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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불교 도차제 사상의 뿌리

 



김명환
불광출판사 제작부장



『보리도동론 역해』
정가 25,000원
아띠샤 지음|중암 선혜 역해
152*225mm|368쪽|양장
불광출판사 펴냄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만나는
티베트불교 도차제의 뿌리가 된 논서
새로운 것을 배우기 시작하거나 혹은 어떤 성취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출발선을 파악하는 데 있다. 나의 수준보다 낮은 단계부터 시작하면 시간 낭비일 테고, 그보다 높은 곳에서 시작하면 포기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학습법은 기초에서 시작하여 점차 심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짜여 있다.
티베트불교만의 특징적인 수행법인 도차제(道次第, 람림)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행자의 최종 목표인 열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낮은 단계에서부터 높은 단계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의 수행법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한다. 이를 얼마나 잘 실천하는지에 따라 수행의 경지가 가늠된다. 수행자가 자신의 현재 위치에 맞는 수행을 통해 점차 높은 단계로 나아가도록, 궁극적으로 열반에 이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티베트불교에서는 도차제를 최고의 가르침으로 꼽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오늘날 도차제를 체계적으로 계승한 이로 쫑카빠(달라이 라마로 이어지는 겔룩빠의 창시자이자 티베트불교 최고의 학승)를 꼽지만, 그 이전에 아띠샤(982~1054)가 있다. 인도에서 초청된 스님 아띠샤는 후기 티베트 불교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티베트불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쫑카파는 1402년 저술한 『람림첸모(Lam rim chen mo, 菩提道次第廣論)』를 통해 티베트불교에 전해져 내려오던 도차제의 철학을 체계화하였는데, 이 책의 서두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교계敎系의 규범이 된 책은 『보리도등론』이다. 그러므로 그 논서의 저자 아띠쌰가 이 『람림첸모』의 저자인 셈이기도 하다.”


