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대종사 원적 30주기 기념 최초 완역 출간
편집부
교감 표점 등의 작업 거쳐 역주
풍부하고 상세한 각주도 주목
“우리 시대의 부처님”으로 칭송받는 성철(性徹, 1912~1993) 대종사의 원적 30주기를 맞아 전6권이 1질인 ‘『조론연구肇論硏究』(전1권)·『조론오가해肇論五家解』(전5권)’가 ‘조론선집肇論善集’이라는 이름으로 도서출판 장경각(대표·원택圓澤 스님)에서 최근 출간됐다.
후진後秦시대(384-417)를 살았던 승조(僧肇, 384-414) 스님이 반야·중관사상의 요체를 설명하고자 「반야무지론般若無知論」, 「부진공론不眞空論」, 「물불천론物不遷論」, 「열반무명론涅槃無名論」 등을 지었고, 그 이후의 어느 때 사람들이 이 글들과 동진(東晉, 317-420)의 유유민(劉遺民, ?-410) 거사가 쓴 「유유민 거사의 질문편지」와 이에 대해 승조 스님이 대답한 「승조 스님의 답변편지」 등을 묶어 편찬한 책이 바로 『조론』이다.
승조 스님의 이름인 ‘조肇’자와 이치를 논의한 글이라는 의미의 ‘논論’자를 결합해 『조론』이라 불렀다. 승조 스님이 지은 논문의 묶음이라는 뜻이다. 1061년 찬술된 『조론집해령모초肇論集解令模鈔』에 “당나라(618-907)부터 북송 때까지 출간된 『조론』 주석서는 20여 종이나 됐다[始自有唐終於炎宋, 疏鈔注解二十餘家].”는 기록이 있을 만큼 『조론』은 주목받는 중요한 저서였다.
현존하는 『조론』 주석서들 가운데 남조南朝 진나라(陳, 557-589)의 혜달惠達 스님이 지은 『조론소肇論疏』 3권(하권 결락), 당나라(唐, 618-907)의 원강元康 스님이 627-649년 찬술한 『조론소肇論疏』 3권, 북송(北宋, 960-1127)의 비사(秘思, 994-1056) 스님이 1053년 강술한 내용을 토대로 북송의 정원(淨源, 1011-1088) 스님이 1058년 집해集解한 『조론중오집해肇論中吳集解』 3권, 원나라(元, 1271-1368)의 문재(文才, 1241-1302) 스님이 저술한 『조론신소肇論新疏』 3권, 명나라(明, 1368-1644)의 감산 덕청(憨山德清, 1546-1623) 스님이 1616년 짓고 1617년 출간한 『조론략주肇論略注』 6권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다섯 부의 책을 선택해 역주한 것이 바로 『조론오가해』이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스님 다섯 분이 주석한 책들을 모았다는 의미에서 ‘오가해五家解’라는 이름을 붙였다. 『조론오가해』 가운데 『조론략주』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번에 처음으로 번역됐다. 일본어나 영어 그리고 현대 중국어로도 옮겨진 적이 없다. 여기에 『조론』을 연구·분석하고 『조론』 본문을 주해注解한 내용을 담은 『조론연구』를 보탠 것이 전6권 1질의 ‘조론선집肇論善集’이다.
‘조론선집肇論善集’ 각 권의 내용
제1권 『조론연구』: 중국불교의 토대를 다진 『조론』의 내용을 분석하고 역주譯注한 책이다. ‘연구 편’과 ‘역주 편’으로 구성됐으며 ‘연구 편’에는 『조론』을 연구한 논문들이, ‘역주 편’에는 『조론』 본문에 대한 우리말 번역이 각각 들어있다. 신국판 양장 432쪽, 4만원.
제2권 『조론소』: 『조론오가해』 1. 진나라의 혜달 스님이 찬술한 현존 최고最古의 조론 주석서이다 오래된 책이라 문장도 어렵고 필사과정에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뒤섞인 단락[錯簡]’도 있다. 위진남북조시대(220-589)의 중국불교에 나타났던 열반학파, 성실학파, 섭론학파, 지론학파 등과 관련된 내용이 곳곳에 기록되어 있다. 위진남북조시대의 불교를 연구할 때 반드시 읽어야 될 책으로 평가된다. 신국판 양장 488쪽, 5만원.
제3권 『조론소』: 『조론오가해』 2. 당나라의 원강 스님이 삼론학三論學의 입장에서 저술한 책으로 『조론』에 대한 현존 최고最高의 주석서로 평가된다. 중국 고전과 훈고학 서적 등에서 인용한 내용과 불교의 경전과 논서의 내용을 인용해 설명한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이 책에 인용된 문헌 가운데에는 현존하지 않는 책들도 있다. 신국판 양장 528쪽, 5만원.
제4권 『조론중오집해』: 『조론오가해』 3. 북송의 비사 스님이 강설하고 정원 스님이 집해한, 송대宋代를 대표하는 조론 주석서이다. 분량은 혜달 스님의 『조론소』나 원강 스님의 『조론소』에 비해 적은 편이나 압축된 설명이 특히 돋보이는 책이다. 신국판 양장 428쪽, 5만원.
