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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심장병을 낫게 한다고?

문상돈


한의학 박사|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얼마 전, MBC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지방의 누명>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프로그램 때문에 전문가인 의료인조차 찬반이 엇갈릴 정도라고 하는 걸로 보아 아마도 일반인들은 더 혼란스러울 것 같다. 지방을 먹으면 살이 더 잘 빠지고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살이 더 찐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새로운 학설이 아니고 이미 알고 있던 사례를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해서 알려준 것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강한 어필을 한 모양인지 이미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를 하고 온 환자들도 제법 만나게 된다.


그간 우리가 알고 있었던 상식은 지방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는 것이었다.
그런 상식이 바탕이 되다 보니, 삼겹살을 맛있게 먹고 난 후에 왠지 몸에 미안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건강에 좋다며 퍽퍽한 닭 가슴살을 일부러 찾아 먹기도 한다. 다이어트를 한다며 저지방식단을 짜서 열심히 섭취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한데 지방을 많이 먹어야 체중이 감량되고 심지어 심장병 등 혈관질환에도 예방과 치료효과가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북극 지방에 사는 에스키모인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대부분 통통하거나 뚱뚱하다.
비만인구가 가장 많은 미국인들처럼 그들도 뚱뚱한 사람이 많다. 둘 사이를 비교해보면 비만하다는 사실은 같지만 건강에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인들에게는 심장병이 많은 반면 에스키모인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에스키모인은 식단 70%가 지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어떤 지역보다 식생활 환경이 열악해서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를 섭취한다는 건 쉽지 않다. 먹을 수 있는 건 고등어 연어 같은 등 푸른 생선과 물개 등 제한적인 식품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스의 크레타 섬 사람들은 칼로리의 45%를 지방으로 섭취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심장병과 당뇨병의 발병률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인들은 비만을 줄이려고 지난 40년 동안 지방 섭취를 42%에서 34%로 줄였다고 한다. 과거보다 지방 섭취량을 줄였지만 오히려 살은 더 많이 찌고 심장병 등 심혈관질환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어떤 지방을 섭취하느냐에서 판가름 난다.
지방 축적이 심장병 당뇨병 고혈압 암 등을 초래하는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섭취량이 많은 에스키모인이나 크레타 섬 사람이 성인병에 더 많이 노출되지 않고 오히려 건강한 것은 좋은 지방을 섭취한 결과이다. 삶의 터전을 잃고 사냥을 그만 두면서 가공식품을 통해서 지방을 먹게 된 에스키모인의 성인병 발생률이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 사례에서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동물성 지방은 나쁜 지방, 식물성 지방은 좋은 지방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 인식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마가린과 쇼트닝은 비록 식물성 지방이지만 나쁜 지방의 대표 식품인 트랜스지방이다. 인스턴트식품, 튀김식품, 과자류 등에 거의 마가린과 쇼트닝이 들어가지 않는 제품이 없을 정도이다. 나쁜 지방은 인체 내에 한번 들어오면 체외로 배설되기 어려워 6개월에서 1년 동안 몸속에 노폐물로 머물러 있으면서 염증을 가져오고 대사질환을 유발한다. 미국에서 역학조사 결과, 심장질환으로 사망자가 늘어난 시점과 마가린과 쇼트닝이 대량으로 소비되기 시작한 시점이 일치한다는 발표는 나쁜 지방의 문제점을 암시해준다.


건강에 해로울 거라고 알고 있던 동물성 지방에 대해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꼭 생선에서 나오는 오메가 3가 아니어도 동물성 지방이 몸에 좋은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돼지고기 등 육류나 계란에 포함된 지방이 에너지 활용도가 높고 몸에 나쁜 중성 지방을 녹여 주는 기능이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런 지방이 혈관에 막혀있는 기름기를 깨끗하게 세척하여 심장을 감싸고 있는 관상동맥을 뚫어줌으로써 심장질환을 낫게 해주는 것이다.


동물성 지방 식물성 지방을 따지기 이전에 좋은 지방인지 나쁜 지방인지 구별하는 것이 먼저 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