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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슬기에 담긴 어머니의 사랑

이지숙
수필가·문화센터 강사


1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난 나는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것은 사실이지만 건강순위는 형제 중 맨 끝으로, 언니들에 비해 아픈 곳이 많았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언니들이 신체 중 건강한 부위도, 나는 고장이 자주나 병원 방문을 많이 했다. 임신과 출산도 언니들은 쉽게 치렀지만, 나는 어렵게 임신하고 출산하는 힘든 과정을 거쳤다. 어떤 날은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노산으로 나를 낳아주셔서 몸이 언니들에 비해 부실한 것 아니냐며 투정 아닌 투정을 하기도 했다.
글쎄 그 원인도 여러 원인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산모가 나이가 들수록 태어난 아기가 여러 가지로 부실한 곳이 많다고 하니, 산모의 건강이 아기의 건강과 연결고리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실히 증명해주는 것 같다.


이곳저곳 병원신세를 지다가 어느 날 내 몸의 컨디션이 안 좋은 것을 아신 어머니가 다슬기를 사서 속을 다 꺼내어 씻어서 찌개를 해 보내주셨다. 다슬기를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다슬기 속을 빼어내는 작업이 무척 지루하고 힘든 것을 아는 나는 어머니의 사랑에 진한 미안함이 엄습해왔다. 연로하셔 어머니 몸도 안 좋으신데 나이든 자식 건강까지 신경 쓰시게 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폭포처럼 밀려들었다.
‘건강은 타고 난다’는 말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몸소 알고 있다.


몸에 좋은 음식, 적당한 운동, 스트레스 덜 받기 등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들을 분명히 알고는 있지만 실천이 어려운 것을 어찌할까! 이 세상을 떠나는 순서는 태어난 순서가 아니라는데, 좀 더 자신의 건강을 위해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슬기를 통해 건강의 의미를 되새겼고, 나아가 좋은 죽음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좋은 삶의 연장선이 좋은 죽음이겠지….
‘결혼은 선택 과목이지만 죽음은 필수 과목’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귓전을 맴돌고 있었다.


건강 적신호를 통해 긴 호흡을 하고 잠시 여유를 찾아봄이 필요한 시기임을 알게 됐다.
한평생을 살아가는 속도는 각자 다른데, 때로는 적당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너무 빠른 템포 속에 진행되는 오늘의 삶이 건강을 해치고 있지는 않은지, 아울러 나이가 들어도 내 건강을 항상 걱정해주시는 어머니가 옆에 계심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슬기를 먹으면서….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는 철학자 니체의 말이 가슴 한 복판에 깊이 각인되어지는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