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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숲

홍성범
숲해설가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UN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56.2%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30년 후에는 66%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도시화는 91%로 이는 국민 10명중 9명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과 고도성장으로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었고, 소득 수준 향상과 더불어 주 5일 근무제 시행으로 개인의 여가시간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는 현대인의 생활환경의 변화로 환경성 질환 증가, 스트레스 증가 등을 야기했으며 2021년 기준 OECD 자살률 1위, 행복지수 하위권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숲이 신체, 정신건강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산림 즉 숲을 건강유지와 증진, 그리고 보건, 의학적 치료 차원에서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특히 현대의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숲을 이용한 ‘산림치유’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오랜 생활습관과 환경으로부터 발생하는 환경성 질환과 질병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피로 등 건강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현대의학과 더불어 다양한 대체요법이 병행되어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병의 근본원인을 제거할 수 있게 되었다. 예방의학과 대체요법의 일환으로 산림치유가 주목받는 이유다.
산림치유란 향기, 경관 등 자연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으로 정의한다.
우리나라 산림치유의 참고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산림테라피’는 산림욕으로 대표되는 산림레크리에이션을 비롯해 수목이나 임산물을 활용한 작업요법, 숲속을 산책하며 실시하는 카운슬링과 그룹치료, 산림속의 지형이나 공간을 이용한 의료, 재활훈련, 유아보육, 임산물을 이용한 아로마테라피 등 산림환경을 종합적으로 이용하면서 건강을 증진하는 활동이다.
우리나라는 산림의 기능으로 ‘치유’라는 용어를 덧붙여 ‘산림치유’로 명칭한다. 자연요법이나 대체요법에서 주로 사용하는 ‘치유’와 현대의학에서의 ‘치료’는 차이가 있다. 치유는 병의 근본원인을 제거하여 그 병이 없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말하고, 치료는 수술, 약물 투여 등 직접적인 처치를 통해 병을 낫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치유는 병원에서 하는 처치가 아닌 인간 본연의 자기회복력에 의해 병을 낫게 함을 강조하며 산림환경 요소가 숲을 찾는 이들에게 쾌적감을 주고 이를 통해 인체 면역력을 높인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산림치유란 산림욕보다 더 진보된 개념으로 자연환경 중에서도 산림의 다양한 물리적, 환경적 요소를 이용해 인간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산림을 통해 심신이 쾌적함을 느끼고 스트레스 대처능력을 강화하고 면역력을 높여 궁극적으로 질병 예방과 건강을 증진하는 일련의 과정을 총칭한다.
예방의학적 차원의 산림치유를 밝힌 ‘진화심리이론’은 산림이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생리적인 안정을 가져온다는 주장으로 Ulrich와 많은 연구자들이 실험을 통해 효과를 증명하였다. 도시환경과 산림에서의 활동을 비교하여 혈압, 맥박, 뇌파, 혈류량, 근육수축, 코티솔 등 생리적 지표의 변화량을 분석한 결과 도시환경에서는 지표의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더 악화되는 반면 산림환경에서는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지표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결과를 보였다.
산림치유가 인체 면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산림치유인자인 ‘피톤치드’는 암세포를 표적 살해하는 NK세포 활성도를 향상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회복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프로그램 참여 후 NK세포의 수가 세제곱 밀리미터 당 1주 차에 363개, 2주 차에 445개로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이러한 과학적 실험 근거는 산림치유의 예방의학적 활용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산림치유는 다양한 연령층에 대한 치유 효과를 평가함과 동시에 기존의 비특이적 효과를 넘어 특정 질환이나 증상에 대한 개선효과를 평가하는 연구들로 이동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고혈압 증상자를 대상으로 한 산림치유 효과 평가이다.
고혈압은 생활습관성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최근에는 20대에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폭넓은 연령대에서 광범위하게 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신림치유의 효과 평가에 있어 대표적인 것이 혈압 강하인데 이러한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그룹이 고혈압 증상군이다.
심혈관계 활동은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하였을 경우 교감신경 활동의 항진으로 혈압이 상승하고 맥박수가 증가하며, 반대로 스트레스 요인이 사라지고 편안한 상태에서는 부교감신경 활동이 증가하고 맥박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실제로 약물치료 중인 경계성 고혈압 환자에게 자가 혈압 관리 프로그램이 포함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수축기 혈압이 5.4, 이완기 혈압이 3.3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숲이 주는 심리적 편안함과 다양한 치유인자들을 통한 신체기능의 변화는 고혈압 환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어 결과적으로 혈압을 안정시켜 증상 개선에 기여한 것이다.
스트레스는 내분비계와 면역계 등 인체의 생리기능에 폭넓은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티솔’은 스트레스 반응에 민감한데 만성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코티솔이 과다하게 분비될 수 있다. 코티솔의 분비와 면역지표는 역의 상관관계인데 장기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은 떨어진 면역으로 인해 다양한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일반성인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회복 효과를 연구한 결과,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심박수와 코티솔 수치를 낮추었다. 이는 스트레스 완화를 비롯해 우울증 질환을 위한 산림치유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환경성 질환은 질병과 원인물질 간에 인과관계 규명이 쉽지 않고 비특이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통합의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알레르기 질환 유병율과 소아 환경성 질환 환자들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증가하면서 국립 산림과학원은 소아 환경성 질환자를 위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하고 있다. 소아 아토피와 천식 등 소아 환경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아토피 중증도 검사(SCORAD)는 5.4점 감소하였고, 폐기능 검사는 4.7% 증가하는 등 산림치유 활동이 소아 아토피와 천식 개선에 기여하였다.
여러 연구의 결과를 종합하면 산림치유는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심신을 건강하게 만든다. 산림의 주요 치유자원은 식물, 테프펜과 피톤치드, 지형과 기후, 숲길, 경관, 물, 소리, 향기, 빛, 문화자원, 치유 프로그램 등이다. 이러한 치유자원을 바탕으로 현재 전국의 치유의 숲이나 자연휴양림 등에서 식물요법, 물요법, 기후요법, 식이요법, 운동요법, 정신요법 등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개발 운영되고 있다.
새해에는 여러 목표도 많겠지만 숲을 더 가까이 더 자주 찾아 건강한 삶을 유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