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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공양과 가사 그리고 두 그루 살라나무

한애경
조계종 포교사단 서울지역단 부단장


부처님께서 교화를 펴신지 45년. 웨살리를 벗어난 부처님과 제자들은 반다마을을 지나 보가에 도착하여 아난다제띠야에 머무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곳에 머무시면서 비구들에게 네 가지 큰 교법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길을 나서 빠와에 도착하시어 교외의 망고나무동산에 머무셨습니다. 그곳은 대장장이의 아들 쭌다의 소유지였습니다. 쭌다는 부처님께서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나와 맞이하며 다음 날 공양에 초대하였습니다.
쭌다는 정성껏 공양을 준비하고 특별히 부처님을 위해 전단나무에서 자라는 귀한 버섯으로 맛있는 요리를 준비했습니다.
그 음식을 보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버섯요리는 다른 비구들에게 주지 마십시오. 나머지는 땅을 파서 묻어버리십시오.”
공양과 설법을 마친 후 부처님과 제자들은 쭌다의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몇 걸음 옮기지 못하고 부처님은 심한 설사 증세를 보였습니다. 고통을 참으며 길을 재촉하여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깔았습니다. 쭌다가 자신이 올린 공양 탓에 부처님이 돌아기시게 되었다며 자책할까를 염려하셨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난다, 지금 바로 쭌다에게 찾아가 이렇게 말하라.”
쭌다여, 부처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을 전하러 왔습니다.
“쭌다여, 부처님께서 도를 이루셨을 때 최초로 올린 공양과 부처님께서 반열반에 드실 때 마지막 올린 공양은 그 공덕이 같다고 하셨습니다. 쭌다여, 그대는 여래께 마지막 공양을 올렸기에 큰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수명이 늘어나고 튼튼한 몸을 얻을 것이며 힘을 얻고 명예를 얻고 살아서는 많은 재물을 얻고 죽어서는 하늘나라에 태어날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대는 이제 큰 이익과 큰 과보를 얻을 것입니다.”
아난다가 쭌다를 위로하고 빠와를 떠나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더위와 통증을 참아가며 내딛는 부처님의 발걸음은 무겁고 더디었으며 제자들의 안타까운 눈빛을 이겨내시던 부처님께서 길 옆 나무 그늘 아래로 찾아드셨습니다.
“아난다, 목이 마르구나.”
그러나 아난다는 오백대의 수레가 지나가며 일으킨 흙탕물을 감히 올릴 수 없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까꿋타강이 멀지 않습니다. 그곳에 가면 맑은 물을 드실 수 있습니다.”
“그럼 까꿋타강으로 가자.”
부처님께서 다시 기운을 차리고 까꿋타강으로 가셨습니다. 그곳에서 맑은 물을 마시고 깨끗이 목욕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강을 건너 언덕에 오르자 장로 쭌다까가 망고나무 숲에 쉴 자리를 깔았습니다. 그때 어떤 비구가 물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하늘 위 하늘 아래 가장 존귀한 분이신데, 왜 하늘나라 약으로 병을 치료하지 않으십니까?”
부처님은 어린아이를 달래듯 웃음을 머금고 말씀하셨습니다.
“집은 오래되면 허물어지지만 땅은 변함없이 평온하다. 나의 마음은 땅과 같아 평온하지만 내 몸은 헌집과 같구나.”
부처님께서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난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꾸시나라로 가자.”
천천히 걸음을 옮긴 부처님은 석양이 질 무렵 황금물결로 반짝이는 히란냐와띠 강을 건너 말라족의 살라나무 숲 우빠왓따와로 들어섰습니다. 살라나무 숲에는 때아닌 꽃이 만발해 향기가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아난다, 저 두 그루 살라나무 사이에 자리를 펴다오.”
승가리를 네 겹으로 접어 북쪽으로 머리를 둘 수 있도록 아난다가 자리를 폈습니다. 부처님은 오른쪽 옆구리를 바닥에 붙이고 사자처럼 발을 포개고 누우셨으며 눈을 감고 조용히 삼매에 드셨습니다. 때맞춰 불어온 시원한 저녁 바람에 살라나무 숲이 부드럽게 흔들리고 높다란 가지 끝에 하늘나라 노래가 은은하게 맴돌았습니다. 두 그루 살라나무의 새하얀 꽃잎이 비처럼 흩날려 부처님의 몸을 덮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곁을 지키던 아난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살라 나무의 신들도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구나.”
“여래에게는 그렇게 공양하는 것이 아니다.”
아난다는 깜짝 놀랐습니다. 어느새 부처님이 삼매에서 깨어나 또렷한 눈빛으로 아난다를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아난다, 꽃을 뿌린다고 여래를 공양하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빛깔에 향기마저 좋은 꽃을 수레바퀴만큼 크게 엮어 나를 장식한다 해도 그것은 여래를 공양하는 것이 아니다. 아난다, 사람들이 스스로 법을 받아들여 법답게 행동하는 것, 그것이 여래를 공양하는 것이다. 5온·12처·18계에 나와 나의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 그것이 여래에게 올리는 최상의 공양이다.”
