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적벽부를 지은 동파거사는 대 문장가이자 정치인이기도 했는데, 화법이 요즘 말로 하면 너무 정직한 돌직구를 던지는 바람에 더러 다른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의 부친 소순은 동파거사의 어린 시절에 이미 이를 간파하고 이름을 식軾이라고 지어주었다. 식은 수레에 매다는 것인데, 이것이 없어도 수레가 굴러가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지만 수레 모양이 영 폼이 덜나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가 그토록 신경을 썼건만 동파거사는 돌직구 화법 덕분에 이리저리 귀양을 많이 다녔다.
이번에 소개하는 구절은, 그렇게 어느 곳에 귀양을 가서 태수를 맡았을 때 어느 절의 부처님 점안식에서 지은 게송이다.
八風吹不動
팔풍취부동
여덟 가지 바람이 불어와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네.
여덟 가지 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바람을 말한다. 칭찬과 비난과 괴로움과 즐거움과 이익이 찾아오는 것과 손해보는 것과 헐뜯음 당하고 추켜올림을 받는 것이다. 비난을 받았을 마음속이 울컥하지 않기는 쉽지가 않다. 화를 다스리는 방법에 관한 책이 많이 나오기도 하고 읽히기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욕을 하는 것은, 눈앞에서 하는 것은 물론이고 몇 사람을 거치고 돌아와 누가 나에게 이런저런 욕을 했다는 말만 들어도 뇌세포의 일부분과 손가락과 발가락이 반응을 보인다. 더러는 부들부들이라고 표현해야 될 만큼 온몸이 격렬하게 반응을 하는 경우도 많다.
동파거사는 점안식에서 게송을 짓고 그 고을 산 속 절에 계시는 큰스님께 시를 보내어 품평을 정중하게 부탁한다. 태수의 비서가 찾아갔을 때 큰스님의 몸에서 일어난 반응은 콧방귀였다.
“이게 무슨 시란 말인가. 방귀뀌는 소리로구만.”
비서는 들은 대로 와서 전한다. 잔뜩 무슨 호평을 했을까 내심 기다리던 소식은 그만 성질이 폭발해버린다. 말 한 마리를 잡아 올라타고 이 엉터리 노인네를 한 방에 박살내버리겠다고 마음먹고 산속으로 달려간다. 그 산으로 가는 도중에 큰 개울이 있고 다리도 하나 있었다. 말발굽이 다리에서 큰소리를 울리면서 막 다리를 건넜을 때 태수 동파는 큰 플랜카드 하나를 보게 된다. 그리고 순간 말을 멈추고 한동안 멍해졌다.
 
八風吹不動
팔풍취부동
一屁打過江
일비타과강
여덟 가지 바람이 불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더니
방귀뀐다는 한 소리 얻어맞고 덜컥 강을 건너 오셨구려.
플랜카드 왼쪽 모퉁이에 ‘환’자 오른쪽 모퉁이에 ‘영’자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아서 잘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동파거사는 말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비난이 사람의 마음을 대체로 격하게 흔드는 바람이라면 칭찬은 소리 없이 흔드는 바람이라 할 것이다. ‘참 아름다우십니다.’ ‘정말 멋진 분이십니다.’ 하는 한 마디를 들으면 80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거울을 본다. 이익과 손해가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오죽하면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말이 있겠는가.
조울증이 있는데 견디기 힘든 통증은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흔들리게 만든다. 통증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때로는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처럼 몰아쳐서 세상을 하직하게 만들기도 하고 밤잠을 못 이루게 하기도 한다. 당구의 쓰리쿠션처럼 몇 다리 걸쳐서 쳐들어오는 헐뜯음에 미소로 화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추켜올림 때문에 술값 덜컥 내고 그 다음달 카드 결제하느라 끙끙거리는 사람도 전혀 없지는 않다.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 어찌 여덟 가지 뿐이랴. 실은 팔만사천 가지의 바람이 쉴 새 없이 우리 마음을 뒤흔들고 찔러오고 두드려대고 있다. 동파거사의 일화를 통해서 ‘이런 저런 바람에 의연하게 살아야겠구나’ 다시 한 번 단단히 마음을 다져본다.
或於月明松下雪眉覆眼而觀空
혹어월명송하설미부안이관공
혹 어떤 나한님은 달이 휘영청 밝은 소나무 아래에서 하얀 눈썹이 지그시 눈을 덮은 상태에서 공의 이치를 관하신다네.
동파거사는 당나라의 시인이자 화가인 왕유의 시화를 간결명료하게 표현했다.
詩中有畵
시중유화
畵中有詩
화중유시
(왕유의) 시 속에는 그림이 들어있고 그림 속에는 시가 들어있다네.
시를 읽노라면 저절로 동영상처럼 화면이 떠오르고 그림을 감상하노라면 저절로 시를 흥얼거리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앞에서 소개한 소소매의 〈소한찬〉의 한 구절도 읽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자연스레 한 폭의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보름달인지 반달인지는 모르겠으나, 교교히 흐르는 달빛을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세월이 쌓인 어느 절벽 옆의 노송老松 한 그루. 그 노송 아래에서 선정삼매에 들어 있는 나한님. 그 나한님의 눈썹은 눈처럼 하얀색이다. 장수의 상징으로 잘 알려져 있는 긴 눈썹이 나한님의 감은 눈 위를 지긋이 덮고 있다.
최근에 만난 출판사를 운영하는 어느 선생님도 긴 눈썹이 몇 올 길게 나서 마음속으로 즐기고 있었는데, 머리를 다듬으러 간 곳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가 긴 눈썹까지 정리되는 바람에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이제는 머리 다듬으러 가서 절대로 잠은 안 잔다고 했다.
바람이 살랑 불어서 소나무의 잔가지는 몇 가지 흔들려도 나한님의 눈썹은 나한님의 삼매력에 힘입어서 흔들리지 않는다. 아마 노송도 바위도 함께 저절로 선정에 들어 그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 하늘에 떠있는 달도 나한님의 눈썹이 보내는 주파수에 따라 가만가만 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여덟 가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문장을 소개하면서도 필자는 쉴 새 없이 바람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실없는 중생의 생각이긴 하지만, 저 나한님도 해우소가 급해지면 필시 걸음이 평소보다는 빨라질 것이다. 물론 빨라지는 발걸음을 따라서 마음마저 조급해지지는 않을 테지만 말이다.
음력설도 지나서 갑오년이 되는 새해는 모든 분들이 튼튼한 청마처럼 건강하고 이런저런 상황에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이 저절로 잡혀서 다함께 손잡고 배려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