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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혈압은 얼마까지 오를까?

문상돈
한의학 박사|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사람의 혈압은 얼마까지 오를까?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 기린은 혈압이 무척 높다.
기린은 정상 수축기 혈압이 160~300 mmHg 정도 되는데, 이는 목이 길다보니 머리가 심장보다 한참 위에 있기 때문이다. 심장에서 뇌까지 피를 공급하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세게 뿜어대야 하는 것이다. 작은 몸과 짧은 목을 가진 인간은 기린에 비해 혈압이 낮다. 정상혈압은 수축기 120mmHg, 확장기 80mmHg인데, 여기서 120이라는 숫자는 심장에서 혈액을 뿜어낼 때의 압력을 말한다. 건강한 사람은 그 정도의 압력으로 뇌 속부터 오장육부와 손끝 발끝까지 혈액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고혈압의 기준은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확장기 혈압 90mmHg 이상일 때 진단을 내린다. 그래서 혈압이 그 이상 높아지면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혹시 압력이 높아져서 뇌가 어떻게 될까 제일 걱정을 한다. 그런데 인간의 혈압도 기린에 못지않게 높게 올라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높게 올라간다. 고혈압을 가진 환자 뿐 아니라 정상인에게도 혈압은 200mmHg은 가뿐히 넘어 300mmHg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인간에게서 올라갈 수 있는 혈압이 300mmHg 가까이 된다고 설명하면 사람들은 우선 많이 놀란다. 그 다음에는 궁금해 한다. 그렇게 높은 혈압을 우리 몸, 특히 뇌나 심장이 어떻게 견디는지에 대해서다.


올림픽 경기에서 역도선수가 바벨을 들어 올리는 것을 상상해 보자.
극한의 중량을 머리끝까지 들어 올려 힘을 겨루는 경기인 만큼 상대방보다 조금이라도 더 무거운 중량을 들어야 이기는 것이다. 역도선수들이 온몸의 힘을 모아 순간적으로 바벨을 들 때 혈압은 300mmHg까지 폭등하게 된다. 역도선수가 아닌 일반인들도 젖 먹던 힘을 쓰면 혈압은 200mmHg을 넘어 올라갈 수 있다. 고혈압의 기준인 140mmHg 보다 배가 넘게 혈압이 올라가는데 뇌혈관이 터지지 않는다. 아마 역도경기 중에 뇌혈관이 터져 사망했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인체는 아주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고 오랜 세월 동안 진화를 거듭해 오면서 위험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왔다. 덕분에 우리 몸의 혈압이 순간적으로 높아졌다고 해서 갑자기 생명을 잃게 방치하지 않는다. 300mmHg 가까이 오른 혈압이 뇌혈관에 전달되면 높은 압력으로 인하여 혈관은 그냥 터져 버릴 것이고, 인간은 힘을 쓸 때마다 뇌출혈로 쓰러질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높아진 혈압이 뇌혈관이나 다른 기관에 그대로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방어 기전이 있기 때문이다. 잠깐 동안 엄청난 혈압상승이 일어날지라도 뇌졸중 등의 불행을 가져오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300mmHg이라는 혈압에 비하면 140mmHg의 고혈압 기준은 매우 낮은 수치다. 주변에서 중풍 맞았다는 경우를 자주 보거나 듣게 되는데, 불과 200mmHg도 안 되던 사람이 그렇게 된다. 300mmHg까지 견딜 수 있는 혈관이 그보다 훨씬 낮은 헐압 때문에 뇌혈관이 터지는 이유는 뭘까?
핵심은 바로 지속성에 있다.
역도선수가 바벨을 들어 올리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등 힘을 써서 혈압이 올라가는 것은 불과 몇 초 밖에 되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이면 그런 정도의 짧은 시간에 오르는 혈압쯤은 스스로 방어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게 우리 몸이다. 하지만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문제는 달라진다. 정상보다 높은 혈압에 노출되면 혈관이 파이거나 찢기면서 혈관 손상이 누적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상태가 나빠진 혈관이라면 비교적 높지 않은 140mmHg의 혈압으로도 뇌출혈 등 질환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인간의 혈관이 예상하지 못할 만큼 높은 혈압에도 견뎌낼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혈압이 높아진다면 가랑비에 옷 젖듯 언젠가는 큰 화를 면치 못한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부족하다 싶은 음식 그리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정신적인 안정만으로도 혈압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위기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