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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고향같은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한 해가 가고 또 온다.
백거이의 시 한 수를 먼저 읽어본다.
官初罷後歸來夜 관초파후귀래야
天欲明前睡覺時 천욕명전수교시
起坐思量更無事 기좌사량갱무사
身心安樂復誰知 신심안락부수지
관직의 일 마치고 밤에 돌아와
날이 밝기 전에 잠에서 깨어나네
일어나 앉아 생각해보면
별 다른 일 없어라
몸과 마음 안락함을
그 누가 알꺼나
시인의 호인 낙천樂天에 참 어울린다. 천명대로 주어진 삶을 즐긴다는 뜻쯤 된다. 개인적인 욕심을 따로 부리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얼마 전에 만난 만화가 선생님께 이런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은 개미 뒷다리 그 중에 오른쪽 뒤에서 두 번째 다리 둘째 마디에 붙어있는 미생물끼리 주고받는 대화를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분이십니다.”
실제로 어떤 사람이 그린 꽃그림에서는 그 꽃의 향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혹시 그 그림이 있는 방에 다른 꽃이 화분에서 피워내는 향기일 수도 있겠지만 먹물의 결과 결 사이에서 코를 지나 달팽이관의 좌측면 뒤쪽까지 울려주는 울림과 향기를 동시에 전해주는 그림이 있기도 하다.
새벽에 일어나 앉아 생각을 가다듬는데 그저 몸과 마음이 안락한 것을 보면 이 시인은 속이 참으로 편했던 사람이다. 개미 뒷다리의 미생물도 미생물이고 뱃속 대장벽에 붙어있는 미생물도 미생물이다. 낙천거사의 대장벽에 붙어있었던 미생물들은 참 착한 미생물들이었다. 그러니 그 새벽에 그렇게 편안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시절에 유산균 음료를 따로 챙겨먹었던걸까. 따로 특별히 준비된 주사를 맞지 않고도 시인은 몸과 마음이 가뿐하고 편해질 수 있었으니 나름의 비결이 분명히 있었을 터이다. 이 시를 감상하는 분들도 낙천거사의 에너지를 전해 받아 별다른 조치 없이 몸과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질 것이 틀림없다.
조선시대를 살았던 중관中觀스님의 시 한 수도 음미해볼만 하다.
孰能相與作同參 숙능상여작동참
知識誰勞五十三 지식수로오십삼
 一步無移功行畢 일보무이공행필
故鄕元不在東西 고향원부재동서
그 누가 서로 함께
동참할 수 있을까
무엇하러 53선지식
찾느라 수고했던가
한 걸음도 옮기지 않고
공행을 마쳤나니
고향은 원래
동서 사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서
사람에게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고향이 있는 것처럼 대장벽의 미생물에게도 고향이 있다. 대장벽 안쪽이 제 각도를 입체적으로 제자리에 유지하고 있으면 미생물도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그런데 마이크를 미리터리 단위로 각도가 살짝 틀어지면 미생물은 그만 대장벽 비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온갖 몸부림을 치게 된다. 알콜이라는 성분이 강한 수분이라도 파도처럼 밀려오고 쏠려가고 하면 있는 손톱 없는 발톱은 곧추세우고 대장벽은 움켜쥐면서 떨어지지 않으며 필사의 노력을 펼치게 된다.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 돌아다닌 노력과 비길만 하다.
대장벽의 조 단위 십조 단위의 숫자를 자랑하는 미생물들이 손톱으로 대장 안쪽 벽을 움켜쥐면 뱃속이 거북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머리끝까지 차츰차츰 여파가 미쳐서 먹고 싶지도 않고 움직이고 싶지도 않고 심지어는 살고 싶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딱히 죽어지지도 않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고 미생물타임지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 미생물은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대장벽의 각도가 마이크로 미리미터 단위로 살짝 틀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몸통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경우는 그 이유를 찾기가 그래도 쉽다. 문제는 손가락이나 발가락에 원인이 있는 경우이다. 손가락과 발가락에 모든 장기와 연결되어 있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들은 적은 있다.
