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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행증’으로 읽는 화엄경 열 두 꼭지 실천(1/6) 수행에 관해 쏟아지는 질문 200가지

신규탁(연세대 철학과 교수)


1.
음력 정월이 되었다. 설날 세배도 드리고 조상님께 차례도 올리던 풍습이 남아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정월불공이다. 정월에 올리는 불공이라 하여 ‘정월불공’이라고도 하고, 불공을 받으시는 대상이 화엄 신중님이기 때문에 ‘신중불공’이라고도 한다. ‘신중불공’은 󰡔화엄경󰡕 사상 내지는 신앙과 밀접하다.
법당의 구조를 모두 아실 것이다. 정면에 부처님과 보살님들을 모신 자리가 있다. 제일 높은 분들을 모신 단이라 하여 상단上壇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왼쪽으로 신중님들을 모신 단이 있다. 이를 중단中壇이라 한다. 오른 쪽에는 신도 조상님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이를 하단下壇이라 한다.
중단에 모셔진 신중님들은 104명이다. 높은 분들은 ‘명名’이라 부르지 않고 그 분들이 앉으신 ‘자리[位]’로 대신 한다. 그래서 ‘104위’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 ‘104위’ 중에서 핵심은 ‘39위’이신데 󰡔화엄경󰡕 「세주묘엄품」에 나오는 분들이다. 「세주묘엄품」을 읽어보면, 그 신중님들이 각각 어떤 수행을 하셨는지 자세하게 나온다. 대단한 수행을 마치신 분들이다.


2.
돌이켜보면, 필자는 그간 매월 간행되는 《붓다》잡지를 통해 󰡔화엄경󰡕 내용을 요점만 추려서 설명하고 있다. 제목을 <‘신해행증’으로 읽는 󰡔화엄경󰡕>이라고 말이다. 여기에 나오는 ‘신·해·행·증’이란, 저 멀리 인도와 중국 그리고 옛날 우리나라 큰스님들께서 󰡔화엄경󰡕을 독서하시던 공식이다. 󰡔화엄경󰡕이 원체 방대하고 어려워서, 4단락으로 쪼개서 독서를 했던 것이다. 한문으로 ‘신·해·행·증信解行證’인데, 제1단락은 우리가 믿고 있는 부처님과 부처님의 세계에 관한 법문이고, 제2단락은 불교 교리와 수행에 관련한 다양한 이론과 견해에 관한 법문이고, 제3단락은 실천 수행에 관한 법문이고, 제4단락은 체험에 관한 법문이다.
제2단락은 2022년 1월호로 모두 설명을 마쳤다. 이제 2월호부터는 제3단락으로 들어갈 차례이다. 제2단락은 총 6회에 걸쳐 총 31품의 법문으로 구성되었다. 제일 긴 단락이다. 그런데 이번 달부터 살펴볼 제3단락은 「이세간품 제38」 한 품으로 모든 법문이 끝난다. 그런데 한 품이지만 좀 길다.  󰡔화엄경󰡕이 모두 총 80권으로 번역되었는데, 그 중 제53권에서 시작하여 제59권에서 마치니, 총7권으로 제법 양이 된다.
제1회의 보리도량에서 총 6품을 설하여, 우리가 믿어야 할 대상인 부처님과 부처님의 세계를 보여주셨다. 제2회부터 제7회까지 총 6회의 모임에서는 불교의 각종 이론을 총 31품으로 보여주셨다. 이제 제8회 보광명전 법회에서는, 그간의 모든 지위를 포섭하여 실제 수행으로 진입하는 장대하고 거룩한 실천 수행을 말씀하신다. ‘보혜보살’이 200가지 질문을 넓은 하늘에 구름 일어나듯이 던지자, ‘보현보살’께서 물병에서 물 쏟아지듯 콸콸 답변을 쏟아내신다. 한 가지 질문에 각각 10가지로 대답을 하신다. 


