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다이어트 한약 먹고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요”
“고작 한 팩 먹었는데 잠이 오지 않아 날을 꼬박 샜어요”
“얼굴로 열이 오르면서 땀이 줄줄줄 흐르고 심장은 터질 것 같았어요”
다이어트 한약을 먹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이야기다.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이 식욕억제제나 지방흡수 차단제 등 저렴한 양약보다 비용이 비싼 한약을 선택하는 이유는 건강하게 살을 빼고자 하는 바람에서다. 그러나 한약이라고 해서 뭐든 양약보다 낫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한약 부작용으로 건강을 해치고 돈까지 축내는 결과가 오기도 한다.
다이어트 한약의 중심에는 마황麻黃이 있다.
이 약재에는 들어있는 에페드린 성분이 기침이나 가래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서 고대 중국에서부터 호흡기치료제로 사용되어왔다. 호흡기에 주로 처방되었던 마황이 다이어트 한약으로 쓰이는 이유는 주된 성분인 에페드린이 운동하지 않고도 에너지를 소모시켜 체중감소에 큰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또 식욕억제, 피로감소, 운동수행능력 증가 등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그러한 마황의 성능으로 자연스럽게 식욕도 억제되며 가만히 있는데도 운동하는 것처럼 맥박이 빨라져 저절로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체중이 감소될 수 있다.
마황이 가지고 있는 효과의 반대편에는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체질에 잘 맞는 사람에게 마황 용량을 4그람 이상 처방해도 아무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고 체중이 감량된다. 심지어 마황을 몇 배 증량해도 부작용은커녕 살이 쭉쭉 빠진다. 태음인이 그런 체질이다. 반면에 체내에 열이 많아 심장이 자주 뛰는 소양인은 마황에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단 1그람만 마황이 들어가도 바로 반응이 나타난다. 평소에 카페인이 안 맞는 분들은 마황을 복용하면 이런 반응이 더 잘 나타나기도 한다.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이 마황을 섭취하면 처음에는 손발이 떨리고 땀이 나며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어지럽거나 불안감 등이 발생한다. 부작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살을 뺀다고 다량의 마황을 섭취할 경우 고혈압, 갑상선 기능 항진증, 심장 발작 등이 올 수 있고, 다른 약물과 함께 복용하는 경우에는 불안 발작, 환각, 분노 폭발 등 정신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약이란 그런 것이다.
독약일지라도 잘 쓰면 명약이 되고 보약도 잘못 쓰면 몸이 망가진다. 정확한 진단을 기반으로 체질에 맞고 증상에 맞는 용량이 들어가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마황이 다이어트에 좋은 약재임에 틀림없지만 마황 이외에 살이 찐 원인에 따라 체중을 감소시킬 수 있는 약재는 무수히 많다. 어떤 이에게는 인삼 녹용이 다이어트에 도움될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사물탕을 복용함으로써 체중이 줄어들기도 한다. 무엇 때문에 체중이 늘었는지 원인에 따라 맞춤처방이 필요한 것이다. 다이어트 한약 복용 후 두근거림 불면 등으로 불편하거나 없던 증상이 생겼다면 내 몸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마황이든 인삼이든 적재적소에 맞게 쓰여지느냐가 다이어트 성패의 관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