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곤
파라미타청소년교화연합회 국장
봄인듯하더니 낮은 벌써 여름 날씨마냥 덥기까지 한다. 오월의 햇살은 이제 봄볕이 아닌 여름 뙤약볕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되었다. 새싹이 움터오는 봄의 기운을 만끽할 여유를 부리고 있기엔 한가롭지 않다.
거리엔 연등불이 수놓아 지고 부처님오신날을 맞은 손길은 분주하다. 해마다 맞는 봉축이지만 매년 새롭다.
연등축제기간에 청소년들과 부대끼며 어울릴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머문다. 하지만 올해 연등축제는 중, 고등학교의 중간고사 기간과 맞물려 청소년들이 참여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비단 연등축제 기간만이 아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시험 기간 한 달 전부터는 전혀 시간을 내기가 어렵게 됐다. 학교뿐만 아니라 학원에서조차 토요일, 일요일 보충학습으로 청소년들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그러니 이번 연등축제날만이라도 청소년들이 참여해주면 고마울 따름이겠다.
주5일 근무제의 도입에 따라 학교도 매월 2, 4째주 토요일(놀토)을 쉰다. 놀토의 도입으로 청소년들의 인성함양을 위한 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학업과 관련된 활동만 늘어나고 말았다.
놀토는 학교가 아닌 학원가는 날로 대체된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교육만큼 중요한 게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교육현실에서 학업에 지쳐있는 청소년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심어주는 역할, 미래세대를 건강하고 바르게 키워야 할 책임이 우리 기성세대에 있다.
학업의 스트레스에서 잠시 잠깐이라도 벗어나 마음의 안정을 찾고 맑은 심성을 키워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미래 세대를 밝고 건강하게 키워내기 위한 책무를 우리 불교계는 등한히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과거 사찰마다 어린이 청소년으로 넘쳐 났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어도 사찰의 법회가 유지되었다. 그 당시 어린이 청소년들은 시간적 여유도 많았고 사찰에 가는 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굳이 사찰에 가지 않아도 재미있는 것이 세상 천지에 너무도 많다.
컴퓨터와 개인 휴대통신, 방송매체가 바로 그 대표적 사례다. 청소년들은 이제 혼자서도 여유시간을 즐길수 있게 된 것이다. 휴대폰을 놓고 다니면 오히려 정서불안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학업의 강조, 컴퓨터 및 휴대통신의 보급 등 이런 사회 환경의 변화와 종단과 사찰의 대처 부족으로 사찰 청소년 법회가 점차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이 지난 2006년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 총 조사 전수집계의 종교별인구에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청소년 인구가 줄어들었음에도 타종교에서는 청소년층 종교인구가 늘어난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천주교계는 지난 1970년대부터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해왔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난 것이다. 반면 불교계는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왔다.
우리 종단에서는 파라미타청소년협회를 설립한 것이 그나마 대책이고 성과였다. 청소년포교를 담당하는 파라미타청소년협회가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산하단체로서 그 위상과 역할에 맞는 종단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지만 말이다. 현재 상태로는 종단의 청소년포교를 전담하기에는 인적, 물적 지원이 취약한 게 사실이다.
그나마 최근에야 종단에서도 어린이청소년포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포교원 내에 어린이·청소년팀을 별도로 조직하고 인력과 예산도 증액했다. 이런 대책이 일시적 방편이 아닌 장래를 내다보는 일관된 방안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청소년포교를 위한 종단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사찰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겠다. 사찰이 청소년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변모해야 한다.
도심포교당은 청소년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청소년들을 귀찮은 존재로 여겨서는 나아질 수 없다. 타종교보다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현실을 프로그램으로 보완해야 한다.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템플스테이도 청소년을 대 상으로 할 경우에는 청소년 대상에 맞게 특색을 가미할 필요가 있겠다. 게다가 학교부적응, 학업부진, 흡연, 일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템플스테이프로그램도 개발되어야 한다. 타종교에서는 다양한 대안학교를 도입하여 궁극적으로 선교에 활용하고 있으나 불교계는 이런 소외된 곳에 불교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급히 마련되길 바란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사찰 청소년법회가 간헐적이나마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찰 주지스님의 원력과 지도자의 헌신이 있기 때문이다.
타종교 관리자 밑에서 파라 미타를 조직하여 운영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보상을 바라지도 않고 종교적 신념만으로 학교에서 파라미타를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있다. 종단에서는 이런 분들을 찾아 포상하고 격려해야 마땅하다. 대가 없이 개인 시간을 쪼개어 청소년들과 함께 부대끼며 청소년들을 지도하고 있는 전국의 지도법사, 지도교사들이 있기에 그나마 불교의 희망을 기대할 수 있다.
청소년법회가 운영될 수 있는 필수 조건은 지도자 확보에 있다. 지도자가 있는 곳에는 어렵든 어렵지 않든 청소년법회가 이뤄지고 있다. 학교에 파라미타를 결성하려고 해도 지도자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청소년을 지도할 수 있는 지도자를 발굴하고 실제 지도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청소년포교 현장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지도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성원을 보낸다. 청소년포교에 나서는 모든 이들이 현실 조건에 굴하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종단적 지원과 격려가 뒤따르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