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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 떼고 구름 바라보기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봄을 노래한 김시습의 시 한 수를 읽어본다. 청평사를 지나면서 지은 시이다.


有客凊平寺 유객청평사
春山任意遊 춘산임의유
鳥啼孤塔靜 조제고탑정
花落小溪流 화락소계류
佳菜知時秀 가채지시수
香菌過雨柔 향균과우유
行吟入仙洞 행음입선동
消我百年憂 소아백년우


나그네가 청평사를 지나면서
봄산에 마음대로 노니노라
새 지저귀는 고탑은 고요하고
꽃 떨어지는 조그만 시내는 졸졸 흘러가네
맛좋은 나물은 때를 알아 돋아나고
향기로운 버섯은 비 맞아 부드럽구나
걸으며 읊조리며 신선 골짜기에 들어가니
나의 백년 시름 녹아내리게 하네


외로운 탑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에서 새들이 지저귄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 얼굴이 그 얼굴인데 새들끼리는 서로서로 얼굴을 알아본다고 한다. 개미들도 서로 얼굴을 분별해서 알아보는지 묻고 싶은데 개미의 언어를 가르쳐주는 학원은 현재로서는 없어서 개미 언어를 배우지도 못하고 개미에게 묻지도 못하고 있다. 말 조련사는 얼마든지 소통하기도 한다.
지금이야 많이 사라져버린 풍경이지만 시골에서 쟁기질하는 걸 보면 노련한 농부가 쟁기를 잡으면 앞에서 쟁기를 끌고 가는 소도 고분고분 방향을 틀고 하면서 뚜벅뚜벅 걸어가지만 쟁기질이 아직 손에 덜 익은 젊은이가 쟁기를 잡으면 소가 어떻게 알았는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소통의 문제이다. 느끼게 되지만 결에 맞지 않게 고삐를 너무 세게 당기거나 느슨하게 늦춰버리면 소가 속으로 짜증이 나서 발걸음을 이리저리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외로운 탑은 스쳐가는 바람소리도 알아듣고 새소리도 알아듣고 사람의 소리도 알아듣는다. 저만치서 흘러가는 시냇물 소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다 알아듣는다. 이름만 외로운 탑이지 결코 외로운 탑이 아니다. 산에서 돋아나는 나물도 기가 막히게 때를 알아서
돋아난다.
봄 안개가 자욱하게 산을 덮고 지나가면 어머니는 산에 가서 고사리를 한소쿠리 캐오곤
하셨다.
꽃도 떨어질 때 시냇물에게 나 떨어집니다. 조금 아파도 참으세요 하고 사실은 말을 건넨다. 시냇물이 컨디션이 좀 좋지 않아서 찡그리기라도 하면 안간힘을 다해서 꽃나무에 매달렸다가 살포시 내려앉는다. 시냇물도 솟아있는 돌 위로 꽃이 떨어지면 꽃잎이 혹여 아파할 수도 있으므로 물로 돌을 덮어준다. 꽃도 아프겠지만 골도 미세한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신선 골짜기로 접어든다. 봄기운 가득한 골짜기도 선선하게 나그네를 맞이해준다. 골짜기를 걸어가는 동안 시인의 백년 시름도 녹아내리고 골짜기에 서려있던 시름도 시인 덕택에 녹아내린다.


시인 김시습은 맑았다 비 내렸다 하는 날씨와 오락가락하는 세상 인정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乍晴乍雨雨還晴 사청사우우환청
天道猶然況世情 천도유연황세정
譽我便是還毁我 예아변시환훼아
逃名却自爲求名 도명각자위구명
花開花謝春何管 화개화사춘하관
雲去雲來山不爭 운거운래산부쟁
寄語世人須記認 기어세인수기인
取歡無處得平生 취환무처득평생


잠깐 맑았다가 잠깐 비 왔다가
비 내리다가 다시 맑아지네
천도도 오히려 그러한데
하물며 세상 인정임에랴
나를 칭찬하는 것이 바로
나를 헐뜯는 것이고
이름에서 도망친다고 하는 것이
도리어 스스로 이름을 구하는 것이라네
꽃피어나고 꽃 떨어진다고


봄이 무슨 상관을 하겠는가
구름이 흘러가고 구름이 흘러와도
산은 다투지 않는다오
세상 사람들에게 말해주노니
꼭 기억해서 알아두시라
평생 동안 기쁨만 얻을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꽃피고 꽃 떨어지는 것을 봄은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상관하지 않지만 어깨에서 계급장이 떨어지고 붙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촉각을 곤두세운다. 본인도 본인이지만 주변에서 더 난리법석을 친다. 산은 구름이 오건가건 무심하기만 하다. 어느 산봉우리가 저만큼 떨어진 산봉우리에게 구름이 갈 거라고 카톡을 보내지도 않는다.
혹시 가다가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바람에 다른 곳으로 흘러갈까봐 걱정하지도 않는다.
구름도 이 산은 어떻고 저 산은 어떻고 궁시렁대지 않는다. 이 산의 바위는 이렇고 저 산의 바위는 그렇고 두 시간에 지나온 산의 나무는 어떻다고 옆의 구름에게 말하지 않는다.
구름과 함께 가는 바람도 이따금씩 바람소리를 내기는 하지만 산이 가로막는다고 불평하지는 않는다. 그냥 말없이 산굽이를 돌아서 또 정처 없이 걸어갈 뿐이다.
세상 인정은 좀 그렇지 않은 데가 없지 않아 있기도 하다. 어깨에 붙어있는 각종의 계급장에 따라 반응하는 인정은 참으로 다채로운 어깨에 계급장이 없는데도 알게 모르게 계급장이 다른 놀이터로 가서 따로 놀기도 하고 누군가의 손에 잡혀서 다른 놀이터로 옮겨지기도 한다. 놀이터의 눈에는 계급장이 보이지 않는다. 이 꼬마도 반갑고 저 꼬마도 귀여울 뿐이다.
놀이터에도 계급장을 붙이고 자동차 뒤 트렁크 속에도 계급장을 붙이는 건 거룩한 어른 사람들일 뿐이다.
어깨에서 계급장이 떨어진 후에도 옛날의 계급장이 계속 붙어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아주 없지는 않다.
구름은 아름표도 없고 장착한 네비게이션도 없지만 잘도 잘도 흘러 다니기만 한다. 강물 위를 지나갈 때는 강물 속에 잠긴 그림자 구름과 함께 흘러가기도 한다. 강물도 저 구름이 왜 그림자를 물속에 떨어뜨리나 하고 시비를 걸지 않는다.
명말청초시대를 살았던 감산덕청스님도 구름을 보면서 봄비와 낙화를 무심하게 바라본 적이 있다.


春深雨過落花飛 춘심우과낙화비
冉冉天香上衲衣 염염천향상납의
一片閒心無處着 일편한심무착처
峰頭倚杖看雲歸 봉두의장간운귀


봄 깊어 가는데 비 내리자
낙화가 흩날리니
향그러운 하늘 향기
납의 위에 내려앉네
한 조각 한가로운 마음
붙여둘 곳 없어라
산봉우리에서 지팡이 짚고
오가는 구름 바라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