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운星雲 스님
대만 불광산사 개산조
다음은 불교의 우화입니다.
어떤 여행사가 숙박할 여관을 지나쳐 버려서 마침 황량한 교외 들판의 토지신을 모신 사당에서 잠시 다리를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밤중에 갑자기 소귀小鬼가 시체를 업고 나타날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여행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내가 귀신을 보다니!’
그 때 갑자기 또 대귀大鬼가 나타나더니 소귀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너 왜 내 시체를 업고 왔어?” 그러자 소귀가 말했습니다.
“이건 내 건데, 내 것을 왜 네 것이라고 우겨!” 하며 논쟁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여행자가 놀라 벌벌 떠는 것을 본 소귀가 말했습니다.
“어, 여기 탁자 아래 인간이 한 명 있네!”
“나와 봐, 무서워하지 말고 이 시체가 도대체 누구인지 증언 좀 해줘.”
여행자는 마음속으로 오늘 이 상황을 모면하긴 글렀고 어쨌든 죽을 텐데 사실을 말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이 시체는 소귀 것입니다!”
크게 노한 대귀가 즉시 앞으로 나가 여행자의 한 손을 절단하여 먹어 버렸습니다. 소귀는 이를 보고 나를 도와준 사람인데 어떻게 가만있을 수 있어?
즉시 시체에서 왼손을 잘라 이어주었습니다. 여전히 화가 난 대귀는 오른손을 먹어치우자, 소귀는 다시 시체의 오른 손을 여행자의 몸에 붙였지요. 어쨌든 대귀가 여행자의 손을 먹으면 소귀는 시체에서 손을 갖다 붙였고, 대귀가 여행자의 다리를 먹으면 소귀는 즉시 시체에서 다리를 떼 왔습니다. 한바탕 못된 장난 뒤에 두 귀신은 씽하는 소리를 내며 가버렸고, 홀로 남은 여행자는 망연자실하며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누구지?”
이 우화의 요지는 ‘사대가 본래 공하니, 오온은 주재자가 아니다[四大本空, 五臟非我]’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바로 오늘날의 장기이식과 일정부분 맥락이 통한다 하겠습니다.
장기이식은 근대 의학기술이 이룬 성과입니다. 이 기술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수많은 사람들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기증자의 자비정신을 후세에 전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장기이식은 내재內財 보시입니다.
부처님은 처음에 살을 베어 매에게 먹게 하고, 몸을 던져 호랑이를 먹게 했습니다. ‘어려운 일을 능히 해내고, 참기 어려운 것을 참는다’고 말하는 것을 부처님께서는 2천여 년 전에 우리를 위해 가장 좋은 시범을 보이셨습니다.
오늘날, 앞으로 썩어버릴 신체에 대해 우리는 어찌하여 재활용을 하지 않고, 아직도 세상에 기꺼이 사랑을 선사하지 않습니까?
당신이 각막을 기증하면 다른 사람에게 광명을 가져다 줄 수 있으며, 당신이 심장을 기증하면 타인에게 생명의 원동력을 주고, 골수를 기증하면 생명의 흐름이 타인의 생명속으로 흘러들어 갑니다. 장기이식은 타인에게 생존의 기회를 주는 것이며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장기이식은 남과 나의 한계를 깨고, 온전한 시체라는 마신을 타파하며, 자비심을 실천하고 동체공생同體共生의 생명을 구현했습니다. 다만, 원하기만 하면 사람들은 모두 장기를 기증할 수 있습니다. 장기 이식을 통해 자비와 사랑을 끝없이 지속하며 세상에 널리
펼쳐질 수 있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