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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은 압력밥솥과 같다

 


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고등학교 때 등산을 간 기억이 난다.
동네 형들과 같이 간 내게는 밥 당번이 맡겨졌다. 하지만 노력했던 것만큼 결과는 오지 않았다. 밥이 설익었던 것이다. 밥 할 때 코펠뚜껑 위에 돌덩이를 얹으라는 형의 조언 이후에는 밥을 실패하지 않았다.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공기는 희박해지기 때문에 기압이 떨어지게 된다.
기압이 떨어지면 물이 쉽게 증발해서 끓은 점은 100도보다 낮아지게 되고, 끓은 점이 낮아지면 쌀이 충분한 열을 받지 못해서 제대로 익지 않는다. 쌀을 제대로 익히려면 코펠뚜껑 위에 커다란 돌멩이를 하나 얹어 놓아야 한다. 공기압력으로 코펠 뚜껑을 누르는 힘이 떨어지는 것을 무거운 돌멩이를 얹어서 누르는 압력을 높이는 것이다. 압력밥솥 역시 마찬가지 원리다. 압력밥솥은 솥 속의 증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여 밥솥 내부의 압력이 올라가게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끓는점이 높아져 쌀에 충분한 열기가 전달되어 밥이 잘 익고 찰지게 된다.


코펠이나 압력밥솥의 원리와 똑같은 상황이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난다.
코펠이나 압력밥솥의 압력을 인체로 비유하자면 “혈압”에 해당한다. 정상 혈압은 수축기혈압 120mmHg, 확장기혈압 80mmHg이다. 이 압력이면 혈액을 손발 끝까지 순환시킬 수 있는 충분한 힘이 된다.


생명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는 본능적으로 온몸이 긴장되면서 근육이 팽팽해진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강도와 싸우든지 도망치든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육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혈압을 올려서 빨리 근육에 에너지를 전달해야 한다. 심장 뇌와 근육 이외에 다른 곳으로 가는 혈액을 차단하여 하기 때문에 심장은 빠르고 강하게 뛰며 혈압은 급격하게 오르지만 손발은 차가워지고 입안과 피부는 마르게 된다. 이런 상황이 끝나면 건강한 사람은 다시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고혈압을 가진 사람들은 여전히 혈압이 높은 상태로 남아있다. 즉 코펠 내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어떻게 하면 코펠 압력을 내릴 수 있을까?


첫 번째는 뚜껑에 얹혀진 돌멩이를 치우는 것이고
두 번째는 코펠에 가해지는 열을 줄이는 것이며
세 번째는 코펠 속의 물의 온도를 낮추는 방법이다.


코펠의 압력이 높아지는 원인이 제각각인 것처럼 우리 몸에서 고혈압이 생기는 원인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그만큼 치료율이 높아진다.


코펠뚜껑에 얹혀진 돌멩이의 압력처럼 고혈압이 생기는 사람은 뚜껑을 열어주는 효과를 가진 강활 독활 형개 방풍 같은 약재가 사용되어야 한다, 이 약재는 높아진 증기를 빼서 압력을 낮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반신욕이나 족욕 또는 운동 등으로 땀이 배출되면 혈압이 떨어지는 이치와 같다. 코펠에 가해지는 열을 줄여서 혈압을 낮추려면 시호 석고 등과 같은 성질이 찬 약재를 사용하여 열기를 약화시키면 압력이 저절로 떨어진다. 명상이나 단전호흡 등으로 교감신경을 억제시켜 화기火氣를 줄이는 이치와 같다. 코펠 속의 물의 온도가 높아서 고혈압이 발생한 경우라면 생지황, 맥문동, 천문동과 같은 약재를 사용하여 물의 온도를 떨어뜨리면 혈압은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주변에는 고혈압을 두려워하며 무작정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압력밥솥과 같은 고혈압의 원리를 제대로 알면 고혈압약을 평생 먹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