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순
민족사 주간

어떻게 해야 살 만한 세상으로 바뀔 수 있을까?
삶은 하루하루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쌓여서, 크게는 몸과 말과 입으로 짓는 삼업이 쌓여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순간순간 한 호흡 한 호흡 무엇인가 선택하면서 업을 만들고 삶을 만들어간다.
업은 개인이 짓는 것도 있지만, 함께 짓는 것도 있다. 요즘 공업중생임을 절실하게 느낀다. 미세먼지로 가득한 하늘을 볼 때도, 심지어 뉴스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지 말라고 말리던 아버지를 아들이 죽이고 친부와 계모가 합작하여 자식을 죽이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도 공업중생의 참담한 슬픔이 밀려온다.
세상이 왜 이렇게 변해 가는 것일까? 자연환경도 나빠지고 사람들의 성품도 점점 더 거칠어지다 못해 독해지는 것을 보면서 고민하게 된다. ‘왜 이럴까?’  ‘어떻게 해야 살 만한 세상으로 바뀔 수 있을까?’
요즘 이러한 고민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원담 스님의 <붓다 프로젝트>. 욕망으로 얼룩진 우리 시대, 모두가 행복하게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붓다의 생애를 통해 조명한 이 책을 읽으면서 젊은 날의 그 열정이 떠오르고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는 이즈음의 삶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자기라는 울타리와 한계에 갇혀 사는 삶을 훌쩍 뛰어넘어 싯다르타처럼 느끼고 싯다르타처럼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는 책, 붓다 프로젝트를 만나보자.

깨달은 전사, 붓다가 되는 실험! 붓다 프로젝트!
‘붓다 프로젝트’는 켄 윌버의 ‘아트만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 책의 저자 원담 스님이 만들어낸 말이다.
켄 윌버(Ken Wilber, 1949~)는 이 시대의 석학 가운데 한 사람으로, 23세에 《의식의 스펙트럼-닫힌 의식의 문을 여는 스펙트럼 심리학》을 저술한 이래 자아초월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이란 분야를 개척하여 심리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이다. 《무경계》,  《모든 것의 역사》 등 한국에서도 그의 책들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켄 윌버가 만든 용어인 ‘아트만 프로젝트’는 아트만(atman=‘영혼soul’, ‘자아self’, ‘에고ego’)이 자기를 실현하기 위해 밖으로 달려 나가 시공간을 무대로 인위적인 것을 창조해내는 활동을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이 건립한 문명과 역사, 탐구와 창조가 전부 아트만의 투사이며 아트만의 사업 즉 ‘아트만 프로젝트’였다. 전 세계의 자본주의화도 이 아트만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요, 그로 인해 전 인류는 군사 패권주의, 불평등의 심화, 환경파괴로 고통 받고 있다. 
이와 다르게 ‘붓다 프로젝트’는 아트만 프로젝트로 인한 고통으로부터 해탈을 지향한다. 소유욕과 지배욕을 내려놓고 세계를 선물 받은 신성한 대상으로 다루며 나눔과 섬김으로 타인을 대할 것을 요구한다. 세계해탈은 마음훈련을 통하여 지혜와 자비심을 실천하는 데서 가능하다. 이것이 부처님의 사업 즉 ‘붓다 프로젝트’이다.
에고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가 아트만 프로젝트의 결과라면, 붓다 프로젝트는 에고가 사라질 때야만 완성되는 고요한 평화의 경지를 추구한다. 이것은 부처님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요컨대 ‘아트만 프로젝트’가 ‘자기(ego)’라는 울타리와 한계에 갇혀 있는 것이라면, ‘붓다 프로젝트’는 ‘자기(ego)’를 훌쩍 뛰어넘어 내 삶의 주인이자 이 세상의 주인으로 살고자 하는 서원이 담겨져 있다.

고따마 붓다의 생애를 통한 의식 혁명, 세계 해탈
이 책에는 고따마 싯다르타의 인간적인 모습은 물론, 그의 가족과 제자들과의 에피소드가 감동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동시에, 붓다 당시의 사회적 모순, 갈등을 풀어가는 붓다식 해결 방법 등이 제시되어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현대인들의 욕망, 현대 사회의 모순 등을 비판하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대안적 삶의 형태를 보여준다. 이 책의 초점은 후자에 있다. 저자 원담 스님은 약 2600년 전에 살았던 고따마 싯다르타라는 ‘인간’의 삶을 재조명함으로써 지금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일깨워준다.
이제까지 붓다의 생애를 주제로 한 책들이 주로 붓다 개인의 수행이나 붓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주목했다면, 《붓다 프로젝트》는 붓다의 눈으로 본 현대인들의 삶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의식 혁명을 이룬 혁명가 붓다가 이끄는 행복의 길을 이해하기 위해 지금 우리 현실 사회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붓다의 생애를 연대기 순으로 따라가면서, 그의 가르침을 프리드리히 니체, 칼 마르크스,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알렉시스 토크빌 등 근현대 정치·철학가들의 사상과 견주고, 붓다의 삶(보살의 삶)을 체 게바라와 같은 혁명가의 삶과 비교한다. 또 영화 <매트릭스>, <설국열차> 등을 예로 들어 자본주의 체제와 그 안에 사는 인간들의 삶을 통찰하기도 한다. 이에 따르면 지금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온갖 욕망들이 자본주의 체제를 떠나 만들어진 게 아니다. 개인의 마음은 사회적 조건에 뿌리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둘을 함께 가꿔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절대 다수가 불행한 데 어찌 자기 홀로 행복할 수 있으랴?