그때 유난히 몸집이 컸던 우빠와나가 부처님 앞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우빠와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빠와나, 물러가라, 내 앞을 가리지 말라.”
놀란 아난다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우빠와나는 오랫동안 부처님 곁에서 시중을 들어왔습니다. 늘 여래를 존경하며 늘 뵈어도 싫증내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물러나라 명하시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아난다, 나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기 위해 살라나무 숲으로 수많은 신들이 찾아왔다. 바늘 하나 꽂을 틈 없이 빽빽히 모여든 그들이 우빠와나 때문에 나를 볼 수 없다고 한탄하는구나.”
반열반이 가까웠음을 직감한 아난다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간청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멸도하시더라도 변방의 작은 도시, 이런 황량한 숲에서 멸도하지 마소서. 수많은 거사들이 부처님을 기다리는 짬빠나 라자가하. 사왓티나 사께따, 꼬삼비나 와라나시에서 멸도하소서.”
“이곳을 작은 도시의 황량한 숲이라 말하지 말라, 먼 옛날 마하수닷사나 왕이 다스리던 시절 도읍이었던 이곳은 동서로 12유순, 남북으로 7유순에 이르는 큰 도시였다. 꾸사와띠로 불렸던 이곳에는 물자가 넘쳐나고 백성들이 가득했으며 밤낮 오가는 우마차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진귀한 새들이 노래하는 숲 사이에 갖가지 보배로 장식한 화려한 누각이 있었고 금모래가 깔린 맑고 깨끗한 연못에 연꽃이 만발했다. 아난다, 이곳은 결코 궁벽한 도시도 황량한 곳도 아니다.”
아난다가 다시 여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다음 장례는 어떻게 치러야 합니까?”
“아난다, 너희 비구들은 잠자코 너희 일이나 생각하라. 장례는 우바새와 우바이들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아난다가 거듭 세 번을 청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전륜성왕의 장례법에 따르라. 화장한 다음 사리를 거두고 네거리에 탑을 세워라. 길을 오가는 사람들 모두 탑을 보게 하라. 탑을 보고 진리를 사모함으로써 살아서는 행복을 누리고 죽어서는 하늘에 태어나게 하라. 아난다, 나를 위해 마지막으로 해 줄 일이 있다.”
“말씀하십시오, 부처님.”
“꾸시나라 말라족에게 전하라. 오늘 밤 여래가 살라나무 숲에서 멸도에 들 것이라고.”
아난다는 꾸시나라로 찾아갔습니다.
“와셋따들이여, 부처님께서 오늘 밤 살라나무 아래에서 멸도에 드실 것입니다. 여러분이 부처님을 뵙는 것도 오늘 밤이 마지막입니다. 뒷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말라족 사람들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였습니다.
“부처님은 뭐가 급해 지금 멸도에 드신답니까. 어리석은 저희는 어찌하라고 세상의 스승이 사라진단 말입니까.”
아난다는 그들에게 다가가 위로하였습니다.
“여러분, 슬퍼하지 마십시오. 생겨난 모든 것은 사라지기 마련이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인연 따라 모인 것을 붙잡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고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고 늘 부처님께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나 아난다도 울고 있었습니다.
45년 동안 전도를 끝내시고 석존께서는 80세에, 앞으로 석 달 후에 열반에 들겠다고 예언하시고 석 달 후 쿠시나가라의 살라 나무 사이에서 마지막 가르침을 펴시고 열반하셨습니다. 석존 열반 후 마가다국의 왕을 비롯한 7개국 왕들은 부처님의 유골을 요구하였으나 쿠시나가라왕이 거부하여 한때 분쟁이 생겼지만 현자 도르나의 조언으로 팔대국에 분배되고 재와 항아리마저 다른 두 나라 왕에게 분배되었습니다.
2600여 년 전, 그들은 왜 석가모니 부처님의 유해를 갖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을까요?
부처님의 제자 마하 캇사파는 부처님의 열반 소식을 듣고 500명의 비구들과 함께 쿠시나가라로 오는 중이었으며 그가 도착했을 때는 부처님께서 열반하신지 이미 7일째였습니다.
마하 캇사파가 붓다의 열반을 너무 슬퍼하자 열반하신 부처님께서 관 밖으로 두 발을 내보여 부처님의 진정한 법신은 영원하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자등명 법등명 이계위사 불방일自燈明 法燈明 以戒爲師 不放逸
자신을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으라.
스스로에 의지하고 진리에 의지하라.
계율을 스승으로 삼아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라.
나무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