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제역으로 희생된 영혼들에게 -
이서연
시인
어디서 받아 온 허망한 생명이기에
그렇게 모진 목숨을 아프게 바쳐야 했을까요.
무엇으로 지어진 무거운 업이기에
숨도 거두지 못한 몸뚱이를 모조리 썩혀야 했을까요.
착한 그대들의 눈망울에 삼가 애도를 표하며
그대들 영혼 앞에 바칠 게 눈물밖에 없음을 슬퍼합니다.
비록 억겁의 업 그 무게로 축생의 몸 받았어도
온순과 우직, 겸손과 순명, 인내와 희생의 이름으로 살았을 뿐
그 어떤 탐심도 없었고, 한조각 천도 걸치지 못하고
갇혀진 울타리에서 자유조차 가진 게 없었건만
눈물 한 번 제대로 흘려 보지 못하고 황망히 떠날 수밖에 없었던 설움
그대들의 아우성, 깊은 통곡이 온 천지를 흔듭니다.
생매장되는 순간에도 새끼만은 살리고 싶어
젖을 물리고 네 발로 감싸안고 내주질 않았던 몸짓
아플 때 약을 주고 건강하라고 주사를 주던 손길에 몸을 맡겼건만
온 몸으로 스며드는 몇 방울의 약물에 정신이 혼미해 질 때
신음소리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어둠에 빨려간 목숨 목숨
그 원망의 눈망울들이 아직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군요.
이렇게 이별할 일 아니었기에 그대들 몸부림에 가슴이 탑니다.
어쩔 수 없음을 안다 해도 아직 화가 풀리진 않았을 겁니다.
무엇 때문에 생목숨이 끊어져야 했는지 알 수 없었던 그 한
매몰지 밖으로 나오는 그대들의 핏물이 소리 없이 말하는군요.
까마귀 떼에 부풀어 오른 살 한 점씩 떼어주고 어디로 가렵니까.
그렇게라도 울지 못하고 떠난 고통을 온 몸으로 말하는군요.
아, 어디서 어떻게 사과하고 무엇으로 위로해야 할 일인지
아, 얼마나 용서 빌고 얼마쯤 참회해야 할 일인지 그저 막막한
그래서 더 풀리지 않는 그대들의 분노 앞에 속수무책 망연자실한
이 무력함이 부끄럽고 부끄러워 속가슴이 아픕니다.
밀려오는 자괴감에 살아있는 이 순간이 미안합니다.
어쩌려고 그랬는지, 생각할수록 지질한 미련함이 안타깝습니다.
 
알량한 과학기술로 순리를 거스르며 살았던 인간의 교만이
대자연의 경고성 반격에 얼마나 정신을 차렸을까마는
섭리대로 살고 싶어하는 생명들의 존귀함을 짓밟고
이기적 허상을 좇아 모순의 삶을 사는 추한 인간들이
말못하는 축생들에게 빚은 어리석음 이번만이 아니기에
넋마저 혼절하는 그대들 앞에서 쉽게 용서를 빌 수 없습니다.
시간이 더 흐르면 설움의 눈망울들 지울 수 있을까요.
언제쯤 세월이 지나야 영혼에 박힌 상처가 아물려질까요.
한동안은 절대로 이해도 용서도 되지 않겠지만
품고 떠난 그 원한을 봄꽃을 틔우는 바람에 훨훨 태우고
이 땅에 살아있는 존재들을 가엾게 여기는 큰보살심 베풀어
상실과 절망속에서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줄 순 없을까요.
자연의 섭리와 정화의 능력을 대책 없이 주절거리고
어차피 온 몸을 바치고 떠날 몸이었다 망언하는 이들이 있어
얼굴들고 부탁하기 송구하고 죄스럽습니다만  
그대들이 한때 자식이었고, 식구였고, 친구였던 분들
그대들이 한때 희망이었고, 미래였고, 모든 것이었던 분들 위해
우리에게 왔던 그때처럼 말없이 뚜벅뚜벅 가십시오.
봄은 오는데 동토로 가려니 오죽하겠습니까. 그 한이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나 아픔도 오래되면 귀한 생명으로 되옵니다.
아픔으로 달금질 된 영혼이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병이 범람하지 않는 저 세상에서 시간이 무르도록 푹 쉬고
그대들 향한 향불에 묵은 업이 툭툭 털어지거든 
새로 따뜻한 가슴을 만들어 다시 보란듯이 착하게 와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