“지금 한국 사람이 살아가는 현실을 보세요.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피를 말리고, 돈 있는 사람은 돈 없는 사람을 제멋대로 다루며 그들을 비굴하게 만들고, 힘 있는 사람은 법을 뛰어넘고 힘없는 사람은 짓밟히는 사회 아닙니까? 인정이 사라지고 나눔과 섬김이 없는 사회,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지 않은 사회, 조금이라도 의견이 다르면 배척하며 해하려는 사회가 아닙니까? 더 심각한 건 종교가 사회를 분열시키고 사람들을 우매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은 예의염치가 없지요. 2600년 전 싯다르타가 살았던 시대도 지금과 상황은 비슷하였기에 그가 살아갔던 삶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음과 같은 영감과 지혜를 줍니다.”
- 저자 인터뷰 중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보자. 먹고살기는 더 힘들어 지고, 꿈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인정이 사라지고, 권력의 맛에 취한 종교조차 의지처가 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저자는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더 갖고, 무엇을 더 이루고, 얼마나 더 많이 성공해야 이 허무와 불안을 이겨낼 수 있을까? 이런 사회에 그냥 순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가? 돈, 권력, 명예, 지식 등 무조건 남보다 많이 소유한다고 해서 행복한가? 더 좋은 자리, 더 많은 이익을 차지하려고 다투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이 사회에서 이기면 행복하고, 지면 불행한 것인가?
저자 원담 스님은 “절대 다수가 불행한 데 어찌 자기 홀로 행복할 수 있으랴? 타인의 불행에 포위된 자기만의 행복이란 환상에 불과하다.”(p.357)라고 잘라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원담 스님이 지금의 현실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원담 스님은 이제 새로운 희망의 길을 찾아야 할 때, 우리 스스로 붓다가 되는 실험을 할 때라고 선언한다. ‘붓다 프로젝트’가 우리에게 지극한 평화와 행복을 선물할 것이라고 말한다.

“내 의식에 깃든 탐욕, 공격성, 무지가 소멸할 때 나의 존재 자체가 평화가 된다. 그리고 그 평화는 타인을 감화시켜 평화로 인도한다.”(p.268)

《붓다 프로젝트》는 붓다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해법에 귀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2600여 년 전,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아 붓다가 된 싯다르타처럼, 세상의 모든 이들이 깨어날 수 있다는 서원이 담겨져 있다. 이 책에 실린 글 하나하나는 우리 스스로 붓다라는 등불을 쥐고 번뇌에서 행복으로, 허무와 불안을 벗어나 자신을 치유하는 길을 가도록 이끌어 준다.
이 책을 집필한 원담 스님은 한때 민중의 모든 고통과 운명을 짊어진 것 같은 책임감에 짓눌려 방황하다가 붓다의 삶에서 길을 찾고 출가하여 얻은 깨달음의 에센스이다. 좌절과 원망, 허무와 불안 속에서 허우적대는 이 시대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행간 행간 한 구절 한 구절에 듬뿍 배어 있다. 

“깨어난 마음은 가족과 주변 인간관계를 잘 살펴 부족함이나 넘침이 없이 주의를 고루 줄 수 있다. 자기 마음의 평화가 주변으로 퍼져나가 가족과 직장, 이웃과 사회를 부드럽고 윤택하게 해준다. 이것이 ‘붓다와 함께 깨어나기’다.”(p.12)

원담 스님은 혁명은 무력이 아니라 평화로, 분노가 아니라 관용과 용기로, 체제순응이 아니라 부정과 관조로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체제 속에서 체제를 떠나 비자본주의적으로 사는 법을 터득하는 것. 이것이 붓다의 삶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원담 스님이 무정부주의적 · 친환경적 수행공동체를 형성한다. 이곳이 체 게바라가 무기를 버리고 명상에 들어 평화를 체험하고, 미소와 대화로써 인민을 각성시키고 체제를 개혁해나가는 장이 된다.
이 세상을 진정 살 맛 나는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 아트만에서 벗어나 붓다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스스로 붓다임을 알기 위해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답을 찾으리라. 마침내 진정한 행복과 안락과 평안의 길을 걷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