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숙
수필가·문화센터 강사

요즘은 1인 가족의 가구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보니, 자식과 동반자의 개념으로 사랑을 쏟으면서 서로 외로움을 나누고자 애완견을 기르는 경우가 많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자식을 다 키워 놓고 허전하고 외로워서, 마음 둘 곳을 사람 아닌 자연이나 동물에서 찾는 경우가 있는데 동물 중 선호도 1위는 애완견이라고 한다. 개가 아무래도 친숙하고, 주인을 잘 보살피고 따라주며 복종을 잘 하는 동물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애완견의 뷰티샵이 생기고 애완견의 병원도 도시 곳곳에 즐비하게 들어서고 있다. 애완견이 먹는 먹이, 옷 등은 웬만한 보통사람들 생활비보다 비싸게 매겨져 있어 주인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애완견의 수준도 달라진다고 하니 이 상황을 어이없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부자집에서 생활하는 애완견은 보통 중류 생활하는 사람보다 호강한다고 하니 어찌 보면 인간의 외로움이 점점 더 극에 달해있어 사랑을 줄 수 있는 대상을 찾다보니 이러한 현상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들여 키운 애완견이 사망했을 때 그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 상실감은 어떤 표현으로도 대체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느 날 TV에서 애완견이 나이가 들어 죽었는데 그 시체를 붙들고 통곡하는 중년 아줌마를 보게 되었다. 자식이 죽어도 저렇게 슬플까 할 정도로 통곡하는 어머니, 화면을 보는 순간 복잡한 감정이 얽히면서 마음이 아려왔다.

이렇게 죽은 애완견을 화장해서 사람처럼 잘 모셔놓은 애완견 화장함을 보니, 그 수준이 웬만한 사람의 사후보다 낫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떤 애완견의 화장함 옆에는 애정이 담긴 편지와 예쁜 꽃들, 함께 찍은 사진, 평소 개가 좋아했던 음식 등 예쁘게 꾸며 놓은 그 정성에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팍팍한 물기 없는 일상에 기쁨과 위안의 대상이었던 애완동물이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주인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자식이 떠난 것 같은 슬픔이 몰아친다고 한다. 분수를 모르는 사람보다는 자기 본연의 위치를 너무 잘 알고, 주인에 무조건 순종하는 애완견의 존재는 어쩌면 우리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치료제요, 외로움을 채워주는 연인의 역할까지 하는지도 모른다.

빛과 어둠이 한 묶음이듯 삶과 죽음 역시 한 묶음이라는데 애완견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또 다른 삶의 연장선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이 죽었을 때와 똑 같은 장례식을 치르고 화장되어 예쁜 화장함에 모셔 놓고 수시로 방문하여 죽은 애완견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라는 진심어린 말을 건네며 추모하는 그 광경이 이제는 낯설지 않게 보인다.

절망감과 외로움이 목구멍까지 차오를 때 아픔을 위로해주고, 소소한 인생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애완견의 존재는 타인을 너무 의식하다 보니 행복도가 무척 낮은 한국인에게 행복과 또 다른 삶의 의미를 부여해 주고 있는 소중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애완견의 장례식 뉴스를 접하자니 마음 한구석으로 씁쓸함이 엄습해 왔다. 우리 모두는 눈부신 햇살을 같이 느끼며 맛있는 음식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이웃 그 누군가를 영원히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