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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앙굴리말라

한애경
조계종 포교사단 서울남부총괄팀장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신 후 21년 살인마의 출현에 사왓티 거리는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밝은 대낮에 거리를 돌아다니며 함부로 사람을 죽이고 죽인 사람의 손가락을 엮어 목에 걸고 다니는 그를 사람들은 앙굴리말라(Angulimala)라고 불렀습니다. 사위성에 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아힘사까라는 제자가 있었습니다.
아힘사까의 아버지는 꼬살라왕을 보좌하던 바라문 박가와였고 그의 어머니는 만따니였으며 그의 본래 이름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이’라는 아힘사까(Ahimsaka)였습니다.
그는 뛰어난 지혜를 지녔으며 외모도 수려하게 잘 생긴 젊은이였습니다. 어느 날 바라문이 집을 비우고 외출을 하자 바라문의 아내는 젊고 잘 생긴 아힘사까를자기 방으로 불러들여 유혹하였으나 아힘사까는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바라문의 아내는 창피를 당한 것이 분해서 스스로 입고 있던 옷을 찢고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고 자리에 누워서 집으로 돌아온 남편 바라문이 의아해 하자 아내가 말하였습니다.
“당신이 가장 아끼는 제자 아힘사까가 강제로 나를 욕보이려고 하였습니다.”
아내의 말을 들은 바라문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으며 아힘사까를 파멸시킬 방법을 생각해내고는 아힘사까에게 말했습니다.
“아힘사까 너는 하늘나라에 태어나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지?”
“예 스승님.”
“아힘사까 너는 지혜롭고 총명하며 학문 또한 뛰어나 하늘나라에 태어날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가지가 부족하구나.”
“무엇입니까?”
“아힘사까 하루해가 지기 전에 사람 백 명을 죽여 그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만들어라.
목걸이가 완성되면 너는 하늘나라에 태어날 조건을 갖춘 사람이 될 것이며 최고로 청정한 하늘나라 범천에 태어나리라.”
스승을 절대적으로 믿었던 그는 스승의 말씀 속에서 참과 거짓을 구분하려는 생각조차 불경스러운 일이었으며 날이 시퍼런 칼을 집어든 아힘사까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이고 손가락을 잘라 엮었습니다.
딱 한사람이 부족했으며 그때 그의 어머니가 소문을 듣고 찾아왔으나 그는 자기 어머니도 부족한 손가락을 채워줄 마지막 한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그가 어머니를 죽이려는 순간 불덩어리처럼 커진 밝은 불빛이 두 사람을 향했으며 서 있는 분은 바로 부처님이셨습니다.
그는 부처님을 향해 칼을 들고 달려가며 멈추라고 소리쳤습니다.
부처님은 발길을 돌려 왔던 길을 거슬러 천천히 걸으셨습니다.
갈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말도 따라잡던 앙굴리말라였으나 어찌된 일인지 세 걸음쯤 앞선 부처님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습니다.
앙굴리말라가 자리에 멈춰 선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소리쳤습니다.
“멈춰라 이 겁쟁이 사문아.”
부처님은 풀잎을 흔드는 바람처럼 천천히 걸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이미 멈추었는데 그대는 아직도 멈추지 못하는구나.”
“계속 도망가면서 멈추었다고 하고 멈춰선 나를 보고 멈추지 못한다고 하니 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몸을 돌린 부처님께서 앙굴리말라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해치려는 마음을 모두 멈추었는데 그대는 아직 해치려는 마음 멈추지 못하고 있다. 나는 자비심에 머물러 일체중생을 사랑하는데 그대는 악업을 멈추지 못하고 삼악도의 고통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나는 번뇌 망상을 끊고 진리에 머물러 있는데 그대는 진리를 보지 못해 그릇된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누구보다 총명했던 앙굴리말라는 번개라도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으며 칼을 던지고 땅바닥에 엎드렸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오라 비구여.”
사람은 이 애욕의 세계에 홀로 태어났다가 홀로 죽어갑니다.
한없는 옛날부터 한없이 많은 중생이 태어나서 미혹과 괴로움의 세상을 맴돌고 있으며 그것은 오늘날도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미래의 업보는 대신해서 받아 줄 자 없으며 혼자서 그것을 받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이에 대해서 괴로워하고 슬퍼할 줄만 알고 법을 듣거나 알려고 하지 않고 그저 눈앞에 쾌락만 좇고 재보財寶와 애욕愛欲만 탐냅니다.
이제 다행히도 부처님의 법을 만날 수 있게 되었으므로 누구나 부처님의 법을 믿고 정토에 태어나기를 원해야 하며 부처님의 법을 안 이상은 남을 따라서 번뇌나 죄악의 포로가 되어서도 안 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자기 혼자만의 것으로 하지 말고 그것을 실천하고 남에게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