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행
여래사 불자
우리 가족은 사정상 명절을 당일이 아닌 명절 전후로 양가에 다녀온다. 대신 명절날은 친정아버님과 몇 친척 분들의 위폐가 모셔져 있는 여래사에서 합동차례도 지내고 공양간 봉사를 한다.
싫다고 할만도 한데 몇 년째 내 뜻을 따라준 아이들이 항상 고맙다. 봉사가 끝나고 아이들과 저녁을 먹으며 때론 찜질방에서 그날 봉사하면서 느끼고 알아차림을 이야기 하곤 한다. 아이들의 행동이 기특해 농담 겸 덕담을 해주시는 총무스님(여상스님)이 아이들은 너무나 좋았다 한다.
대보름이 다가오는 지금도 아이들이 총무스님 이야기를 한다. 봉사를 하면서 보여지는 몇 몇 보살님의 행동이 아이들 눈엔 큰 공부가 된 듯하다.
“엄마!
삼보귀의 하라고 듣고 배웠습니다.
스님이 지나가시는 데 비켜 드리기는 고사하고 먼저 지나가겠다는 보살님….
스님 말씀하시는 데 중간에 끼어드는 보살님….
이분들도 보살님입니까?”
이렇게 묻는 큰아이의 말에 얼굴이 용광로처럼 뜨거워졌다. 그러한 모습들을 보니 가슴이 답답해서 봉사활동을 끝까지 마무리 못하였다고 한다. 출가를 하면 아무리 속가의 나이가 어려도 삼보귀의 하라고 하였다. 최근 베트남을 여행 중인 지인께서 탁발을 나오신 어린 동자승을 극진히 대접하는 보살의 사진을 보내 주셨다. 느끼는 게 많은 사진이었다.
절에 오래 다녔다고 진정한 보살은 아니라고 본다.
절에서 봉사를 많이 하였다고 대보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살의 뜻을 새기며 행하고 마음을 내어 행하는 게 진정한 보살이라고 생각한다. 『금강경』의 보리심의 뜻을 새기고 내 자신부터 버리고 말과 행을 해야 할 듯싶다. 내 자신을 내려놓는다. 누가 짊어지라고 한 적은 없다. 내 자신부터 버리고 ‘저는 ○○보살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아직도 보살이 아니다. 아이들과 주변사람들을 거울로 생각하며 한발씩 보살의 길로 발을 내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