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주 보명학원 원장
자신에게 잘 해주는 사람에게 인정이 더 끌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학교나 학원에서의 생활도 예외일 수는 없다. 평소 학습태도가 좋거나 학업 성적이 우수하면 자연히 그 학생을 호의적으로 대하게 된다.
입시 전선에서 오래도록 여러 형태의 수험생들을 접한 필자의 경우 약 5분 정도 상담 내지 대화와 최근의 성적표 한 장만 봐도 그 학생의 예상가능한 대학과 학과를 짐작할 수 있다. 이때 수험생이나 학부모가 원하는 대학을 한 번에 쉽게 들어가는 경우를 성공이라고 설정한다면, 그런 학생들의 평소 행동이나 학습 태도는 바로 이런 공통점을 갖는다. 우리 아이는 어떤 타입인지 한번 성찰해 보기 바란다.
1. 고1 첫 중간고사 성적이 고3 마지막까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약 85%에 이른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중에는 끼울 구멍이 없다. 따라서 고1 때의 첫 성적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어떻게 보면 중3 때의 학력이 그대로 이월되어 온 부분도 있다. 중학교 1학년의 성적은 어머니의 성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요즘 세대의 학생들은 시키는 일 이외에는 스스로 하는 자력심이 많지 않다. 학부모나 학교, 학원에서 주문하는 일은 열심히(그나마 성실한 경우) 하지만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서는 학생들은 많지 않은 편이다. 고1 때의 첫 성적이 상위권이면 그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는 근성이 작용한다. 그러나 첫 성적을 망치게 되면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것은 물론 시험에 대한 공포심까지 가중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학습 환경을 바꾸거나 학습법을 개선시켜줘야 한다.
예를 들어 줄곧 영어를 과외학습 시켰는데 큰 성과가 없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과외 자리를 바꾼다든지, 학습 교재를 수준에 맞게 교체하고, 친구 관계가 학습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이 또한 주변에서 개선시켜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고1 첫 성적을 좋게 하려면 언제부터 대비를 해야 할까?
중3 학업을 마치는 시점인 겨울방학과 봄방학에 예비 고1 과정을 사전학습을 통해 대비해야 한다. 고교 진학 후 학교의 새 분위기에 적응하고 학교 교육의 복습과 과제물, 수행평가 준비 등으로 시간이 많이 쫓기므로 중3 겨울방학을 잘 활용해야 한다.
물론 모든 과목에 대한 사전학습까지는 필요치 않다. 주요 내신 과목인 수학과 영어, 언어 및 과탐이나 사탐 한 과목 정도가 이에 해당된다.
2. 직장 다니는 어머니보다는 전업주부 어머니가 더 좋은 성적을 만든다
이는 필자가 오랜 시간동안 여러 학생들을 겪으며 느낀 사항이므로 오해가 없기 바란다. 고등학교 학생들은 아직 성인(成人)이 아니다 보니 주변에서 가끔 통제하고 관리해 주는 보호자가 곁에 있으면 생활이 규칙적이다. 그러나 보호해 주는 사람이 방과 후 아무도 없으면 부작용이 간혹 나타나는 경우를 목격한다. 어머니가 직장을 다녀서 학생이 방과 후 집에 와도 따뜻한 차 한 잔과 간식을 챙겨 줄 사람이 없다보면 정신적으로도 학교 다녀와서 피곤함을 호소할 대상이 없어 외로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허감을 공부보다는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만나서 푸는 시간에 할애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 결국 그런 학생들끼리 모여서 공부외적인 면에 관심을 가질 충분한 환경(?)이 형성되어 쉽게 다른 유혹에 빠지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3. 오답노트를 꼭 만들어 유용하게 사용한다
학업 성적이 좋은 학생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가 바로 오답노트 작성이다. 오답노트를 만드는 이유는 나중에 편하기 위해서이다. 지금은 귀찮고 오답노트를 만드는 작업 시간이 아까울 수 있으나 수능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자신의 오답노트만 다시 한 번 훑어봐도 짧은 시간에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쉽게 메울 수 있는 효과를 준다.
오답노트는 수학과 과학이 특히 필요하며, 복사보다는 자신이 직접 문제를 쓰고 답을 작성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제를 직접 작성하게 되면 뒤의 단서조건이 왜 필요했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며 이는 나중에 문제 푸는 지혜를 길러 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학생에게 오답노트가 없으면 과제물을 주지 않을 정도로 오답노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4. 성적의 기복이 없게 해야 한다
학생 중에는 중간, 기말 고사는 잘 보면서 전국 규모의 모의고사는 엉터리로 보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어떤 면에서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할 수 있다.
시험 범위가 어느 정도 제시되는 학교내신에 대한 시험 대비는 잘 하면서 시험이 끝나면 머리를 도리 도리하며 흔들고 다 잊어버린다. 그리고 다시는 학교에서 시험 본 부분에 대한 복습을 잘 안 한다. 그러나 시험 범위가 계속 누적이 되는 전국 규모의 모의고사는 시험 범위가 넓어져 평소 실력이 좌우하게 된다. 이런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이 진정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다. 또한 고1 때부터 고3 때까지 성적의 큰 기복이 없이 꾸준하게 완만한 상승세 내지 지속형을 보이면 그 학생은 성공할 확률이 높다.
단원별 기복이 심해서 조선시대의 토지제도는 잘 알고 있으나 고려시대의 그것은 잊는다면 막상 시험 문제가 고려와 조선의 토지제도를 비교하는 문제가 나올 때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평소의 생활 태도가 바르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스스로 노력함이 많고 오답노트나 철저한 복습 등을 통해 자신의 발품을 열심히 파는데 어찌 성적이 나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