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용
불교방송 기자
연초부터 주가와 환율이 심상치가 않다.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충격파가 예상을 뛰어넘는 쓰나미급 여파라는 전문가들의 불운한 진단들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재채기는 우리에게 독감몸살이라는 한국경제의 실정을 감안할 때, 현재의 미국 발 경제위기의 실체를 안다는 것은 우리의 현재를 진단해본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각종 자료들에 따르면 미국정부의 총부채는 레이건 정부 이전 대략 2조 달러 규모였다가 레이건 정부의 등장과 함께 급증세로 변했고 클린턴 정부 때 7조 달러에 이른 뒤 부시 정부의 대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또다시 증가해 10조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금융가에서는 미국이 갖고 있는 보유현금으로 부채상환을 시작한다고 해도 단 7분을 못 버틴다고 하니 상상을 초월한 규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근검절약과 저축 배가, 정부의 긴축재정과 부채상환 등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부시정부의 단기적인 금융정책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진단도 눈에 띈다. 결국 고질적인 미국경제의 건전성 악화는 세계경제에 파급되고 상당 기간 불황과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국이 단단히 독감에 걸린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경제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우리경제는 어떻게 될까?
새 정부, 이명박 정부는 경제살리기를 위해 올인하겠다고 천명한 상황이다. 불행히도 미국 발 경제 불황의 여파가 새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갈 길 바쁜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밖에서 밀려드는 불황의 물결을 차단하면서 집권 5년 안에 눈에 띠는 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내야하는 이명박 정부에게 그래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유혹에 가까운 경기부양책임에 틀림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거리 창출…. 한국판 뉴딜정책이라는 말도 들린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핵심공약으로 한반도 대운하를 제시해 왔고 정부출범 한 달 즈음에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반면 대선 이후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불교계 내의 반대목소리도 점차 강도가 높아지고 있고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 조계종 중앙종회의 종책모임 금강회와 보림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정면으로 반대하면서 촉발된 불교계의 반대. 불교계를 비롯해 학계와 시민단체 등은 현재 정부와 불교계, 시민단체를 아우르는 합동조사위원회의 구성과 선 조사, 후 국민투표를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묵묵 부답에 오히려 곳곳에서 강력한 개발드라이브로 운하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모습만 관측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두고 불도저라고 말한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대운하를 반대하는 첫 번째 목소리는 건설과정에서 파괴되거나 훼손될 수밖에 없는 문화유산을 예로 들고 있다. 학자들은 지금도 운하건설 구간에는 선사시대부터 조성된 취락유적이 분포돼 있고 강원·경기도의 한강 곡류지점의 충적대지에는 대규모 취락지와 성곽, 도성 등 의미 있는 유적이 산재해있다고 지적한다. 한강변의 한성 백제시대의 도읍지인 풍납토성과, 미사리와 암사동 선사유적, 아차·행주산성 등이 대표적인 예들이다.
여기에는 불교계 사찰과 성보들이 빠져있다.
불교환경연대는 운하로 인한 생태환경과 역사유적 파괴가 수반되는 대재앙의 핵심지점으로 조령 대수로터널 공사구간을 지목했다. 한강과 낙동강을 잇기 위해 문경과 충주구간의 산맥을 파헤치는 이 구간은 백두대간과 월악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세계 초유의 초대형 터널이다.
스님들은 터널 인근에만 3백14점의 문화재가 있고 한강과 낙동강 수계에는 지정문화재 72점과 매장 문화재 1백77곳이 있다는 문화재청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보고를 한 예로 들고 있다.
특히 공사구간에는 불교계 성지, 종립선원 문경 봉암사와 천태종 총본산 단양 구인사, 신륵사, 덕주사등 유구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사찰이 있고 거기에 따른 수행환경 훼손도 우려로 제기됐다. 문제는 매장문화재를 비롯해 아직도 파악하지 못한 문화재가 즐비한데도 새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졸속 조사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 관계자들은 올해 안에 대운하 건설의 첫 삽을 뜰 수 도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단 1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한강부터 낙동강에 이르는 구간에 대해 지표조사와 발굴조사, 보존 여부 결정 등을 하겠다는 다른 말이다. 경부운하 저지 국민행동은 전국의 모든 연구기관과 연구원들이 진행 중인 발굴관련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운하건설구간에 투입돼 조사를 한다고 해도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논란에는 물론 공사시작 전 공사구간에 들어가 있는 주변의 사유지에 대한 보상논의나 절차는 당연히 빠져있다.
천문학적인 공사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장 재직 당시 5.8킬로미터의 청계천을 복원하는데 시굴과 발굴비용만 6억에서 8억 원이 들었다고 했다. 대운하 공사구간 2천1백 킬로미터를 여기에 단순 적용해도 최소 2천3백억 원이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조사비용이 이런데, 하물며 공사비용은 어떻겠는가 싶다. 새 정부는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운하건설의 이점을 널리 홍보하며 경제살리기를 위한 선택임을 강조하고 국민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둔 지금, 우리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3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세계 각국이 외면하고 있는 운하, 수천 년 간 조상들이 머물러왔고, 곳곳에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해도 빠지지 않을 성보문화재가 가득한 대지 한복판으로 운하, 물길이 뚫릴 상황이다. 삼천리금수강산을 이어온 강과 하천의 생태계, 생명줄이 끊길 위기에 놓여있고, 주기적인 선박사고로 기름띠 제거가 이슈가 되어버린 시점에 4천만이 먹고 사용하는 식수원, 생명의 강 위로 배를 띄운다고 한다. 김포로 흘러가야 할 한강물이 부산으로 흐른다고 한다. 불자라면 경제를 살리자는 정부의 설명과, 생명과 불교가 누란의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스님의 말씀 사이에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불교환경연대 법응스님은“마땅히 해야 할 일을 외면한다면, 불조의 은혜를 저버리는 일이요, 역사의 죄인으로 사회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다른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경제야 좋을 때 나쁠 때도 있지만, 돌린 물길, 파낸 수로, 떠난 철새와 파손된 문화재, 더럽혀진 식수원은 되돌릴 길이 없지 않느냐”고.
설령 그게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가 사라지고 우리의 후손들이 물려받고 생활을 영위해야 할 이 땅에 대한 결정권은 우리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