 고우스님은 대중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던 ‘선지식(善知識)’이라는 단어를 책상 위에 있는 연필통만큼이나 가까운 곳에 내려오게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우스님을 이 시대 최고의 선지식 중의 한명이라고 칭송하곤 한다.
불자들을 만날 수 있다면 전국 어디를 마다하지 않는 고우스님의 법문은 간명하다. 불교의 핵심은 중도(中道)와 연기(緣起)이고, 이를 이해하고 실천할 때 우리 모두 부처가 되어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스님의 말씀이다.
스님은 최근 백양사에서 ‘깨달음의 길을 찾는다’를 주제로 열린 야단법석(野壇法席)에서도 명쾌한 설명으로 법문을 경청한 대중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깨달음으로 가는 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
“깨달음으로 가는 길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하고 좋은 것입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누구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사실 ‘행복’과 ‘불교’가 쉽게 연결되어지지는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좋은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반복된다. 어쩌면 행복이 손에 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고통 받는 사람도 많다. 그렇지만 고우스님은 불교를 정확하게 이해하면 행복은 바로 곁에 있는 것이라고 전한다. 그래서 운문스님은 “날마다 좋은 날”이라고 했는지 모른다.
당연히 생활 속에서 살아있는 불교가 중요하다. 스님은 “일상생활을 떠나 불교를 말하는 것은 토끼에게서 뿔을 찾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일상적인 삶 속에서 불교가 적극적으로 실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자성(自性)을 바로 보는 것도 중요하다.
고우스님은 중국 마조선사와 대주스님의 일화를 예로 들었다.

어느 날 대주스님이 마조선사를 찾아 인사를 드렸습니다.
“어디서 오는가?”라고 마조스님이 대주스님에게 물었어요.
“월주 대운사에서 왔습니다.”
“여긴 무엇 하러 왔는가?”
“깨달음을 구하러 왔습니다.”
“자기의 보물창고는 던져 버리고 사방을 다니면서 무엇을 구하는가?”
“어떤 것이 저의 보물창고입니까?”
“지금 나에게 묻는 것이 그대의 보물창고다. 온갖 것이 구족하여 조금도 모자람이 없어서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데 어찌하여 밖에서 구하려 하는가?”
대주스님은 이 말을 듣는 순간 큰 깨달음을 얻어 6년 동안 마조스님을 떠나지 않고 시봉하였습니다. 그 후로 대주스님은 누가 와서 깨달음에 대해 물으면 “자신의 보물창고를 열어 그 보물을 마음껏 사용하라”고 하셨습니다.

고우스님은 “대주스님도 그렇고 우리 모두에게는 마음의 보물창고가 있다”며 “본래 부처라고 하는 보물창고를 잘 찾으면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공(空)’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를 한다면 삶이 바뀔 수 있다며 부단한 정진을 당부했다. 50%를 이해하면 이해한 만큼 삶이 변한다는 것이다.

“공(空) 이해하면 삶 바뀔 것”
“팔만대장경은 ‘공(空)’ 한 글자로 압축할 수 있다”고 말한 스님은 “공을 알게 되면 모든 존재 원리를 이해하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스님은 “처음 이것을 모를 때는 스스로를 구박하고 학대했었는데,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중놀이가 재미있어 졌다”고 한다.
스님은 공(空)을 이해했을 때 몇 가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차별심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게 되고 나아가서는 인종, 민족, 종교, 이데올로기도 초월하게 된다. 일상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지만, “비교만 안 해도 훨씬 행복하게 된다”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두 번째는 자기 일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주부와 학생, 직장인 등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느끼게 된다. 고우스님은 “이 세상에 가치 없고 무의미한 일은 하나도 없다”며 “특히 부처님 법을 전하는 스님과 불자들이 아주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세 번째는 수처작주(隨處作主)다. 어느 곳에서나 주인이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 어디서든 당당해질 수 있다. 자주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독선과 독단이 아닌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주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갈등이 없어진다. 개인 간의 갈등, 집단 간의 갈등을 비롯해 사회 갈등이 없어진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갈등비용으로만 엄청난 돈을 낭비하고 있다. 과정과 검토 없이 마구잡이로 진행되는 소위 ‘국책사업’들은 그래서 수많은 갈등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그래서 소통이 더 중요하다.
스님은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소통은 ‘나를 따르라’ 식의 일방적 소통일 뿐”이라며 “부처님이 가르친 쌍방소통, 성철스님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며 말씀하신 상호 존중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소통’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종교가 바로 불교다. 창조주나 유일신이 아닌 모든 생명을 평등한 주체로 인정하고 대화하기 때문에 소통이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요즘 불교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고우스님은 “이런 위대한 길을 발견하신 분이 바로 부처님”이라며 “지구상의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 각자가 부처의 삶을 살면서 정치나 교육 등에서 자기 역할을 할 때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복(淸福)의 삶 살자!”
스님은 한국불교의 기복문화에 대해서도 공과 연관 지어 이야기를 풀었다. 기복(祈福)을 하더라도 공을 이해하고 자성(自性)을 바로 보면 ‘깨끗한 복(淸福)’을 짓게 된다는 것이 스님의 말씀이다. 즉 본인과 이웃에게 모두 보탬이 되는 복을 만들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우스님은 “지금부터라도 공(空)을 이해한 삶을 살자. 공(空)의 지혜로 삶을 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세계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스님은 오온개공(五蘊皆空)의 의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는 청중의 질의에도 “연기(緣起)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어떤 것도 홀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기에 공(空)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외향적 가치보다 내면적 가치를 지향하라고 당부했다. 밖으로 보이는 것에만 매달리다 보면 결국 허무한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용산 참사나 노무현 대통령 서거 사건 등은 우리 사회가 내면보다는 외향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스님은 질책했다.
2시간여의 법문은 이렇게 끝났다. 깔끔했다. 군더더기도 없다.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법상에 올라 주장자를 드는 많은 스님들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선 포교사’임을 자임하며 처처를 누비는 스님의 더 많은 사자후를 기대해 본다.

<발문>
고우스님은 “공(空)의 지혜로 삶을 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세계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의 용산 참사나 노무현 대통령 서거 사건 등은 우리 사회가 내면보다는 외향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