『티베트어 원전 완역 보리도등론 역해』는 『람림첸모』 이전, 도차제 사상의 사상적 뿌리가 되는 아띠쌰의 『보리도등론』을 완역하여 소개하는 최초의 책이자 유일한 책이다. 수행자를 근기에 따라 작은 사람(下士), 중간 사람(中士), 높은 사람(上士)로 나누고, 보살에 이르는 수행법에 대해 담고 있는 『보리도등론』은 오늘날까지도 티베트불교계에서 종파를 막론하고 반드시 읽어야 하는 대표 수행서로 자리잡았으나,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그 전모가 소개된 적이 없었다. 이 책은 『보리도등론』 전체를 옮겨 소개할 뿐만 아니라 여러 주석서를 바탕으로 한 상세한 해설을 담아 각각의 게송에 담긴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책의 절반을 할애하여 『보리도등론』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저자 아띠쌰의 티베트에서의 행적에 대해 소개함으로써 당시 티베트불교의 모습 역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상세한 해설과 충실한 주석으로 이해하는
깨달음의 길에 오르는 법
『보리도등론』의 저자 아띠쌰는 인도 비끄라마씰라 사원의 장로로 있던 고승으로 후기 인도불교의 사상에 정통했으며, 현교와 밀교 양측의 가르침을 모두 깊이 알고 있는 뛰어난 스님이었다. 티베트로 초청되었던 당시, 비끄라마씰라 사원의 대중들이 자신을 보내주지 않을 것을 염려하여 순례를 핑계로 길을 떠나 티베트로 향하기도 하였다.
티베트의 법왕 장춥외는 당시 온갖 사견邪見과 비행 등의 심각한 문제로 인해 쇠퇴의 길에 들어서 있던 티베트불교를 정화하기 위해 아띠쌰에게 바른 법의 등불을 밝혀 달라고 청하였다. 그 간청에 대한 답이 바로 『보리도등론』이다. 아띠쌰는 이 경전에 후기 인도불교의 사상은 물론이고, 현교와 밀교 양측의 견해와 가르침을 모두 녹여내어 서로를 무시하거나 배격함 없이, 그 둘을 함께 닦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티베트불교는 ‘현밀쌍수’의 불교로 발전하게 되었다.
『보리도등론』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담긴 뜻은 가볍지 않다. 저술의 동기를 밝힌 제1송과 아띠쌰의 발원이 담긴 제68송을 제외한 본문은 크게 일곱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①상사와 중사, 하사에 대한 구분과 함께 『보리도등론』에서 말하는 수행은 상사인 보살에 대한 설명임을 밝힌 부분, ②「보현행원」의 칠공양에 의한 귀의삼보를 설명한 부분, ③발보리심을 설명한 부분, ④보살이 지켜야 할 계율과 의식에 대한 설명, ⑤삼매를 수행하여 적정처를 구할 것을 권하는 부분, ⑥오바라밀과 함께 반야를 수행해야 하는 이유, ⑦반야바라밀을 닦는 배경이 되는 비밀진언의 도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리도등론』에 대한 주석서 중 대표적인 것만 꼽아보아도 15종에 다다르는 건, 『보리도등론』에 담긴 심오함에 비해 글이 너무 간략하기 때문에 그 뜻을 충분히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 그리고 불교 전체에 대한 충분한 학습과 안목 없이는 그 의미를 알 수 없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이 점을 간파한 역자 중암 스님은 『보리도등론』의 게송을 번역하여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표적인 주석서를 샅샅이 살폈다. 『보리도등론석승소희연』과 『보리도등론제호석』을 중심으로, 때에 따라서는 『보리도등론정해』나 아띠쌰 본인이 저술한 주석서인 『보리도등론난처석』 등 다양한 시기에 저술된 10여 종에 달하는 주석서를 참고, 인용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각각의 게송에 담긴 심오한 의미를 풀어내고, 『보리도등론』에 담긴 후기 인도불교의 사상, 현교와 밀교의 가르침을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끊임없는 수행과 깊은 이해로 빚어낸
『보리도등론』에 대한 가장 충실한 역해서
티베트어로 된 『보리도등론』의 원문 번역과 오탈자 대조, 상세한 해설을 달기 위해서는 평범한 수준 이상의 자료가 필요하다. 한문, 산스크리트어, 빠알리어 등 다른 불전 언어와 달리 티베트어에 능통한 이가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의 역자 중암 스님이 번역에 필요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던 데는, 티베트어에 능통하고 30여 년간 인도와 네팔에 머물며 수행에 매진했기에 가능했다. 현재 네팔의 양라쉬에서 티베트불교 수행과 티베트어 경론 번역에 매진하고 있는 중암 스님은 티베트어 원전으로 된 경전을 번역, 소개하고 티베트불교와 관련된 저서를 출간하여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보리도등론』은 티베트불교 수행법에 조예가 깊은 중암 스님이 그 중요성을 인식하여 소중히 여기고 있는 논서이다. 역해자의 수행에서 비롯된 경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체험, 그리고 성인에 대한 존경심이 녹아 있는 이 책은 『보리도등론』에 관한 ‘가장 충실한 역해서’라고 손꼽을 수 있다.


책속으로
『보리도등론』에 다수의 간접적 형식의 주석서들이 출현하게 된 이유와 배경을 고찰해 보면, 이 논서가 일찍이 티베트불교 견수행見修行의 준거가 된 이래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지만, 본송本頌이 겨우 68송에 불과해서 의미가 심오함에 비해서 글이 너무 간략한 탓에 뜻을 충분히 파악하기 힘든 점과 또한 불교의 전체에 대한 충분한 학습과 연찬이 없는 범속한 안목으로는 삼사三士와 현밀顯密의 도차제의 요체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운 점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본문 23쪽


“대저 설산의 땅 티베트에 불교가 전파되던 전전기에는 길상하신 두 분의 큰 스승님이신 보디싸따와 빠드마쌈바와께서 여래의 교법을 건립하였다. 그러자 공성의 이해가 근원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방편분方便分을 훼멸하고, 모든 작의作意를 무조건 차단하는 중국의 친교사 마하연 화상이 출현해서 청정한 교법을 더럽히고 쇠락시킬 때, 대아사리 까말라씰라가 그것을 잘 절복折伏한 뒤, 여래의 의취를 바르게 결택해서 확립시켜 준 그 은혜는 진실로 지극히 깊고 무겁다. (또 여래의 교법이 다시 일어나던) 후전기의 불교에서는 밀교의 비의秘義를 전도되게 이해하는 일부 교만한 학자들과 유가사들이 불법의 생명인 청정한 계율을 심각하게 훼손할 때, 길상하신 아띠쌰 존자께서 그것을 잘 파척罷斥하고, 또한 그릇되게 행하는 삿된 무리를 제복制服한 뒤, 전도됨이 없는 청정한 교법을 현양함으로써 설산의 모든 유정에게 커다란 은혜를 입혔다.”
—본문 129~1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