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호
후애마이(Who am I)연구소 소장
어떤 문제이든 ‘선행’이라는 처방전이 특효약입니다.(cafe.daum.net/sun-order)
이번 호에서는 한자漢字 중에서 회초리를 의미하는 ‘초楚’를 통해서 대자연의 진실을 품은 무정설법을 잠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楚 = 수풀 림 林 + 짝 필 疋
수풀 림 : 자연을 뜻합니다.
자연 그 자체 숲이 우거진 자연, 우거진 숲을 통하여 자연을 통칭한다고 생각하여야겠습니다.
짝 필 : 말을 세는 단위이기도 하지만 (올)바르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규범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규범과 바름은 같은 의미라 하겠습니다.
두 가지가 합해져서 만드는 의미인 자연의 가르침은 옳다는 것이겠죠.
수풀 림은 자연을 뜻합니다만 문맥상 단순한 자연과 숲을 뜻하기보다는, 자연 그 자체의 내면적인 모습, 우거진 숲을 통하여 대자연을 통칭한다고 생각하여야겠습니다. 짝 필은 말(馬)을 헤아리는 단위이기도 하지만, (올)바르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규범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규범과 올바름은 같은 의미라 하겠습니다.
1. 대자연의 규범(그 자체가 경전)
대자연을 뜻하는 ‘림林’과 바른 규범을 뜻하는 ‘필疋’이 합하여서 만드는 의미는 대자연의 바른 가르침이겠습니다. 아울러 ‘대자연의 가르침은 옳다’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대자연이 당연히 옳지 뭐”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회초리 초楚는 대자연의 냉철함, 명쾌함, 온당함 그리고 우리가 살면서 ‘마魔’라고 치부하는 모든 것들이 자연의 가르침이라는 의미를 함께 내포합니다. 따라서 ‘마魔’라고 느껴지는 무슨 일이 삶에 다가왔다면, 그것이 자연의 가르침(초楚)임을 단박에 알아채고 참회와 더불어 자연의 가르침에 대한 감사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2. 무정설법(대자연이 해 주는 설법)
또한 바람에 흩날리는 풀잎과 내 자신이 전혀 다를 바 없다는 것 또한 깨우쳐야 합니다. 이 깊은 의미를 깨치지 못한다면 무정설법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진리의 깨우침은 대자연의 무정설법으로 인하여 깨치는 것이지, 사람의 말과 책으로 전해지는 유정설법으로 깨치기는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물론 유정설법으로써 깨달음의 기초를 다져야겠습니다만 그렇게 터득한 이론이 득도까지 우리를 이끌어 주지는 못합니다. 대자연의 순리, 그것을 불가에서는 ‘법法’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물(水)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거去) 것을 보고 법이라 했으니 말입니다. 우리가 법담法談을 나누는 모든 것은 진정한 무정설법을 알아채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3. 초사(회초리 같은 자연의 가르침)
결국 초사楚辭라 함은 대자연의 이치를 가르치는 말 또는 학문을 뜻합니다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말이나 학문은 사람이 느낀 것을 전하거나 기록한 것에 불과하죠. 진정한 초사는 대자연의 말씀입니다. 그 자체로서 가르침을 주거나, 대자연의 이런 저런 현상을 통하여 우리에게 자연의 섭리를 일깨워 주기도 하지요. 그것이 진정한 초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살면서 초사를 들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네 많습니다.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초사로 알아보지 못하는 우매함이 바로 우리들입니다. 어떤 물건의 존재와 가치를 모른다면 그 물건이 곁에 있어도 우리는 알아보지 못합니다.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는 속담처럼 말입니다. 우리를 가르치고자 자연은 많은 말(초사)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늘 외면 해 왔습니다. 그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이 바로 불가의 염려 아닐까요?
4. 무정설법의 작은 일화 ‘선시禪詩’
나옹선사가 깨침과 함께 누진통을 얻은 후 지은 시를 소개합니다.
無端逐步到溪邊 무단축보도계변
流水冷冷自說禪 유수냉랭자설선
遇物遇緣眞體現 우물우연진체현
何論空劫未生前 하론공겁미생전
나옹 혜근(懶翁惠勤, 1320~1376, 高麗) 선사禪師의 선시禪詩 중에서
(누진통漏盡通: 육신통六神通 중의 하나로서 자신 또는 상대의 과거와 미래를 보는 신통력)
 
1구 : 무단축보도계변無端逐步到溪邊
쉼 없는 공부와 수행 정진을 하다 보니 자연의 소리가 수행의 궁극임을 알았네.
수많은 경전을 외우고 내 것이 되었다 생각 했거늘 그것은 다 유정有情이었단 말인가?
2구 : 유수냉랭자설선流水冷冷自說禪
이 작은 시냇물이 내게 세상 이치를 말해주는구나.
수 천 년 자리를 지킨 시냇물을 내 평생 읽은 경전 공부로 어찌 이해할꼬.
그토록 찾던 진리가 매일 보던 이 시냇물에 있음을 이제 알았네.
3구 : 우물우연진체현遇物遇緣眞體現
모든 사물과의 만남도 인연이었구나.
사물도 사람도 그 모든 것이 모두 같음이요, 그러함이 진리의 참 모습이었구나.
이제 알겠네, 저 풀잎과 내가, 저 시냇물과 내가 형제지간이라는 것을….
4구 : 하론공겁미생전何論空劫未生前
시방삼세가 하나임을 이제 알았네.(시방: 공간개념, 삼세: 시간개념)
자연의 진리 앞에서는 시공(시간과 공간)의 개념도 없어라.
내 고향이 내 부모요, 무시(無始: 헤아릴 수 없는 끝없는 과거)의 세계에 모두가 하나였거늘….
1구에서는 무정無情과의 만남을,
2구에서는 무정無情의 소리를,
3구에서는 무정無情의 진실을,
그리고 4구에서는 『법성게』에서 말하듯 삼세(전세, 현세, 내세)가 혼재 되어 과거와 미래가 뒤엉켜 있으니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지 말라는 것처럼 (삼세의 시간적 개념과 시방의 공간적 개념을 망라하여) 시공의 개념을 재정립합니다.
이와 같이 본 시詩는 무정설법을 시사하면서 궁극적으로 시공의 개념 정리로 마무리 합니다.
대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함은 지당한 일입니다만, 우리는 사람의 소리도 대자연의 소리임을 알아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서러운 대접을 받았다면 ‘한’을 품을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새겨봐야 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새록새록 ‘철학’이 생길 것이며 불교 철학과 견주며 진정한 철학이 공고히 쌓일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부처님 곁에 있는 본인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나무관세음보살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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