3.
전통적으로 80권본 󰡔화엄경󰡕을 문단 나누기 할 때에 <5주인과五周因果>라는 방법이 있다. 󰡔화엄경󰡕 전체를 다섯 문단으로 나누는데, ‘원인-결과’의 관계로 나누는 것이다. 좀 더 설명을 드리면 󰡔화엄경󰡕의 이야기 구조는 기본적으로 ‘원인-결과’로 짜여지는데, 그런 짜임이 모두 다섯 ‘둘레[周]’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문으로 ‘둘레 주周’자를 사용했다. 2월부터 살펴볼 「이세간품 제38」은 그런 ‘둘레’ 중에서 네 번째 둘레인 ‘성행인과주成行因果周’에 해당한다.
문단 나누기 이야기를 좀 더 해 보련다. 󰡔화엄경󰡕이 원체 방대하기 때문에 이렇게 문단을 나누어 독서해야만 이해가 된다. 대표적인 문단 나누기 방식은 ‘신·해·행·증’의 <4분단分段>이다. 이를 <문답상속과問答相屬科>라고도 부르니, 󰡔화엄경󰡕에 등장하는 ‘질문-대답’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조직화한 것이다. <문답상속과>의 방식으로 문단을 나누면 「이세간품 제38」은 <탁법진수성행분託法進修成行分>에 단독으로 배당된다. 독립적이고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80권으로 󰡔화엄경󰡕이 총정리되기 전에, 중국에는 독립적으로 󰡔도세경度世經󰡕이라는 이름으로 유행되기도 했다. 이렇게 큰 경전 속의 한 부분이 되는 독립 경전을 ‘지분경支分經’이라 한다.
「이세간품離世間品」은 한문의 글자 그대로, 세간의 일체 오염을 떨쳐버리고 청정한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수행을 주제로 하고 있다. 불교의 실천적인 측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법문집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세간품 제38」은 ‘보혜보살’이 던진 200가지 질문에 대하여, ‘보현보살’이 각 질문마다 10개 씩 총 2,000가지로 대답한다. 질문과 대답을 잘 짝지어 독서하면 갈피잡기가 좋다.


