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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나를 부르는 소리

1,700공안에서 가려뽑은 가장 철학적인 질문 41가지


김명환
불광출판사 제작부장



“현실과 통通하지 않는 화두話頭는 가짜다”
헛것의 시대, ‘화두’는 매 순간 던져야 할 ‘절박한 의심’


어지러운 세상이다.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 상황 속에서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전문가들의 고준담론부터 온갖 멘토들의 충고가 독서 시장과 방송 매체에 넘쳐난다. 하지만 우울증 등 마음이 아픈 사람은 늘어만 가고 있다.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지만 삶은 더 힘들어지는 아이러니…. 모든 것이 풍족해 보이고, 세상은 첨단이라는 이름으로 격변해가고 있지만, 개인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나’는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이다.
마음의 중심이 곧지 않으면 바깥의 탁한 기운에 휩싸이고 원하지 않는 길로 가는 법. 혼란한 세상, 올곧게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생각의 중심축을 ‘나’로 가져와야 한다. 그 생각의 중심으로 돌아오는 일이 바로 ‘화두’다.
한국 선불교의 간화선 전문가이자 오랫동안 선禪으로 대중과 호흡해왔던 저자 박재현 교수(동명대 불교문화콘텐츠학과)는 삶속에서 선사들의 화두를 통해 어떻게 생각의 중심을 찾아갈지 풀이해왔다.
보는 만큼 안다고 했다.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시험하는 온갖 유혹을 쳐내고 담금질하고 다듬어야 이 혼침 같은 세상을 베어낼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화두로 나를 찾기 위해서는 교감을 중요시 여긴다. 세상과 소통하고 느껴야 하는 것이다. 의례화 되고 정형화된 것은 이미 화두가 아니다. 현실 속에서 절박하게 들이닥쳐야 화두가 될 수 있다. 살아있는 화두는 끊임없이 현실과 교감한다. 그렇지 못한 화두는 가짜일 수밖에 없다. 박재현 교수의 ‘화두에 관한 지론’이다.
지금 이 순간의 절박함이 내면의 직관과 만나면 화두의 세계가 펼쳐진다. 의심이 강할수록 화두의 몸집은 거대해진다. 정해진 답도 없고, 남의 답이 나의 답이 될 수도 없다. 오직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 화두는 결코 선승들의 전유물이거나 고전에 적힌 글귀가 아니다. 지금 나와 맞닥뜨린 것만이 화두가 될 수 있을 뿐이다.
저자는 정신 바짝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면 화두 아닌 것이 없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상황과 문제의식에 두 눈 크게 뜨고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화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자 해답이기 때문이다.


혜능, 마조, 조주, 남전, 원오, 혜심, 벽장 등 위대한 선사들은
제자들을 어떻게 가르쳤을까?
1,700여 개의 공안公案 중에 뽑은 가장 철학적인 질문 41가지


바람에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한 스님이 말했다.
“깃발이 흔들리는구먼.”
다른 스님이 말했다.
“바람이 흔들리는 것일세.”
옥신각신하고 있는데, 육조혜능이 말했다.
“바람이 흔들리는 것도 깃발이 흔들리는 것도 아닐세. 그대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일세.”
두 스님이 흠칫 놀랐다.
                                                                                    - 공안 ‘깃발과 바람’ 중에서


선가禪家에서 스승이 제자에게 깨침을 얻도록 하기 위해 제시한 문제가 공안公案, 즉 화두話頭이다. 제자는 화두를 풀기 위해 분석적인 사고와 절박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어느 순간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져 답을 얻게 된다. 이러한 수행법을 ‘공안 수행’이라고 하는데, 선禪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수행법이다.
여기서 언급되는 ‘공안’과 ‘화두’는 같은 말이기도 하고 다른 말이기도 하다. 전문 학자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굳이 조금 자세히 들어가 구분하자면, 공안은 옛 선종禪宗 고승들이 화두를 선별하여 엮은 선문답禪問答 사례집 같은 것이고, 화두는 넓은 의미에서 선문답 전체를 가리키는 것을 말한다.
마조, 조주, 남전, 원오, 혜심, 벽장 등 위대한 선사들의 대화를 다룬 공안집으로는 『벽암록碧巖錄』, 『무문관無門關』, 『종용록從容錄』 등이 유명한데, 공안의 종류가 1,700가지에 이른다고 전해진다. 공안이 선문답의 ‘문제 은행’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700 공안’이라는 용어는 선종 관련 역사서인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 등장하는 선사의 총수가 1,701명인 데서 유래했다. 하지만 『경덕전등록』은 공안집이 아닌 역사서이기 때문에 공안의 내용이 담겨있지는 않다.
선종과 공안집은 중국에서 탄생했지만 1,700 공안을 모두 볼 수 있는 전집全集은 중국에서 편찬되지 않았다. 이 방대한 양의 공안들을 찾아볼 수 있는 공안집은 1226년경 우리나라 고려시대에 간행된 『선문염송禪門拈頌』이 유일하다. 『선문염송』은 공안집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 불교의 정수가 선종이 된 저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저자는 이 『선문염송』을 바탕으로 41개의 화두를 가려 뽑아 현시대에 맞게 세련된 현대어로 새롭게 재해석했다. 여기에는 저자의 시사성 강한 발언과 철학적 질문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화두, 나를 부르는 소리』는 저자 나름의 시각으로 사회적 문제를 가미한 내용을 두었다. 이어서 ‘공안’을 직접 번역해 소개하고, 해설편을 따로 두었다.
공안집에 기록된 화두가 단지 옛 시대의 글귀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사구死句’에 불과할 것이다. 공안집의 화두가 현시대의 시사 문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죽은 언어가 아닌 새로운 화두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저자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 속에는 우리의 삶과 지금 살아가는 이 시대를 생각하게 하는 강한 울림이 있다. 그 울림 속에서 답을 찾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다.


화두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는 현대인에게
직관적이며 논리적인 생각법을 제공한다


흔히 선문답에서 주고받는 말은 모순적이고 비논리적이라고 한다. “주장자는 주장자가 아니다”, “대답하는 너는 네가 아니다”라는 식의 말들은 듣는 이를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하지만 여기에 말려들면 안 된다. 동어반복과 모순의 논리가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솎아져야 한다. 그런 것들을 모두 걷어내고 남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야 화두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사고의 전환을 이루고 직관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생각법을 『화두, 나를 부르는 소리』는 명확히 제시한다.


‘화두’라는 직관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하지만 버려야 할) 법칙들


- 공안의 답은 없다. 남의 답이 결코 나의 답이 될 수 없다.
- 하찮아 보이는 사람이 별 뜻 없이 말하는 그 순간조차도 놓치지 않는다.
- 언제나 지금이 바로 내가 힘을 얻는 때이다.
-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할까? ‘도대체’라고 말할 때의 막막함과 절망감을 부둥켜안고 가라.
- 인내는 참는 게 아니다. 그만둘 줄 아는 능력이라는 뜻이다.
- 가장 귀한 것을 내려놓아 버려야 비로소 내려놓는 것이다.
- “버려야 얻을 수 있다.” 그 다짐에는 이미 얻겠다는 속셈이 들어있다.
- 잘라라, 가리키는 손가락을. 손가락에서 마음을 떼어놓아라.
- 공연히 뭔가 숨겨진 뜻이라도 있는 양 억지 해석하지 마라.
- 엄마와 부처를 조심하라. 고정관념은 비수 끝에 발린 꿀이다.
- “모른다”고 하라. 넘겨짚지 않아야 비로소 말에 놀아나지 않는다.
- 부처란 이미 다 알아버린 사람이 아니라, 거듭 묻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