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을 암송하더라도 글의 참뜻을 잘 알지 못하면, 한 구절을 듣고서도 악을 소멸하는 것보다 못하리라. 경을 아무리 많이 암송하더라도 그 뜻을 모르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한 가지 법구라도 잘 이해해서 행동으로 불도를 지켜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의 일이다. 극히 감각이 둔해서 어디가 모자라는 데가 있지나 않나 학 의심이 갈 정도로 연로한 ‘독한’이란 수도자가 있었다.
부처님은 오백 명의 아라한에게 명령을 내려 그를 매일 가르치게 했으나, 삼년이 경과하고도 아직 게송 한 구절도 암송하지 못했다. 부처님은 그를 가엾게 여겨 친히 불러서 몸소 게송으로 교화시켰다.
“입을 지키고 뜻을 받아들이고, 몸에 잘못을 범치 않고, 이같이 행하는 자는 필히 깨달음을 얻으리라.”
이 게송을 부처님은 그에게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가르쳤다. 그는 부처님의 이와 같은 자비에 감격하여 열심히 이를 외우고 또 외웠다. 마침내 그는 이 게송을 암기할 수 있었다.
“너는 나이가 연로하여 겨우 게송 한 구절을 외웠다. 이 게송은 누구나 다 알고 있으므로 네가 안다하여 별로 신기할 것도 없으나, 너에게 그 뜻을 들려주겠다. 몸에는 삼악이란 것이 있다. 살생·도둑질·사음 등이 그것이다. 또한 사악이 있는데 거짓말하는 것과 이중 말·욕설과 위선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마음에도 삼악이 있으니 탐욕·노여움·어리석은 짓들이다. 이것들을 합해 십악업이라 부른다. 이 십악업이 일어나는 것과 멸하는 원인을 잘 관찰해서 생사유전하는 어지러운 세계에서 죽어서 극락을 가는 즐거움도, 지옥에 떨어지는 고통도 모든 번뇌에서 멀리 떨어져 깨달음을 얻는 것도 여기에서 유래한다는 것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이후로도 부처님은 더욱 자세히 설법을 하신 까닭에 둔한 ‘독한’도 어지러움과 의심에서 풀려 드디어 아라한의 지위에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 오백 명의 비구니가 별개의 정사에서 수행을 하고 있었는데 매일 한 명씩 부처님이 지명하는 수도자가 이들을 지도했다. 어느 날 부처님은 ‘독한’을 지명해 비구니들을 지도하게 했다. 둔하기로 유명한 ‘독한’이 설법을 한다고 하자 법회 동참자들은 별반 기대를 하지 않고 오히려 골탕을 먹일 생각을 했다.
강사로 등단한 독한이 비구니들에게 말했다.
“나는 덕도 없고, 사물도 잘 판단할 줄 모르며, 더욱이 늙어서 겨우 수도자가 되었습니다. 원래가 우둔해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배웠다는 것은 겨우 게송 할 구절뿐입니다. 이제 제가 알고 있는 게송을 여러분께 말씀하려 하오니 잘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 때 비구니들은 그가 게송을 읊기 전에 그 게송을 말해서 그를 당황하게 만들려 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모두 입이 굳어져 말이 나오지 않았고 그 이유조차 몰랐다. 오히려 독한을 골탕 먹이려 든 비구니들은 이로 인해 그들이 그동안 품고 있는 생각을 참회하게 되었다.
독한은 부처님께서 가르친 것을 진지한 태도로 그대로 전달했고 그 자리에 있던 비구니 오백 명은 감명을 받아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렀다.
다음날 사위국의 국왕은 부처님과 스님들을 궁전으로 초대했다. 이 때 부처님은 독한에게 철판(鐵鉢)을 들고 부처님 뒤를 따르게 했다.
성문에 이르자 문지기가 독한에게 말했다.
“당신은 수도자가 되어 아직 게송 한 구절도 외우지 못한다고 하는데 어찌 국왕의 공양에 응할 수 있는가? 우리조차 게송 하나 둘 쯤은 알고 있는데, 당시 같은 사람은 공양을 받을 수 없다.”
이렇게 말하고 입궁을 허락하지 않아 독한은 문전에 혼자 남게 되었다.
부처님은 정전에 앉아 손을 닦고 공양 드실 준비를 하였다. 문 밖에서 부처님의 행동을 마음에 그린 독한은 언제나 부처님께 하듯이 팔을 벌리고 손을 든 철발을 부처님께 건네는 동작을 하였다.
이 때 궁 안에 있던 왕과 군신, 부인, 태자 등은 철발을 든 팔이 유령과 같이 쑥 뻗어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내 부처님께 물었다.
“도대체 이것은 누구의 팔입니까?”
이에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이것을 불법을 깨달은 독한의 팔이니라. 내 철발을 들고 나를 따라왔으나 문지기들이 입궁을 허락하지 않아 팔을 뻗어 철발을 내게 건넸던 것이니라.”
왕은 너무나 이외의 사실에 크게 놀랐다. 그리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주위 사람들은 독한을 형편없는 바보로만 알고 있습니다. 단지 게송 한 구절밖에 아는 것이 없지 않습니까? 그와 같은 자가 어찌 이와 같이 훌륭한 불도를 깨달았습니까?”
부처님이 다시 말씀하셨다.
“배움은 반드시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느니라. 배움은 실행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독한은 단지 게송 한 구절만 알고 있으나 그 의미를 깨닫고 그 정신을 체득하여 마음이나 입, 몸 전체가 깨끗하고 거룩하게 된 것이니라.”
그리고 게송으로 설하셨다.
“천장을 암송하더라도 글의 참뜻을 잘 알지 못하면, 한 구절을 듣고서도 악을 소멸하는 것보다 못하리라. 경을 아무리 많이 암송하더라도 그 뜻을 모르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한 가지 법구라도 잘 이해해서 행동으로 불도를 지켜야 하느니라.”
부처님의 이 가르침을 듣고 삼백 명의 비구니들은 수도를 더욱 열심히 쌓아 아라한의 깨달음을 얻었다.
출전 =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