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시험철마다 반복되었던 벼락치기 공부가 기억난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공부를 하려면 잠을 줄이거나 어떤 때는 꼬박 날을 새기도 하는데, 부족한 잠 때문에 얼굴이 윤기 없이 거칠어지고 때론 곪았던 적도 많았다. 잠을 자지 못하면 조직의 회복력이 떨어져 재생이 느리거나 염증이 생기는 현상인 셈이다. 잠이 부족하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염증이 많거나 면역반응이 과민해져있을 경우 몸에서는 다양한 증상이 생기기 시작한다. 가려움 통증 호흡기질환 생식기질환 등은 수면부족으로 쉽게 생기거나 악화되며 비염 천식 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이 대표적이다.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을 치료하는 필자의 경험으로도 수면과 치료율의 밀접한 관계를 자주 접하게 된다. 혈압이 유난히 잡히지 않는 환자들의 직업을 추적해보면 대부분 수면량이 부족하거나 2교대 3교대 등으로 불규칙한 수면습관을 가진 이들이다.
인간의 수면시간은 평균 26년~27년 정도라고 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잠자는 시간조차 아까울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잠자는 시간을 줄여 효율을 높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잠이 부족한 사람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건강이 서서히 침식되어간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수면시간과 잠들어 업혀가도 모를 만큼 깊게 잘 자야한다.
어떻게 하면 질 좋은 잠을 잘 수 있는지 찾아보자.
첫째는, 규칙적인 수면습관이다.
잠은 생체리듬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제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생활패턴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한다. 일정한 때에 누우면 잠이 쉽게 들고 잠자는 동안 뇌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그러면 신체에 쌓인 노폐물이 구석구석 잘 제거가 되고 손상된 세포는 재생된다.
두 번째는, 자기 전에 들뜨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기 전 몸을 각성상태로 만드는 나쁜 습관을 멀리해야 하는데, 특히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은 반드시 교정되어야 한다. 뇌파를 들썩거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취침 1~2시간 전에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자기기에서 떨어져있는 게 좋다. 늦은 시간의 운동도 교정 대상이다. 저녁에 운동을 해야 한다면 자기 전 3시간 전에 끝내도록 해보자. 커피나 음주 또한 뇌를 각성시켜 깊은 잠을 방해한다.
세 번째는, 침실 환경이다.
숙면을 위해 침실의 조도를 어둡게 해야 한다. 그래야 잠 잘 자게 하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깊은 잠으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침실의 온도는 너무 더워도 추워도 좋지 않고 18~22도로 유지하면서 건조하거나 습하지 않게 적절한 습도를 조절해야 한다.
네 번째는, 수면을 방해하는 질병을 관리해야 한다.
아토피피부염 등으로 가렵거나 비염 등으로 코가 막히거나 코골이 등의 수면질환이 있으면
수면유지장애가 생겨서 깊고 연속적인 잠을 잘 수가 없다. 고령층인 경우에는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수분 섭취량을 줄이거나 야간뇨를 유발하는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매일 족욕을 하고 차분한 호흡법을 해보자.
미지근한 물에 족욕이나 반신욕은 필자가 불면증 환자에게 자주 권하는 방법인데, 머리는 차갑고 다리는 따뜻하게 하면 숙면에 큰 도움이 된다. 두한족열頭寒足熱은 뇌파를 안정시켜서 잠이 쉽게 들고 깊은 잠을 유도해주기 때문이다. 호흡법도 챙겨보자. 긴장하거나 집중하면 들숨이 길어지고 날숨은 짧아지는데, 이런 호흡은 뇌파를 자극한다. 의도적으로 들숨을 짧게 날숨을 길게 만들면 신경이 안정되어 수면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