두 번째 손가락의 마디뼈와 세 번째 마디의 뼈를 잇는 관절시스템이 살짝 삐끗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쉽게 말해서 손가락이 삐는 경우이다.
전에 어떤 분은 지나가는 이야기 비슷하게 결혼하려면 남자는 먼저 눈이 삐어야 하고 결혼하고 나서는 입이 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눈이 삐어야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보다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이 그분의 부연설명이다. 좌중에 있던 다른 분이 입은 왜 삐어야 되느냐고 질문을 하자 이런 대답이 그 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래야 해주는 음식마다 맛있거든요.”
삐는 이야기 자체가 잠깐 삐어서 입이 삐는 곳까지 갔는데 다시 손가락으로 돌아와야겠다.
두 번째 손가락뼈가 살짝 삐면 곧바로 뱃속에 있는 대장의 전체 입체 각도와 위치가 미세하게 틀어진다. 중간 팔꿈치의 각도와 어깨시스템의 각도 초극미세하게 뒤틀리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대장의 전체 입체각도가 틀어지면 대장벽에 자리를 잡고 있는 미생물생태계 전체 시스템에 비상이 걸린다.
텔레비전에서 아프리카 어느 호수에 몰려드는 플라밍고 떼를 본 적이 있다. 많이 모이면 백만 마리가 모여든다. 백만 마리의 플라밍고 떼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대장벽에 있는 조 단위의 미생물들이 저렇게 흔들리는 것이로구나 하는 느낌이 뇌리를 번쩍하고 스쳐지나간 적이 있다. 장자에 바닷물 삼천리를 후려치면서 날아오르는 붕새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느 선생님은 그 붕새가 한 마리의 큰 새가 아니고 조그만 새들이 모이고 모여서 새떼를 이루어서 날아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하셨다.
일시에 일분간 소등했다가 다시 켜지는 촛불화면을 보면서 붕새도 떠오르고 플라밍고 백만 마리가 함께 날아오르는 화면도 떠오르고 대장 안쪽 벽에서 조 단위로 떼를 지어 움직이는 미생물의 파노라마 댄스도 같이 떠오른다.
저 대장벽 안쪽에 있는 미생물 한 마리의 몸 속에도 또 그렇게 어쩌면 수백 조를 헤아리는 미세미생물이 들어 있음에 틀림없다. 그 미세미생물의 몸 속에 들어있는 초극미세미생물까지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삼일 밤낮 끊어지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하는 사람이 있으면 딸을 연결시켜 주겠노라고 했던 노인 분은 어느 청년으로부터 강물에 빠지는 쥐 이야기를 듣다가 하룻밤도 지나기 전에 항복을 했다. 청년은 다른 이야기 빼고 쥐들이 떼를 지어서 강물을 건너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스토리도 좀 곁들이기도 했지만 선두그룹에 있는 쥐들이 강물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단조로운 반복을 거듭했다. “그 뒤에 따라오던 쥐가 강물로 들어갔습니다. 약간 옆에서 따라오던 쥐가 강물로 들어갔습니다. 약간 뒤쪽에 있던 쥐가 오줌이 마려웠는지 조금 빨리 다가오더니 강물에 들어갔습니다. 그 다음 쥐가 강물에 들어갔습니다. 그 뒤에 있던 쥐가 강물에 들어갔습니다. ……”
“모릅니다. 알지 못합니다. 제 위치는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닙니다. ……”
일 년 전 오늘이 지나가더니 그 다음날도 지나고 그 후 5일째 되던 날도 지나고 10년 20년 뒤의 어느 날도 지나갈 것이다.
새해의 하루하루도 모든 분들의 대장벽의 미생물들까지 몸과 마음이 편안한 하루하루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