제5권 『조론신소』: 『조론오가해』 4. 원나라 문재 스님이 기술記述한, 원대元代를 대표하는 『조론』 주석서이다. 방대한 내전內典과 교리에 근거해 『조론』을 풀어낸 솜씨가 탁월하다. 훌륭한 책이기에 ‘상당한 인내심’과 ‘정교한 사고력’을 갖고 도전해야 된다. 다섯 권의 주석서 가운데 한 권을 권하라고 역주자에게 독촉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신국판 양장 600쪽, 6만원.
제6권 『조론략주』: 『조론오가해』 5. 감산 스님이 본인의 수행경험을 바탕으로 찬술한 책으로 명대明代를 대표하는 조론 주석서이다. 간략한 말 속에 풍부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조론』을 보다 쉽게 설명한 점도 돋보인다. 신국판 양장 476쪽, 5만원.
『조론』은 어떤 책인가
후진시대(後秦. 384-417)를 살았던 승조(僧肇. 384-414) 스님이 저술한 『조론肇論』은 중국불교 역사상 중요한 전적典籍 가운데 하나이다. 승조 스님이 지은 「물불천론物不遷論」, 「부진공론不眞空論」, 「반야무지론般若無知論」, 「열반무명론涅槃無名論」 등과 동진(東晉, 317-420)의 유유민(劉遺民, ?-410) 거사가 쓴 「유유민 거사의 편지」와 이에 대해 승조 스님이 답변한 「승조 스님의 답신」 등을 하나로 엮어 편찬된 책이 바로 『조론』이다. 승조 스님의 이름 가운데 ‘조肇’와 이치를 논의한 글이라는 의미의 ‘논論’자를 묶어 『조론』이라 불렀다. 승조 스님이 지은 논문의 묶음이라는 의미이다.
인도불교 중관파의 개조 용수(대략 150-250) 논사와 서역 쿠처[庫車. 구자국] 출신의 명승名僧 구마라집(鳩摩羅什, 343-413) 스님의 반야·중관사상을 계승한 승조 스님은 『조론』으로 삼론종三論宗 개창에 사상적인 길을 제공했고, 인도사상과 중국사상의 교류 및 범어梵語와 중국어의 회통에 새로운 모범을 보였다. 『조론』은 중국사상사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실재론實在論적인 노장철학의 무無·유有개념으로 유학儒學을 새롭게 해석하며 형이상학적인 논의를 진행하던 위진현학魏晉玄學의 물줄기를 성공性空을 통해 공空·유有를 탐구하는 수당불학隋唐佛學으로 돌리는 인도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명나라 말기부터 청나라 초기까지 활동했던 운서 주굉(雲棲袾宏, 1535-1615), 자백 진가(紫柏眞可, 1543-1603), 감산 덕청(憨山德淸, 1546-1623), 우익 지욱(蕅益智旭, 1599-1655) 등 4대 고승 가운데 한 명인 우익 지욱藕益智旭 스님은 각종 경전과 논서들을 열람하고 지은 『열장지진閱藏知津』에서 “중국에서 찬술된 저서 가운데 승조 스님, 남악 혜사 스님, 천태 지의 스님 등의 것이 유일하게 순일하고 순일하다. 진실로 인도의 마명 논사, 용수 논사, 무착 논사, 세친 논사 등의 저술에 비해도 부끄럽지 않다. 그래서 특별히 대승종론에 포함시켰다. 나머지 여러 스님들의 저작들은 순일한 맛은 있으나 흠이 있기에 다만 잡장에 넣었다.”며 승조 스님을 인도의 마명·용수 논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물로 기록했다.
중국의 정사正史 이십사사二十四史 가운데 종교에 관한 기록이 있는 『위서魏書』 권114 「지제誌第 20·석노지釋老誌」에도 구마라집 스님과 승조 스님을 높이 평가하는 기록이 있다.
“그 때 후진의 요흥 왕은 구마라집 스님을 존경했다. 장안 초당사에 교리를 연구하는 사문 8백여 명을 소집해 경문을 새로이 번역시켰다. 구마라집 스님은 총명하고 또한 깊은 사상이 있었다. 인도와 중국 등 여러 나라의 말에 능통했다. 당시 사문 도융·승략·도항·도표·승조·담영 등은 구마라집 스님과 서로 상의하고 탁마하며 부처님 가르침의 깊은 뜻을 밝혔다. …… 도융 스님 등은 모두 학식이 대단히 넓고 깊었다. 그 가운데서도 승조 스님은 특히 뛰어났다. 구마라집 스님이 글을 쓰고 경전을 번역할 때 항상 승조 스님이 붓을 잡고 기록했으며 여러 단어와 문장의 뜻을 확정했다. 『유마경』을 주석한 『주유마경注維摩經』 등 (승조 스님의) 저술이 수십 여 종에 이른다. 저술들에 절묘한 의미가 담겼기에, 불법을 배우고 익히는 사람들이 전부 승조 스님을 스승으로 존경했다.”
역사서가 출가자에게 이처럼 높은 평가를 내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중국불교사에서 승조 스님이 차지하는 위치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