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담스님
아침의 시장은 언제나 즐겁다
꽃집의 꽃들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시장의 뜨끈뜨끈한 국밥은 맛있고
펄떡이는 생선들로 남태평양 푸른 바다는 덤이다
이 시간 잠자는 어린이들
아침 장터에 나와 봐야 하는데
엄마들 혼자 나오는 것은 아쉽다
농촌의 아침은 적어도 시장에 있다
시장에서 농촌의 아침을 만들어준다
바나나 오렌지들도 나와 만나는 곳이
남태평양 어느 섬 위에 떠있는 국밥집
그 소란스러운 포구다
꽈배기 순대 떡볶이 어묵집
드물지만 냉이 씀바귀 도토리묵
그리고 빨간 성게알과 살아있는 소라 고동들
시장은 배가 터진다
지금도 가끔씩 시장의 뒷골목에서 만나는
우리들 유년의 그 끝없던 헛헛함과 상실감도
여기 장터에서 채워주었다
당연히 어머니 보다
장터거리의 아주머니들이
우리를 세상너머로 보내주었다
언제나 삶들이 가득하던 그 시장
남태평양 푸른 물결 넘실대던
어쩌면 아쉬운 세상들로 아우성치는
오늘 아침
국밥 든든히 먹고
방금 큰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가는
어린 아이들이 우리의
오래된 장터의 주인이다