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행
여래사 불자
며칠 휴가를 얻어 어디를 갈까 하다가 딸이 말한 범어사로 결정 했다.
화요일 새벽, 17년 만에 처음으로 작은애 혼자 밥 먹으라고 하고 딸아이와 집을 나섰다.
작은애에게 혼자 밥도 챙겨 먹고, 등교도 하라고 하고 떠나왔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딸은 ‘혼자서도 해봐야지~~’ 한다.
6시 40분 부산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딸이 동생에게 전화를 건다.
한발 늦었다.
‘혼자서도 해봐야지~~’ 했던 딸도 동생이 걱정됐나 보다.
사시불공에 맞추어 범어사에 도착하려 했으나 워낙 먼 길이라 겨우 공양시간에 맞춰 범어사에 도착했다.
범어사는 1,500여 년 전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조계종 제14교구 본산이며 선본 10대 사찰 중 한 곳이다.
터미널에서 범어사까지는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께서 다음 여행지로 이동 할 때는 어디서 어느 버스를 타고, 전철로는 어디서 내리는지 친절히 안내를 해준다.
스스로를 불자라고 소개한 기사님께서는 우리에게 ‘공양 먼저 하시죠.’ 하더니 공양간 앞에 친절히 내려준다.
몇 백 년 동안 범어사를 지켜온 아름드린 은행나무가 노란 옷을 입고 우리를 온몸으로 반겨 준다.
공양을 마친 후 한 시 예불에 참석했다.
수능 전날이라서 법당이 더 붐볐을까, 아니면 불심 깊은 부산이라서 평소에도 대웅전이 불자들로 만원을 이룰까, 대웅전은 발 디딜 틈도 없다.
그래서 대웅전 밖에서 예불에 참석했다.
기도 하는데 어디인들 어떠하랴….
예불 후 처음 뵙는 불자와 커피 한 잔으로 법담을 나눈다.
범어사 참배를 마친 후 국제시장과 자갈치 시장을 구경했다.
자갈치 시장에서 우리에게 영어와 중국어로 호객행위를 한다.
“저 한국사람입니다.”
딸이 그 자리에서 배를 잡고 웃는다.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을 구경한 후 오후 5시쯤 쇠미산 금용암으로 향했다.
부산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부산 범어사로 참배 갑니다.”
그 사이 지난번 봉정암 순례길에서 뵌 태정스님께서 페이스북을 보시고 금용암 참배를 권하셨다. 그래서 일정에 없던 금용암을 참배하게 된 것이다.
금용암에 갔을 땐 스님은 출타 중이시고 주지스님께서 반겨주신다.
금용암 대웅전에는 아미타부처님과 석가모니부처님, 약사여래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금용암은 대웅전과 종무소, 스님들께서 거처하시는 전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강아지 보살님 두 마리가 경내를 지키고 있다.
강아지 보살들과 주지스님과 차담을 나누다 보니 태정스님이 오셨다.
“참 묘한 인연입니다.
특별히 약속도 안 했는데 벌써 세 번의 인연이 있습니다.”
스님의 말씀처럼 용문사에 이어 봉정암, 그리고 금용암까지, 참 이상한 인연이다 싶다.
버스 시간에 쫓겨 태정스님과는 잠시 차담만 나누고 터미널로 향했다.
못 탈줄 알았던 막차를 타고 집으로….
기도란 시간도 장소도 중요하지 않다.
마음이 중요하다.
요즘 마음이 편치 않았던 딸과의 여행이었다.
딸은 범어사에서, 금용암에서 기도를 열심히 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딸이 말한다.
“엄마, 옆에 있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화답을 했다.
“네가 내 옆에 있어 주어서 부처님께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