4.
그러면 「이세간품離世間品」의 구조를 먼저 살펴보자. 화엄의 경학가들은 「이세간품離世間品」을 모두 10문단으로 나눈다. ①서분, ②삼매분, ③발기분, ④기분, ⑤청분, ⑥설분, ⑦결권분, ⑧현서분, ⑨증성분, ⑩게송분. 이렇게 말이다. 이 중에서 핵심은 ‘보혜보살’이 실천에 관해 질문을 청하는 <⑤청분>과, ‘보현보살’이 질문의 대답을 설하는 <⑥설분>이다.
‘보혜의 질문’과 ‘보현의 대답’을 조리 있고 구성지게 독서하는 방법으로 화엄의 경학가들은 위에서 말한 지분경인 󰡔도세경度世經󰡕의 문단 나누기를 활용해왔다. 청량 징관 국사의 󰡔화엄경소초󰡕에서도 그렇게 했다. 필자의 본 강의에서는 청량 국사께서 인용한 󰡔도세경󰡕의 ‘6문問-6답答’을 활용할 것이다. 금년 여름까지는 가야 다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자세한 것은 그 때에 강의하기로 하고, 이하에서는 「이세간품離世間品」 전체의 구조를 설명 드린다.
①서분은 시작하는 대목이다. 이 대목은 ‘3종種 세간의 원만함’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3종세간’이란, 부처님과 중생들이 거쳐하는 환경, 부처님의 깨달음 자체, 설법을 듣고 수행하는 중생, 이렇게 세 종류의 세간을 말한다. 전문 용어로 기세간, 지정각세간, 중생세간이라고 명칭을 붙인다. <서분>에서는 3종 세간이 완전하고 충분하게 모두 구비된다.
먼저, 설법 장소인 마가다국의 법보리도량 보광명전에 놓인 ‘연화장 사좌자’를 기술한다. 다음으로, 부처님의 수행을 기술한다. “묘하게 깨달음이 다 원만하시니 두 가지 행이 여원히 끊였으며, 모양 없는 법을 통달하여 부처의 머무는 데 머무르고, …… ” 이렇게 부처님께서 닦아 얻으신 공덕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모여든 대중들을 나열하고 그들이 모두 ‘보현의 행과 원’을 잘 닦아 갖추었음을 묘사한다.
②삼매분에서는 보현보살이 ‘불화장엄’이라는 삼매에 들어가는 대목이 묘사되고, ③발기분에서는 “시방에 있는 모든 세계가 6가지 18모양으로 진동하며 큰 소리를 내는 것을 듣지 못하는 이가 없었음”을 묘사한다. 이어서 ④기분에서는 보현보살이 삼매에서 일어나 조용히 대중을 살핀다.
마침내 보혜보살은 청법 대중이 모두 모인 줄을 아시고 질문으로 법문을 청하기 시작하니 이것이 바로 ⑤청분이다. 이어서 길고 긴 대답이 진행된다. 그것이 ⑥설분이다. 이런 질문과 대답에 대해서는 3월부터 6회에 걸쳐 소개할 예정이니 여기서는 생략한다. ⑦결권분에서는 말 그대로 결론을 맺는 부분이다. “불자여, 이 법문은 이름이 <보살의 광대하고 청정한 행>이니, 한량없는 부처님께서 함께 말씀하시는 것이라.” 이상의 법문 이름을 지어주시고, 또 이 법문은 한 두 부처님만이 설하시는 것이 아니고,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시는 보편적이고 영원한 진리임을 증명하신다. 그러면서 이 법을 잘 지켜 수행을 것을 당부하신다. “그러므로 보살들은 마땅히 말한 대로 행할지니라”라고 말이다. 스승의 말씀대로 실천하는 것이 제자의 도리이다.
⑧현서분에서는 이상 「이세간품」의 말씀이 진리이고 진실임을 증명하는 상서가 펼쳐진다. “이 품을 말할 때에 부처님의 신통한 힘과 이 법문의 그러한 이치로 시방의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 세계가 크게 진동하고 큰 광명이 널리 비치었다.” 이어서 ⑨증성분에서는 온 우주의 부처님께서 보현보살의 법문이 옳다고 증명해주시는 장면이다. “착하고 거룩하다. 불자여, 그대가 능히 이 보살의 공덕의 행을 내는 곳[處]이며, 결정한 뜻의 꽃[華]이며, 모든 불법에 두루 들어가는 출세간하는 법문품을 말하였다.”
⑩게송분은 길게 펼쳐진다. 문학 작품으로 읽어도 격조 있다. (1)공덕의 깊고 넓음을 찬탄하는 게송 8구, (2)실천의 공덕을 찬탄하는 게송 131.5구, (3)앞에서 보현보살이  법문하신 내용을 요약한 게송 76구, 이렇게 크게 세 덩어리로 나누어 읽으면 좋다. 한 게송은 ‘5언 4구’로 되어 있다. ‘5언 2구’가 있어서 0.5 게송으로 표시했다.
끝으로 (3)의 76구 게송은 다시 여섯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왜 여섯이냐? 그것은 위에서 말했듯이, 󰡔도세경󰡕의 ‘6문問-6답答’을 활용한 것이다. 10신信에 관한 4게송, 10주住에 관한 4게송, 10행行에 관한 6게송, 10회향廻向에 관한 5게송, 10지地에 관한 9.5게송, 원만圓滿한 체험에 관한 10.5게송. 이렇게 총 39게송이 나오고, 이어서 실천수행을 당부하여 마무리하는 총 37게송이 나온다.
운허 스님께서 1968년에 번역하신 한글대장경의 󰡔화엄경󰡕(하책)의 번역으로 「이세간품」의 마지막 게송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나의 몸과 말과 뜻이
부처님과 같으려면
금강 같은 마음 내어
이런 공덕 배우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